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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_News from Nowhere
16 _ Intro _ 번영, 허상과 실체 사이 _ 잔 보그 18 _ Worth _ 당신의 ‘이키가이’는 무엇인가? _ 톰 챗필드 24 _ Generation _ 현재의 기쁨을 뒤로 미루는 기술에 대하여 _ 마리나 벤저민 30 _ Opinion _ 더 이상 내 만족에 집착하지 않을 때 _ 안토니아 케이스 36 _ Comic _ 행복할 마지막 기회 _ 코리 몰러 38 _ Experience _ 행복한 순간인가, 행복한 결말인가 _ 패트릭 스톡스 48 _ Sympathy _ 교감과 공명이 이루어지는 시간 _ 마리아나 알레산드리 54 _ Philosophy _ 고통 받는 자아는 실재하는가 _ 앙드레 다오 62 _ Wisdom _ 생각, 또 생각하는 당신에게 _ 나이젤 워버튼 70 _ Interview _ 기꺼이 즐기겠다, 이 부조리한 세상을 _ 마이클 폴리 84 _ Money _ 무에서 창조되는 돈의 권력 _ 데이비드 S. 오더버그 92 _ Travel _ 떠나온 곳을 비로소 알게 하는 여행 _ 안토니아 케이스 106 _ Artist _ 번영의 핵심은 ‘끊임없이’에 있다 _ 제임스 오웬 118 _ Flourish _ 나의 행복은 남의 행복과 다르다 _ 안토니아 케이스 130 _ Interview _ 맞을 수 없으면, 때릴 수 없다 _ 황진규 148 _ Thinking in pictures _ 휘휘파파, 서로의 숨을 전하며 _ 박보나 154 _ 공간이랑 _ 오늘 밤 나의 집은 어디입니까? _ 임이랑 162 _ Our Library 164 _ 13 questions |
여행자가 누릴 수 있는 기쁨 중 하나는 사람들을 반기는 법, 감사를 전하는 법, 양해를 구하는 법, 존경을 표하는 법과 같은 일상의 작은 의례에 잠시나마 서툴러지는 것이고, 따라서 그 의례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 당신의 ‘이키가이’는 무엇인가 _ 톰 챗필드 (21쪽) 아이는 성취와 획득, 개발과 상승으로 이어지는 빠른 길을 좇고 싶어 하지 않는다. 자신의 번영된 삶을 나중으로 미뤄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내가 번영을 위해 요구되는 자기 부정적 ‘근성grit’에 관하여 글을 쓰고 있다고 하자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최고가 되는 것에 관심이 없어요.” ▲ 현재의 기쁨을 뒤로 미루는 기술에 대하여 _ 마리나 벤저민 (28쪽) 러셀이 말하는 번영의 비결은 시선을 외부로 돌리는 것이다. 세상을 향해, 그리고 세상이 선사하는 많은 것을 향해 시선을 두고, 공허한 자아와 두려움과 불안에 좀 덜 집중하는 것이다. 자아 개념은 사색에나 쓸모가 있을 뿐, 자기 자신에게 매몰된 인생은 반드시 진부해지고 보잘것없어진다. 러셀은 말한다. “자만심은 일정 수준을 넘어가는 순간 자신을 위한 모든 행동의 기쁨을 죽이며, 필연적으로 무기력함과 따분함으로 귀결된다.” ▲ 더 이상 내 만족에 집착하지 않을 때 _ 안토니아 케이스 (34~35쪽) 일찍 성공했다가 정체기를 겪고 쇠락하는 인생은, 늦게 성공하는 인생보다 전반적으로 왠지 성공하지 못한 인생이라 여겨진다. 이야기가 끝나는 지점이 시작하는 지점보다 본질적으로 더 중요한 듯 보인다. 그러고 보면 사람들은 그저 행복한 순간이 아니라 행복한 결말에 가치를 두는 것 같다. (……) ‘삶의 형태’ 가설에서 드러나는 것은 우리 인생이 그저 좋은 일과 나쁜 일을 이것저것 욱여넣는 자루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인생의 유형, 말하자면 인생사의 장르도 중요하다. 형태가 적절하지 않으면 아무리 경이로운 일로 가득한 인생이라도 끝까지 살아내기엔 내키지 않는 이야기가 되고 만다. ▲ 패트릭 스톡스 _ 행복한 순간인가, 행복한 결말인가 (42쪽) 인간은 행복을 이루는 최상의 방법을 생각하기보다 다른 활동에 참여하는 데 더 잘 맞는 존재다. 놀랍지도 않다. 우리는 신체적, 사회적, 지적, 미적 욕구가 충족될 때 삶이 풍요로워짐을 경험한다. 이런 영역에서 더 커다란 성공을 거두는 일을 하면 만족감이라는 보상을 얻고, 그래서 그 일을 더 많이 추구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가만히 앉아서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까 생각하는 것은, 행복해지는 일을 추구하는 것보다 훨씬 비효율적이다. 너무 오랫동안 고민하고 있으면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번영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을 깊이 생각하는 사이, 가치 있는 활동에 쓸 시간이 사라져버린다는 얘기다. ▲ 생각, 또 생각하는 당신에게 _ 나이젤 워버튼 (64쪽) 지금 시대는 인권과 복지의 시대이고 매사에 타인이나 사회를 탓하면 되기 때문에 개인이 책임감을 가지기 어렵다. 돈이나 지위를 얻고 인정받기 위해서라면 자율성을 기꺼이 희생하기 때문에 자주적으로 살기도 쉽지 않다. 약물로 손쉬운 초월을 바라기 때문에 진정한 초월을 경험하기 어렵다. 영원한 젊음을 갈망하기 때문에 노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죽음은 더욱 받아들이지 못한다. ▲ 기꺼이 즐기겠다, 이 부조리한 세상을 _ 마이클 폴리 (80쪽) 우울한 사람의 공통점이 뭔지 아세요? 쓸데없는 생각이 너무 많다는 거예요. 내적 메커니즘이 어떻게 움직이는가 보면, 한 인간이 정신과 신체로 구성되었다면 각기 정신과 신체에 할당된 에너지의 총량이 있을 겁니다. 만약 전체가 100이라면 이 에너지를 정신과 신체에 치우치지 않게 적당히 분배하며 살아야 좋은 것이겠지요. 그런데 현대인들은 과도할 정도로 정신 쪽으로 과부하되어 살고 있습니다. 생각이 많아질수록 기쁨은 무시되고, 걱정과 두려움만 부풀려져 온 정신을 차지하죠. 할당된 에너지를 죄다 써버렸는데도 그 이상 과부하되면 우울증과 무기력이 따라올 수밖에요. ▲ 맞을 수 없으면, 때릴 수 없다 _ 황진규 (142쪽) --- 본문 중에서 |
‘삶의 형태’ 가설이 가르쳐주는 것
_ 행복한 순간인가, 행복한 결말인가? 좋은 삶을 이루는 조건이 무엇이냐 물으면 사람들은 지금 자신에게 절실한 것을 가장 먼저 최선의 조건으로 말할 것이다. 빈곤한 이들은 각자가 원하는 얼마만큼의 돈이 주어진다면 행복해질 것이라 말할 테고, 지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은 치유와 건강만 주어진다면 바랄 게 없을 거라 말할 것이다. 외로운 이들은 친구가 있는 삶, 종교가 있는 사람은 자신이 바라보는 신, 그리고 가족이 화목한 것을 최고의 좋은 삶으로 꼽는 사람도 있겠다. 《뉴필로소퍼》는 ‘좋은 삶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라는 타이틀로, 사람마다 천차만별 다를 수밖에 없는 ‘좋은 삶’의 의미와, 이것이 실제적으로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여러 각도를 통해 들여다본다. 특히 디킨대학교 철학과 패트릭 스톡스 교수는 ‘삶의 형태’ 가설을 설명하면서 두 배우의 인생을 비교하는 사례를 들고 있다. 한 배우는 데뷔하자마자 스타가 되어 부와 인기를 누리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예전만 못한 위상에 점차 배역도 줄어들며 쓸쓸히 늙어간다. 또 한 배우는 배우 인생의 초반에는 무명으로 보내야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각종 영화에 주연을 맡으며 큰 상을 받게 되는 등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다. 두 사람 중에 누가 더 행복한 사람인가? 누가 더 좋은 삶을 살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자의 인물에게 손을 들어줄 것이다. 인간은 좋았다가 후퇴하는 것보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점차 번영하는 삶을 환호하기 때문이다. 스톡스 교수는 이런 특징에서 ‘삶의 형태shape of a life’ 가설을 이야기한다. 즉 우리의 인생은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마구잡이로 섞이는 바구니가 아니라, 인생의 유형, 즉 좋은 일과 나쁜 일을 올바른 순서로 맞이하게 되었는지로 판단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다시 말해 누군가에겐 ‘행복한 순간’으로 좋은 삶을 느낄 수도 있지만, ‘행복한 결말’이야말로 인류 보편의 좋은 삶이자 지향점이기 때문이다. 좋은 삶을 산다는 것은 단순히 좋은 경험과 즐거운 사건을 만나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 일을 올바른 순서로 맞이하게 되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다시 말해 재료를 알맞게 갖추는 정도로는 부족하며, 이 재료를 알맞게 배치해야 한다는 얘기다. 가구가 그렇지 않은가. 멋진 소파 두 개와 커피 테이블을 갖췄다 해도 공간을 어떻게 꾸몄는지 역시 중요하다. (본문 42쪽) “단 하나의 목적만 추구하는 건 좋은 삶일까?” _ 나의 행복은 남의 행복과 다르다 《뉴필로소퍼》 필자들이 한 사람 한 사람 적어간 좋은 삶의 정체와 조건은 독자들에게 잊고 있었던 일상의 크고 작은 현상들을 다시금 되짚어보게 만든다. 크고 원대한 단일한 목적 하나만을 좇고 사는 사람들이 감히 이루지 못하는 ‘좋은 삶’은 어떻게 경험할 수 있을까? 어린 자녀를 데리고 일본 여행을 떠났던 철학자 톰 챗필드는 멋드러진 경치나 관광물이 아닌, 손님 쪽을 향해 끊임없이 인사하는 기차 차장의 진정성 있는 의례에 감탄한다. 그러면서 크던 작던 자신이 무언가 가치 있는 일을 하며 거기서 일의 보람을 느끼는 일본의 ‘이키가이’라는 정서에서 유럽의 인간 번영 문화와의 접점을 찾는다. 일의 규모나 영향력은 중요치 않다. 자발적이고 상대에 대한 동경과 우직함을 표하는 작은 의례들에서 개인의, 더 나아가 사회의 행복을 발견한 것이다. 버트런드 러셀은 불우했던 성장기와 청년 시절과는 달리 점점 나이가 들수록 삶의 만족감과 행복감이 충만해졌는데, 스스로 그 이유를 추적해보니 ‘예전보다 나 자신에게 덜 몰두하게 되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자아에 몰입하고, 자신의 비극적 처지에 지쳐 있던 과거에는 온통 우울과 불행뿐이었지만, 학문에 탐닉하고, 주변 사람들을 살피고, 취미활동과 각종 자선사업에 신경을 쓰니 나이가 들수록 만족스런 삶이 된 것이다. “더 많은 것에 관심을 둘수록 행복의 가능성은 커지고 운명에 덜 휘둘리게 된다”라는 그의 고백은 더 이상 내 만족에 집착하지 않는 삶의 전환을 통해 ‘좋은 삶’에 당당히 들어선 표본이 되었다. “더 많은 것에 관심을 둘수록 행복의 가능성은 커지고 운명에 덜 휘둘리게 된다. 만일 한 가지를 잃더라도 다른 무언가에 기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은 모든 것에 관심을 두기에 너무나도 짧지만, 하루하루를 채울 만큼 여러 가지에 관심을 두는 것은 좋은 일이다.” (본문 34쪽) ‘구경꾼의 정서’로 사는 청년들에게 - 권투하는 철학자 황진규 인터뷰 이번 호에는 두 명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한 사람은 아일랜드 출신의 저술가 마이클 폴리이며, 또 한 사람은 철학서를 쓰는 작가 황진규이다. 두 사람 모두 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그러나 누구보다도 세상의 이치를 진지하게 공부하는 철학 작가들이다. 마이클 폴리는 ‘번영하는 삶’이 유난히 쉬워보이는 것은 큰 노력없이도 매혹적으로 살고 있는 유명인들의 모습을 수시로 봐야하는 현 세태 때문이라 진단하며, 세상은 여전히 각종 불평등과 무책임으로 둘러싸인 부조리의 장이라 본다. 다만 “삶은 부조리다. 하지만 신성한 부조리다”라는 한 마디 말로, 즉 세상에 분노하기보다 한층 앞선 열정으로 세상의 부조리를 즐기거나 혹은 딛고 일어서길 당부하고 있다. 국내 인물 인터뷰를 새롭게 시작하며, 그 첫 주인공으로 프로복서이면서 철학하며 글을 쓰는 황진규 작가를 만난다. 한 집안의 가장이자 멀쩡히 다니던 대기업에 사표를 던지고 서른 후반으로 접어드는 나이에 프로 권투선수로의 도전을 시작하고, 마침내 프로복서로 데뷔를 한 이후엔 자신에게 흘러온 두 번째 욕망, 즉 철학하며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인생을 시작했다. 공격적으로 책을 쓰고, 동료 제자들과 철학을 토론하는 지금의 삶에 행복을 느끼는 그는, 특히 청년들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스마트폰 동영상을 보며 뭐든지 간접체험으로 인생을 시각화하는 현 세태를 ‘구경꾼의 정서’라 진단하며, 어느 정도의 노력과 위험과 비용을 들여서라도 온몸으로 체화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이다. 드라마를 시청하며 남의 연애를 보고, 먹방을 시청하며 자신의 미각을 시각으로 대치하고, 여행 유튜브로 세상을 구경하며 머무른다면 점차 현대인들은 구경꾼의 정서로 살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이는 곧 무기력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본문 131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