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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과 함께 서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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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0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536쪽 | 128*188*30mm
ISBN13 9788932924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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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아서 운이 좋았다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나는 그 단어를 사용하기에는 평생 행운과는 별 관계가 없는 사람이었다. 또 그날이 내 인생의 최악의 날이라고 말하고 싶어도 이미 나는 그보다 더한 일들을 겪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날을 이렇게 표현할 수는 있다. 그날 평생 허리케인보다 더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그 생각이 틀렸었다고.
--- p.20

하지만 나는 동물과 눈이 마주치면 어떤 인간에게서 느꼈던 것보다 더 영혼이 충만한 느낌을 받았고 바닥에 뻗어 있는 그 기린의 눈에서 본 것은 내 뼛속까지 아리게 했다.
--- p.25

아주 오랫동안 우리는 그렇게 함께 서 있었다. 기린의 따뜻한 생가죽에서 느껴지는 거친 감촉을 손바닥 전체에 온전히 느끼면서. 그러다가 손가락에 다른 혀의 감촉이 느껴졌다. 그건 야생 기린, 보이였다. 보이가 걸의 등을 넘어 긴 목을 내게로 뻗었다.
--- p.43

나는 그 감정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혹시나 그 엄청난 운명을 나도 모르게 겁을 줘서 쫓아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나는 뒤에 따라오는 패커드를 몇 초마다 계속 사이드 미러로 쳐다보았다. 마침내 그 차에 빨강 머리가 혼자 운전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때까지.
--- p.120

「동물들은 우리에겐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듣고,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알고 살아가는 그 자체로 완전한 존재야. …… 이 불행으로 가득한 세상은 인생의 비밀이란 게 과연 뭔지를 가르쳐줄 자연의 경이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어.」 그는 내 쪽을 흘끗 바라보았다. 「넌 지금 네 뒤에 정말 특별한 애들을 태운 거야. 그러니 기회가 있을 때 애들한테 그 비밀에 대해서 물어봐야 돼.」
--- p.126

「절대 안 되지, 암. 저기 있는 저놈들은 기린을 쉽게 손에 넣으려고 수상한 행동을 하는 것 같아. 보안관보 따윈 신경 쓰지 말고 얼른 여기서 빠져나 가자!」 우둔한 나는 영감이 어떻게 이런 것들을 다 아는지 비로소 이해되었다. 서커스단에서 일했거나, 어쩌면 어린 나이에 서커스단에 들어가려고 도망까지 쳤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 p.252

걸의 다정한 머리가 내 무릎 위에 있는 동안 그 감정은 내 구석구석까지 모두 급속히 파고들었고 내 마음이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완전히 잊었던 방식으로 따뜻하고, 순수하고, 다정하게 잔뜩 부풀어 올랐다. 나는 숨을 쉬는 것을 까먹을 정도로 그 몽글몽글한 감정에 푹 빠지고 말았다.
--- p.278

내가 빨강 머리 쪽을 돌아보았을 때 그녀의 눈이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그녀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 내 손 위에 그녀의 손을 올려놓았다. 생생하게 떠오른 그 모든 기억 때문에 나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그러자 그녀는 리틀록에서 그랬던 것처럼 나를 안아 주기 위해 몸을 기울였고 나는 그렇게 하도록 놔두었다. 그리고 포옹이 종종 그러듯, 다정한 어루만짐보다 더 마음의 위로가 되는 가벼운 키스로 이어졌다. 하지만 나는 그 키스가 그런 의미일 수도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그리고 심지어 알았다고 하더라도 상관없었을 것이다.
--- p.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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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책.
- 『뉴욕 타임스 북 리뷰』
재치 있고 매력적인, 마음을 따듯하게 만드는 이야기.
- 『북리스트』
역사와 허구가 완벽히 균형을 이루는 책.
- 『팝슈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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