이 책은 성경 신학(biblical theology) 연구의 전문 학자인 제임스 해밀턴이 성경에 나타난 성령의 역할을 분석한 연구다. 특히 저자는 성령의 ‘내주하심’의 관점에서 구약 성경과 요한복음의 구원론을 다룬다. 저자는 성령의 능력으로 거듭나는 현상과 구원을 받은 신자에게 성령께서 내주하시는 현상을 구분한다. 이 책은 흔히 제기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설득력 있는 대답을 제시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로 보혜사 성령께서 신자에게 내주하신 이후의 신자는 그 이전의 신자와 어떤 점에서 차이점을 보이는가? 구약 성경에 나타난 언약의 중재자들이 경험한 성령의 임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구약 성경의 백성은 어떻게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고 성화를 이룰 수 있었을까? 구약 성경에서 예언한 새 언약과 성령의 내주하심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거듭난 제자들에게 성령께서 아직 계시지 않는다는 말씀(요 7:39)은 무슨 의미인가? 성경에서 성령의 임재를 ‘안에’, ‘위에’, ‘함께’라는 전치사로 구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책은 독자들이 성령의 내주하심이라는 관점에서 신자의 정체성, 구원론, 종말론, 성전 신학을 이해할 수 있게 돕는 흥미롭고 유익한 안내서다.
- 강대훈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신약학 교수)
이 시리즈는 주석시리즈로 유명한 NAC를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본문 연구에 비해 특정 주제를 깊이 다루기 어려운 주석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목적에 잘 부합하는 기획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성령을 통해 일어나는 ‘중생’과 ‘내주하심’에 대해 요한복음을 중심으로 둘의 차이를 살피며 각각의 용어를 정의한다. ‘중생’과 ‘내주하심’이 구약의 신자들에게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살피는 부분이 특히 흥미롭다. 저자는 그리스도의 영광 받으심 이후에 신자들에게 경험되는 성령의 내주하심과 구약에서 특정한 상황에서의 특정 인물과 특정한 장소에서 일어나는 하나님의 임재(with, 함께하시는)를 구분하지만, 중생은 신약은 물론 구약의 신자들에게도 공통적으로 경험되는 것이라 주장하며 특별히 마음의 할례를 중생과 비견되는 구약의 은유로 제시한다. 저자는 대체로 요한복음을 중심으로 논의하지만, 출애굽, 성막, 성전, 새언약을 거쳐 신약의 예수님과 성령의 이야기로 이어가며 자연스럽게 구약과 신약을 연결하고 두 주제를 설명하고자 노력한다.
단, 중생과 내주하심이라는 이미 정의된 교리 안에서 본문을 살피는 방식이나, 대부분의 논의가 요한복음에 집중되어 구약의 다른 본문들과의 연관성을 좀 더 깊이 살피지 못한 점은 성서학, 특별히 구약학의 입장에선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어떤 책이든 모든 독자를 만족시킬 순 없다. 바라기는 이 책을 통해 여러 질문과 생산적인 논쟁, 그리고 그로 인해 발견된 새로운 사실들이 교회에 유익이 되길 소망해 본다. 그런 의미에서 요한복음을 중심으로 구약과 신약을 연결하고 성령을 통한 ‘중생’과 ‘내주하심’을 다루는 본서는, 과도하게 세분화된 신학의 통합적 이해와 성경의 통전적 이해라는 측면에서 매우 유의미한 시도요 연구라 할 수 있겠다.
- 전원희 (구약학 전문 유튜브 채널 ‘오늘의 구약공부’ 운영자)
성령에 대한 이야기는 차고 넘친다. 하지만 대다수의 장르는 부흥회에 가깝다. 경험을 이야기하고,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반면 성령과 관련된 개념을 말끔하게 정리한 논의를 만나기는 어렵다. 성경이 말하고 있진 않는 걸까? 막상 성경을 펼쳐보면, 성경이 성령에 대해 말끔하게 정리된 개념체계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당황하게 된다. 이후 진지한 그리스도인들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오순절에 성령이 강림하셨다고 하는데,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성령은 무엇이란 말인가? 중생 이후 성령께서 우리 안에 머무신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믿음의 조상들은 중생을 경험했던 것일까? 성령이 그들 안에 머물렀을까?
『하나님의 내주하심』은 특별히 성령과 관련된 성경본문을 살피면서 구약과 신약 사이에 있는 ‘중생’과 ‘성령의 내주하심’의 문제를 풀어가는 정석을 보여준다. 또한 저자가 자신의 논지를 전개해 가는 방식을 통해 성경이 명확하게 말하지 않는 주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며, 어떻게 정리해 가야 하는지도 보여준다. 그의 꼼꼼한 논증을 고스란히 배우는 목회자들은 복이 있나니! 뿐만 아니라 저자는 ‘중생’과 ‘내주하심’의 문제 외에도 성령과 관련해서 연구한 다른 주제들을 부록으로 덧붙이고 있다. 사도행전 6장의 일곱 집사를 묘사하는 ‘성령의 충만’과, 사도행전 2장의 마가의 다락방에 임했던 ‘성령의 충만’은 다르다. 어떻게 다를까? 세 번째 부록이 해당 문제를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흥미로웠다.
- 홍동우 (『교회답지 않아 다투는 우리』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