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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몸으로 9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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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9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244쪽 | 148*210*20mm
ISBN13 9791193471234
ISBN10 119347123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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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친구들과 오뜨-사부아를 여행하고 3주 후에 내가 다시 리용에 들렀을 때, 그녀의 딸 로리안느가 내게 한 말이다.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딸이 한국에 대해 무척이나 관심이 많으니 내가 연락하면 정말 좋아할 거라며, 라르브렐로 가는 차 안에서 그 천사가 딸의 연락처를 메모해 주었었다.

“심장을 손에 든 사람!”

우리말로 직역한 것인데, 의역을 하자면 ‘한없이 너그러운 사람’, ‘아낌없이 베푸는 사람’이란 뜻이다.
--- p.5

이 책은 WWOOF와 Workaway라는 여행 방법을 통해서 지난해 3개월 동안 프랑스에서 지냈던 저의 경험에 관한 것입니다. 호스트의 가족이 되어 함께 일하고, 함께 먹고, 함께 얘기하며, 같은 지붕 아래서 살았습니다. 쉬는 날이면 알프스의 눈덮인 산을 올랐고, 명경같은 호수에서 송어 낚시 를 즐겼습니다. 어떤 때는 깊은 밤에 산중의 별장에서, 머리위로 낮게 걸려있는 깊은 커다란 별들을 바라보며 내 심장의 맥박 소리와 들숨과 날숨의소리에 한참동안 귀를 귀울여 보기도 했습니다.
--- p.5

이 여행 방법은, 큰돈 들이지 않고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멋진 방법입니다. 쉼이 있고, 감동이 있고, 관계가 만들어졌습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지나온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아주 오랫동안 이것들을 기억하며 행복해할 것 같습니다.
--- p.6

경제적인 문제는 여전히 걱정스러웠지만, 돈을 벌어서 해결하고자 용쓰는 것보다는 감내할 용기를 충전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 p.17

나는 아주 색다른 여행을 하고 싶었다. 촘촘히 짜인 일정에 맞춰 바쁘게 움직이는 여행보다는, 내가 직접 계획을 짜고 느긋하게 쉴 수 있는 여행, 사람들과 교감하며 일상의 삶을 들여다보는 여행을 하고 싶었다. 웅장한 건물들, 관광 명소를 구경하러 다니는 여행이 아니라 돈 들이지 않고도 느긋이 머물 수 있는 여행, 피곤하지 않고 쉼을 얻는 여행, 노동을 통해 건강을 회복하는 여행, 자신을 다독이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창문을 여는 여행을 하고 싶었다.
--- p.18

일 년에 휴가 한 번 맘 편히 다녀오지 못한 채 수십 년간 일벌레로 살아오면서, 그렇게 학수고대해 왔던 쉼이 찾아왔는데도, 쉬는 것을 배우지 못한 가엾은 은퇴자들은 쉼을 두려워할 뿐만 아니라, 노동보다 쉼을 더 힘들어한다. 경제적 어려움이 없다 하더라도, 죽을 때까지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사람도 많다. 과연 일만 하는 것이 그렇게 좋을까?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일이 좋아서가 아니라 쉼을 배우지 못한 탓이 아닐까. 느리게 사는 것, 고독을 마주하는 것, 가난하게 사는 것, 상실을 받아들이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일 속에 머리를 파묻고 도피하는 것이 아닐까.
--- p.19

‘용기를 내서 떠나라! 기대하지 못했던 축복이 기다리고 있다. 여행하는 시간은 인생에서 가장 값진 시간이며,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
--- p.21

모두가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인간들의 세계에서 진실은 언제나 모호하다. 그러나 가끔 서로 간의 진정한 마음의 교감이 전류처럼 흘러 들어오는 그 순간만큼은, 우리가 삶에서 진실의 단면을 감지하는 은혜로운 시간이다.
--- p.28

인터넷은 젊은이들의 노동력과 농촌의 일손 수요를 훌륭하게 연결시켜 주었다. 이것은 세상의 새로운 흐름이자 변화이다. 노동할 의향이 있으며 낯선 환경을 기꺼이 마주하려는 사람이라면, 이제 항공권만 있으면 세계 어디든지 돈 들지 않고 마음껏 여행할 수 있다.
--- p.32

우리는 그들의 삶에 우리의 모습을 비춰봄으로써 위로를 받기도 하고, 영감을 얻기도 하며, 시각을 교정해 갈 수 있다. 타인의 삶을 엿본다는 것, 그것은 곧 자신을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 p.45

우리의 삶이 허무와 권태로부터 농락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조금만 더 견뎌내라고 스스로를 몰아대면서 소진된 에너지를 쥐어짤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무한히 존재하는 이 원시적인 에너지 광맥을 찾아내야만 한다. 그것은 자기를 경영해 가는 차원 높은 기법이다.
--- p.47

외국어 습득 측면에서, 한 달간의 WWOOF는 일 년 간의 어학연수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단언한다.
--- p.48

열린 생각과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대오에 서서, 극단적인 이기심에 매몰되어 아전인수에 혈안이 되어 있는 우리사회의 광기의 일면을 멀리서 한 번 바라다볼 수 있기를 바란다. 때때로 여행은 가까이서 잘 볼 수 없던 것들을 멀리서 더 선명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마법을 선사한다.
--- p.57

외국어를 못하더라도 기죽지 않고 자신감을 잃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나의 있는 그대로를 내보일 수 있는 용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p.58

사심 없이 좋아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면, 그것은 메마르고 맹목적이기 쉬운 우리의 일상에서, 일체의 인간적인 것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삶의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p.71

‘영혼과 육체에 불과 음식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집이 아니다.’
--- p.111

우연으로 치부하든지 인연으로 이해하든지, 그것은 우리의 선택이다. 여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또 다른 길, 즉 섭리라고 하는 또 다른 차원의 이해 방식이 있다. 그것은 신앙에서 발원하는 의지적인 시각이다. 나는 이 우연들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 p.127

먼 옛날 이국에서 시작된, 다섯 살 어린아이의 외롭고 고단했던 삶의 파노라마가 한 조각씩 종이배로 접혀져, 닿을 곳 없는 지중해의 수평선을 향해 띄워지고 있었다.
--- p.141

한 생명이 죽어서 한 생명이 살아남았다. 생명의 존엄성은 생명의 희생을 통해 보전되었다. 가장 연약한 어린 생명이 가장 강한 자의 계산에 따라 무고하게 희생되었건만, 이 냉혹한 현장의 목격자였던 나는, 양들 중에서도 우리 중에서도 죄 지은 자를 찾아낼 수 없었다.
--- p.172

우리는 그 누구도, 죽도록 일하며 경쟁만 하다가 마침내 늙어 죽게 되는 삶, 점점 더 일을 많이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삶, 옛날보다 더 벌어도 더 불안하고 팍팍한 삶, 누구도 믿지 못하며 각자도생을 획책하는 삶, 그리고 불행하게도 지금 우리 사회가 가고 있는 방향의 삶, 그런 삶을 원치는 않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만을 알고 목소리를 높이는 광기에 찬 무서운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오늘도 그들은 더 많은 시간을 일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하게 될 것이라며 능력주의와 무한 경쟁을 거리낌 없이 부르짖는다. 그것만이 살길이라고.
--- p.198

진정 그것만이 살길인가? 우리의 자식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세상이란 것이 피 튀기는 경쟁 사회여야 한다는 말인가? 패배하지 않기 위해 행복을 반납하고, 지켜내기 위해서 영혼을 지불해야 하는 이 불나방 같은 사회의 최종 목적지는 도대체 어디일까?
--- p.198

오래전부터 정리된 나의 여행 원칙 중의 하나는 절대로 시간에 쫓기는 여행, 몸이 피곤한 여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행을 과업처럼 수행할 수는 없다. 나에게 있어 여행이란 성취욕을 충족시키는 임무가 아니라 나의 감정을 위로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여러 곳을 둘러보는 데에 욕심을 내지 않는다.
--- p.225

그들은 다른 사람에게 더 낫게 보이려고 과장하거나 미화하거나 치장하지 않았다. 좋은 옷을 입고 기름진 음식을 먹는 것을 자기를 사랑하고 위로하는 방법이라 생각하지도 않았다. 남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애쓰지도 않았고, 무시당하지 않을 만큼 돈이 있음을 과시하려고 크고 좋은 차를 타지도 않았다. ……

“행복하게 사는 데에는 그렇게 많은 것이 필요치 않아. 하지만 행복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는 많은 것이 필요하지!”
--- p.234

있는 그대로를 내보일 용기가 있다면, 그리고 세속적인 사람들의 평판에 예민하지 않을 수 있다면, 남들이 우리를 보는 눈으로 우리 자신을 평가할 이유가 없다. 애써 태연하고 강인해 보이는 연기를 하며 살아갈 이유도 없다. 사람들로부터 칭찬과 인정에 목말라할 필요도 없다. 타인에게 마음 문을 굳게 걸어 잠글 필요가 없을 것이고, 언제나 우리와 동행하며 위협해 오는 불안에 대해서도 초연한 자세를 견지할 수 있을 것이다.
--- p.235

안전하게만 인생을 살고 나서 뭘 더 얻게 되는지 모르겠고, 실제로 그런 안전한 인생이란 것이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 청년들이건 은퇴자이건 간에, 모든 사람들이 모험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가 시도해 볼 수 있는 모험들은 도처에 널려 있고, 우리의 삶을 생기있게 이어갈 수 있도록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어 줄 것이다.
--- p.237

오직 자녀들의 안전만을 희구하여 모험과 고생을 만류하려는 부모들의 바람을 뿌리치고, 스스로 자신을 훈련시키며 열정과 젊음을 발산하려는 멋진 청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세상에는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많은 돈을 가지고도 자살에 이르는 사람이 얼마든지 있는 반면에, 지붕이 없는 집에 살면서도 채굴할 수 있는 감사와 행복이 있다. 거기에 삶의 희망이 있다!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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