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천안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 국립대학교에서 논문 「1890년대 막심 고리키의 창작에서 소장르의 시학」(1999)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논문으로는 「고리키 초기 창작의 설화성」, 「고리키의 발라드 세계」, 「고리키와 니체」, 「게으른 반항아 오블로모프」 등이 있고, 역서로는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열린책들, 1989), 이반 곤차로프의 『오블로모프 1, 2』(문학과지성사, 2002) 등이 있다.
대지는 정말 굉장해. 얼마나 아름다워. 니꼴라이 이바노비치, 안 그러오? 가는 곳마다 얼마나 많은 아름다움이 그 황홀함을 뽐내고 있나 말이오. 하지만 모든 것이 우리들로부터 차단되어 있고 곁을 스쳐 날아가되 눈에는 보이질 않아요. 사람들은 그저 허우적거릴 뿐, 아는 것 하나 없고 어는 것에도 도취될 수 없으며, 또 그렇게 할 시간도, 욕망도 없어요. 대지가 얼마나 풍요로운지 얼마나 많은 경이로움이 그 대지 안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를 사람들이 안다면, 얼마나 큰 기쁨을 얻게 될까! 모든 건 모두를 위해서, 하나하나 또한 전체를 위해서, 안 그러오? --- p.310
어머니는 사방에 빽빽히 몰려든 사람들을 보고 적잖이 마음을 놓으며 있는 힘껏 소리를 쳤다. 「어제 정치범들에 대한 재판이 있었는데, 거기엔 내 아들 블라소프도 끼어 있었습니다. 그가 연설을 했지요. 그게 바로 이거랍니다! 난 지금 그걸 운반하고 있는 중입니다. 사람들이 그걸 읽고 진리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말입니다......」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에서 유인물을 잡아채 갔다. 그녀는 허공에 그걸 흔들다 군중들 머리 위로 휙 뿌렸다.
「저런다고 누가 칭찬 한 마디 해줄 줄 아나 보군!」누군가가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는 사람들이 제각기 유인물을 낚아채 가지고는 품속이며 호주머니 속에다 감추는 것을 보았다. 이것을 보고 그녀는 다시 흔들림 없이 꿋꿋하게 섰다. 한결 침착해지고 굳세어진 그녀는 자기 자신을 바작 긴장시키고, 자신 안에서 각성된 자부심이 자라나고 있음을 느끼면서 꾹꾹 참아 왔던 기쁨이 갑자기 최고조에 달했다.
「뭣 때문에 내 아들과 그의 동지들이 재판을 받았는지, 여러분은 알고 계십니까? 제가 모든 걸 말씀드리겠습니다. 에미의 진심을 믿어 주십시오.」 「빈곤과 굶주림, 그리고 질병, 이따위 것들이 바로 사람들이 죽어라 노동해서 받는 대가입니다. 모든 게 다 우리를 못잡아먹어 안달이어서, 우리는 매일매일 노동과 진흙 구덩이, 그리고 사기 속에서 우리의 생명 전체를 죽여 가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 다른 사람들은 우리의 노동을 가지고 마음껏 즐기고 배불리 처먹으면서도 쇠사슬에 묶인 개처럼 우리를 무지 속에 묶어 두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실 아는 것도 하나 없고, 언제나 벌벌 떨며 살아와 모든 걸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밤이 바로 우리의 삶이었습니다. 칠흑 같은 밤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