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책상이나 계산대, 밭이나 각양각색의 단조로운 기계 따위에 매달려 따분하고 힘겨운 노동과 함께 한평생을 보낸다. 그렇게 한 푼 두 푼 모으면서 언젠가 돈이 좀 넉넉해지면 여유를 얻게 되기를 희망한다. 그러다가 드디어 그날이 온다. 주급 10달러 또는 15달러를 받게 되었다. 그럴 때 햇빛과 오렌지의 땅 캘리포니아가 아니면 또 어디로 가랴?---본문 중에서
해리가 다시 신음 소리를 냈다. 고통에서 차츰 탈진으로 진행되는 과정이 실감나게 느껴졌다. 이윽고 해리가 눈을 감았다. 토드는 노인이 베개를 이용하여 자신의 괴로워하는 옆얼굴을 더욱 부각시킴으로써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절묘한 솜씨를 목격했다. 그리고 많은 배우들이 그렇듯이 해리의 경우에도 뒤통수나 정수리 쪽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가면처럼 거의 언제나 얼굴만 볼 수 있었다. 미간과 이마, 그리고 코 양옆과 입가에 깊은 주름살이 잡힌 얼굴이었다. 오랜 세월에 걸쳐 활짝 웃거나 오만상을 찡그리는 과정에서 저절로 생긴 이런 주름살 때문에 해리는 미묘한 감정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했다. 단계적 표현이 힘들어 늘 극단적인 감정만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토드는 혹시 배우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고통을 덜 겪는다는 말이 옳은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그 문제에 대하여 한동안 곰곰이 생각한 끝에 잘못된 발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감정이나 감각은 마음과 신경의 산물이다. 그것을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그 사람이 실제로 느끼는 감정이나 감각의 강도가 약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해리는 걸핏하면 연기를 하듯이 신음 소리를 내거나 얼굴을 찡그리지만 그 역시 누구 못지않게 강렬한 고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