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어떤 사람이 젊은 시절에 1파운드를 훔쳐서 그 돈을 엄청나게 불리는 데 사용했다면, 그는 얼마를 도로 내놓아야 하는 것일까, 그가 훔쳤던 1파운드, 아니면 그것에 복리 이자를 계산하여 더한 금액, 아니면 그의 엄청난 재산 전부? 평신도가 세례를 받는데 말씀이 있기 전에 물을 부어 버리면 그 아이는 세례를 받은 것일까? 생수로 세례를 받아도 유효한가? 산상 수훈의 진복팔단(眞福八端) 중 첫 번째가 마음이 가난한 자에게 천국을 약속하는데, 두 번째로 마음이 온유한 자에게 땅을 약속하는 건 무슨 영문인가? 예수 그리스도께서 육신과 피, 영혼과 신성으로서 빵에만, 그리고 와인에만 계신다면, 왜 성체 성사는 빵과 와인 두 종류로 집행되는 것인가? 축성된 빵의 작은 조각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든 육신과 피가 들어있는 것인가, 아니면 육신과 피의 일부만 들어 있는 것인가? 축성된 이후에 와인이 식초로 변하거나 빵이 상해 버려도 예수 그리스도는 여전히 신으로서, 또한 인간으로서 그 안에 현존하시는 것인가?---p.144
그는 갑자기 그녀로부터 돌아서서 해변을 가로질러 가기 시작했다. 두 볼이 화끈거렸다. 몸도 불타고 있었다. 사지는 떨렸다.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그는 모래밭 저 멀리로, 바다를 향해 미친 듯이 노래를 부르며, 그를 향해 외쳐 부르던 삶의 도래를 맞이하기 위해 외치며 계속 걸어갔다.
그녀의 이미지가 그의 영혼으로 영원히 들어왔고, 어떤 말로도 그가 느끼는 황홀경의 거룩한 침묵을 깨뜨릴 수 없었다. 그녀의 눈은 그를 불렀고 그의 영혼은 그 부름에 날뛰었다. 살고, 실수하고, 타락하고, 승리하고, 삶으로부터 삶을 재창조하는 것이다! 야성의 천사가, 인간의 젊음과 아름다움을 지닌 천사가, 삶의 아름다운 궁정에서 보내온 사절(使節)이 그에게 나타나, 황홀의 순간에, 모든 과오와 영광의 길로 이르는 문들을 그에게 열어젖혀 보여 준 것이다. 가자 가자 가자 가자!---p.232
─ 집에 책이 한 권 있어. 스티븐이 말했다. 네 질문보다 더 재미난 질문들을 적어 놓은 책이야.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으면서 나는 내가 설명하려고 하는 미학 이론을 발견했어. 내가 스스로 내놓았던 질문들은 이런 거야. 「잘 만들어진 의자는 비극적인가 희극적인가? 내가 모나리자의 초상화를 보고 싶어 한다면 그 작품은 좋은 것일까? 필핍 크램턴 경의 흉상은 서정적인가, 서사적인가, 극적인가? 똥이나 어린애나 이같은 것도 예술 작품이 될 수 있을까? 아니라면, 왜 그럴까?」
─ 왜 그런데, 정말? 린치가 웃으면서 말했다.
─ 「어떤 사람이 화가 나서 나무토막을 마구 난도질했는데」, 하고 스티븐이 말을 이었다. 「그렇게 해서 소의 모양을 만들었다고 해봐. 그것은 예술 작품일까? 아니라면, 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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