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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1장. 감상적 기분 2장. 여행 3장. 늦은 저녁 식사 4장. 병이 난 그녀 5장. 첫 불 6장. 폭풍우 7장. 손님 옮긴이의 글 부록 |
저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관심작가 알림신청Sidonie-Gabrielle Cole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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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박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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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이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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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손님이지 장난감이 아니야. 솔직히 우리가 어쩌다가 이런 시대에 살게 됐는지 모르겠어! 두 발 족속, 그러니까 그와 그녀만 슬퍼하고 기뻐할 권리, 접시까지 핥아먹을 권리, 혼을 낼 권리, 자기들의 널뛰는 기분대로 집 안을 휘젓고 다닐 권리가 있는 거야? 나도 변덕이 있고 슬픔이 있다고. 나도 식욕이 있을 때가 있고 없을 때가 있어. 나도 아무도 없는 데서 호젓하게 몽상에 젖고 싶은 때가 있다고
--- p.22 “부족한 게 없다고? 잘 모르겠어. 진짜 행복할 때는 울고 싶어서 옆구리가 찌르르하고 눈앞이 흐려져… 가슴이 미어진다고 할까. 불안할 때는 확인하고 싶어져, 모두가 나를 사랑하는지, 닫힌 문 너머에 슬픔에 빠진 개가 세상 어디에도 없는지, 무슨 나쁜 일이 닥치지는 않을지 --- p.25 “흩어져 있는 펜들과 편지들 사이에서 탁, 탁, 탁 울리는 발소리는 그를 향한 것이지! 자유를 요구하는 집요한 야옹야옹 울음소리도 그를 향한 것이고. 그러면 그는 웃으면서 “문고리에 바치는 찬가”라느니 “격리된 고양이의 탄식”이라고 하지. 하지만 나의 영감을 주는 부드러운 눈빛도 오직 그를 향한 거야. 나는 그가 책상 위에 숙이고 있는 고개를 지그시 바라보며 그가 기어이 눈을 들어 나와 시선을 마주치기를 애타게 기다리지. 그리고 마침내 눈이 마주치는 순간, 충분히 예상했음에도 너무나 감미로운 영혼과 영혼의 부딪힘에 나는 황홀한 부끄러움을 못 이겨 눈을 감아 --- p.37 “고양아. 너는 멸시하기를 좋아하지만 그래도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 주는 친구지. 딴 데 쳐다보지 마! 너의 독특한 수줍음이 감추고 싶어 하는 것, 너는 그걸 약한 모습이라 부르지만 나는 사랑이라고 불러. --- p.48 “나는 이슬로 피운 향의 은빛 연기에 휩싸인 채 태양을 바라보고 앉아 있을 거야. 오래전 나의 진짜 정체였던 신과도 흡사한 모습으로. --- p.51 “오늘 아침, 그녀는 나에게 휘파람을 불었어. 나는 그녀에게 얼른 복종하고 싶은 마음에 계단 밑으로 쪼르르 달려갔지. 나는 땅딸막하고 다리가 짧고 코가 낮고 균형을 잡을 꼬리도 없어… 우리는 함께 출발했어. 유연한 나뭇가지 끝에서 마지막 남은 사과들이 흔들리고 있었어. 나의 행복한 음성, 그녀가 이따금 내지르는 기쁨의 탄성, 닭들의 헛된 노래, 마차가 바퀴 위에서 삐걱거리는 소리, 그 모든 소리가 푸르스름한 솜털 같은 안개 위에 떠돌고 있었어… 그녀가 나를 멀리 데려가지. 우리가 가는 길에는 놀라운 사건들이 차고 넘쳐. 우리는 무시무시한 대형견들을 만났어. 나의 당당한 낯짝에 그 개들은 골이 난 것 같았어. 하지만 난 단 한 번의 시선으로 그들을 잠잠하게 만들었지(뭐, 굳게 닫힌 문 때문에라도 그 개들은 어쩔 도리가 없었겠지만). --- p.148 “붉은 간과 우유로 점심을 먹고 나면 왠지 유치한 즐거움이 되살아나면서 아직 솜털이 보송보송했던 새끼고양이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배는 빵빵하고 기분은 붕 뜬 채 그에게 다가가지. 그는 검게 만든 종이를 구겨 버리고 조용한 미소로 나를 맞아줘. 그와 나는 같은 침상에 늘어져 한가로이 낮잠에 빠지지. 그가 들고 있는 종이는 언제나 내게 더없이 샘나는 것, 더없이 놀라운 것처럼 보여. 나는 그가 햇빛을 막아주려고 내미는 신문을 곧잘 앞발로 좍좍 찢어버리지. 그가 소리를 지르면 나는 기쁨에 사로잡혀. --- p.181 “나는 깨물어주고 싶도록 예쁘고 귀여운 개랍니다! 몸무게는 900그램밖에 되지 않고, 내 목걸이는 금이고, 내 두 귀는 검은 새틴에 번들거리는 고무를 덧댄 것 같고, 내 발톱은 새들의 부리 같고, 또… (멍멍이 토비를 발견하고) 어머! 누가 있었네! (정적) 제법 괜찮은데? --- p.184 |
자연과 동물을 끔찍이 사랑했던 프랑스 대표작가, 콜레트
어수룩한 불독 ‘토비’와 냉소적인 샤르트뢰 고양이 ‘키키’의 시골 일상을 그리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 그림 삽화로 고전의 풍미를 더한 국내 초역작 『토비와 키키』 인간의 욕망과 정열적 사랑, 미움과 같은 날것의 본능을 탁월하게 그려내 프랑스 독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던 고전 작가 콜레트. 사실 그녀는 시골 마을에서 나고 자라, 어렸을 때부터 자연과 동물에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강아지와 고양이는 그녀 인생을 관통하는 반려 파트너이자 영원한 뮤즈이기도 했다. 이 책 『토비와 키키』는 그런 콜레트가 깊은 애정을 담아 집필한 희곡 형식의 이야기로, 순박하고 단순한 강아지 토비와 염세적이고 거만한 고양이 키키의 프랑스 시골 일상을 담고 있다. “하등 중요하지 않은 인간들”도 한 집에 살고 있으나, 논외로 두자. 『토비와 키키』는 두 동물의 대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한낱 인간의 귀에는 “멍멍”, “야옹” 소리일 뿐이겠지만, 사실 이들은 꽤 심오하고 진지하다. “고양이는 손님이지 장난감이 아니야. 솔직히 우리가 어쩌다가 이런 시대에 살게 됐는지 모르겠어! 두 발 족속만 슬퍼하고 기뻐할 권리, 접시까지 핥아먹을 권리, 혼을 낼 권리, 자기들의 널뛰는 기분대로 집 안을 휘젓고 다닐 권리가 있는 거야? 나도 변덕이 있고 슬픔이 있다고. 나도 식욕이 있을 때가 있고 없을 때가 있어. 나도 아무도 없는 데서 호젓하게 몽상에 젖고 싶은 때가 있다고…” (키키의 말) “고양아, 너는 멸시하기를 좋아하지만 그래도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 주는 친구지. 딴 데 쳐다보지 마! 너의 독특한 수줍음이 감추고 싶어 하는 것, 너는 그걸 약한 모습이라 부르지만 나는 사랑이라고 불러.” (토비의 말) 자유, 삶과 죽음, 사랑, 우정은 토비와 키키의 단순하고도 시적인 사유를 거쳐 독자에게 전해진다. 난해한 이론이나 어려운 용어는 힘을 잃는다. 토비와 키키를 행복하게 하는 건 갓 만개한 꽃, 시원한 바람, 눈앞의 간식, 따스한 담요, 옆집의 매력적인 동물들, 그리고 한 번씩 던지는 절묘한 블랙유머.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콜레트는 강아지와 고양이의 본성을 억지로 미화하거나 도구화하지 않으면서도, 읽는 이로 하여금 주변을 돌아보게 한다. 단순한 행복을 그리워하는 어른들에게 『토비와 키키』를 권하는 이유다. 독창적인 고전 이야기 + 탁월한 우리말 번역 + 풍성하고 다채로운 삽화 20세기 초반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 콜레트의 이 독창적인 희곡을 국내 독자에게 최선의 모습으로 선보이기 위해, 생텍쥐페리와 에릭 로메르를 번역하는 등 다종다양한 프랑스 도서를 국내에 소개해 온 전문 번역가 이세진, 그리고 특유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 그림으로 팬층을 다져온 박라희가 만났다. 이러한 협업을 통해 콜레트의 1904년작 고전 희곡은 쉽고 명료한 우리말로 재탄생했으며, 무려 67점의 정성 가득한 삽화를 곳곳에 배치해 보는 맛을 더했다.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다룬 작품은 아무리 소품일지라도 그 작가의 진수를 느끼게 한다. 종종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며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동물들, 그리고 모든 것을 쓸어버릴 듯 세차게 몰아닥치다가도 어느새 물러가 화창한 풍경을 드리우는 자연은 콜레트를 통해 아주 독특하고 참신한 한 편의 희곡이 되었다. 특히 『토비와 키키』는, 첫 남편의 필명으로 자신의 소설을 발표해왔던 콜레트가 오롯이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한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의의를 가진다. 콜레트는 토비와 키키를 매개로 인간을 그리지 않는다. 토비는 그저 강아지, 키키는 그저 고양이일 뿐. 인간의 잣대로 만든 도덕관념과 상식으로 그들을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눈앞의 행복과 쾌락을 좇는 이들의 단순한 최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