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퀼트, 퀼트

퀼트, 퀼트

: 양선미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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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6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92쪽 | 389g | 145*207*17mm
ISBN13 9788972757009
ISBN10 8972757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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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양선미
1967년 대전에서 출생했다. 별 특징 없는 여학생들이 그러는 것처럼 막연하게 선생님이 되고 싶어 목원대학교 국어교육과에 입학했으나, 교사가 될 자질도 실력도 부족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에만 만족해야 했다. 다행히 소설에 눈을 떴고 기적처럼 1998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차를 타고 안개 속으로」가 당선되는 행운을 얻었다. 소설에 중독되어 밤을 낮처럼 낮을 밤처럼 살았다. 그 결과 장편소설 『문주』와 소설집 『맛동산 리시브』를 세상에 내보냈지만 문득 소설 쓰기에 한계를 느꼈다. 공부를 하면 나아질까 싶어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 들어갔으나 해답을 찾지 못해 우물쭈물하는 사이 박사과정까지 마치게 되었다. 지금은 그간 읽었던 모든 책들이 잘 소화되어 온몸으로 퍼지기를 기대하며 밤과 낮을 소설만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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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홍색 피를 흘리며 허공을 응시하던 그의 눈이 떠올랐다. 잠깐 습한 기운을 띠며 흔들리던 눈빛이. 까무룩 꺼져가는 그의 영혼을 바라보던 내 안에서 요동치던 당혹감이 아직까지 내 안 어딘가에서 떠도는 게 느껴졌다. 자꾸 뿜어져 나오려 하는 눈물까지도. 만약 그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래서 방향을 틀지 않고 그대로 도로를 달렸더라면, 그는 무사히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었을까. 횡단보도를 건너 내 집까지 찾아왔을까. 짐작이 되지 않았다. 그를 보는 순간 돌연 끓기 시작한, 나 자신도 감당 못 할 맹렬한 적의는 어디에서 떠돌던 슬픔이었을까. 자동차 불빛에 놀라던 그의 검은 얼굴, 허공에서 잠깐 빛나던 담배의 불빛은 혹시 꿈이 아니었을까.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기다렸다는 듯 반짝 투명한 알갱이 하나가 볼에 와 부딪혔다. 비인 것 같았다. _「조서」 33쪽

영우는 담 쪽으로 걸어갔다. 노인이 떨어졌다던 곳을 바라보았다. 땅이 까맣게 죽은 건 피 때문일 터였다. 그 옆으로 플라스틱 소쿠리에 수북하게 담긴 홍시가 보였다.
“하이고 홍시 좀 봐라. 내다 팔 작정이었나, 많이도 땄네, 제길. 여름 내내 감꽃 땜시 지저분해서 살 수가 없다고 원명학교에 쫓아가서 그렇게 뭐랬쌌더니 아, 막상 홍시가 열리니께 먼 걸신들린 사람처럼 따대더라니께.”
영우는 담 건너편을 바라보았다. 운동장에 아이들이 가득했다. 아이들은 우우우 뛰어가거나 떼를 지어 걸어갔다. 손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분명 지난 저녁에 있었던 일들을 떠들어대고 있을 터였지만 늘 그랬듯 원명학교의 운동장은 정적에 싸여 있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소리만 가끔 들려올 뿐이었다. 왜 그랬던 것일까, 영우는 생각했다. 슈퍼 주인에 의하면 노인은 몇 년 전 약을 먹었다. 응급실에서 위세척을 하고 며칠을 입원한 끝에야 겨우 살 수 있었다. 퇴원을 한 뒤로는 그렇잖아도 잘 열리지 않던 말문을 아예 닫아버리고 말았다. _「홍시」54~55쪽

“그럼 나도 밖에서 잘란다.”
타협의 여지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말투였다. 어찌나 화가 나던지 아버지가 아니라면 한 대 때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러곤 그만이었다. 아버지는 미련 없이 돌아섰고 정말로 처마 밑에 쪼그리고 앉았다. 개와 사이좋게 어깨를 맞댄 꼴이 영락없이 노숙자였다. 도저히 이해 못 할 사람이라고 나는 몇 번씩이나 속으로 욕을 했다. 결국 소리 나게 현관문을 닫은 후에 나는 집 안으로 들어와버렸다, 옷을 갈아입고 양치를 하고 몸에 밴 냄새를 닦아내면서부터는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욕들을 삼키지 않고 내뱉었다. 딱히 아버지에게로 향한 것만은 아니었다. 나는 어느새 해피를 풀어준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_「어디를 달리고 있을까, 해피는」 83쪽

“자니.”
꿈을 꾸듯 그가 물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생각의 단면들을 퍼즐 조각처럼 아주 잘게 자를 수 있었으면 좋겠어.”
“…….”
“파인 홈이 맞닿을 때마다 전혀 다른 생각들이 가지를 뻗어나가면 참 재미있을 거야. 퀼트처럼 말이야.”
“가끔 말이 안 되는 일들이 생길지도 몰라.”
“말이 안 되면 어때. 또 그냥 그대로 사는 거지. 왜 계획 없는 여행처럼 말이야. 그때그때 닥치는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거야. 버스를 타고 가는데 펑크가 났어. 그럼 걷는 거야. 걷다가 지치면 길바닥에 주저앉아 있고. 그러다 힘이 나면 다시 걸어. 배가 고프면 아무 데나 들어가서 눈에 띄는 걸 먹고. 재수 없어서 배탈이 나면 병원에 갈 수도 있고, 가게 한쪽에 쪼그리고 앉아 배를 움켜잡고 한없이 앉아 있을 수도 있겠지. 그러다 심심하면 다시 걸어. 걷는데 저쪽에서 버스가 오면 올라타. 올라탔는데 아까 탔던 버스의 승객들이 이번에는 다 이 버스에 있는 거야. 분명히 행선지가 다른데. 그런데 또 펑크가 나. 문득 시계를 봤는데 아까 펑크가 났던 시간에서 멈추어 있는 거야. 그럼 생각하겠지. 어떤 시간이 진짜이고 어떤 시간이 가짜일까. 하지만 그게 뭐가 중요하겠어.”
어이가 없어 하품이 날 지경이었다. 이따위 생각들을 하느라 잠도 못 자고 바닥이 꺼지도록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었단 말인가. _「퀼트, 퀼트」 98~99쪽

감시카메라의 설치는 대성공이었다. 504호의 말마따나 로즈빌의 시세가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는데 하루하루 신기록을 갱신했다. 읍내의 평균 상승률은 따돌린 지 벌써 오래였고 마지막으로 로즈빌에 안착한 401호의 경우에는 불과 6개월 만에 두 배의 차익을 실현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집을 사고자 하는 사람들이 로즈빌을 찾았다. 그러나 상승 기세에 놀란 주민들이 더 큰 차익을 예상하고 내놓았던 매물마저 다시 거둬들였기 때문에 여전히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 로즈빌은 점점 더 한가로워졌다. 주민들은 자신들의 주거지가 한결 쾌적해진 것을 실감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주민들은 빌라 주변을 걷거나 계단을 오를 때, 문득문득 근원을 알 수 없는, 이해할 수 없는 낯선 감정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건 심심하달 수도 있고 섭섭하달 수도 있는, 어쩌면 허전하달 수도 있는 것이었다. 물론 셋 다 아닐 수도 있었다. 어쨌거나 주민들은 몸 한구석 어디에선가 느껴지는 가려움의 부위를 찾지 못해 애쓰는 사람들처럼 가끔씩 어깨를 으쓱대거나 고개를 흔들거나 공연히 옆구리를 긁어대며 출근을 하고 퇴근을 했다. 물론 호기심 강한 누군가는 원인을 알아내려 애를 쓰기도 했다. 그러나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어느 날 오후, 603호가 8개월 된 딸의 가슴을 다독거리다가 문득 아기를 재우는 일이 이전과 달리 매우 수월해졌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동시에 점심때만 되면 나타나 대책 없이 확성기의 볼륨을 높이던 생선 장수가 무슨 이유에선지 이즈음 통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지만 그 역시 낯선 느낌과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6월이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에 발생한 음식물 쓰레기 사건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노여움이라기보다는 어쩌면 모처럼의 이야깃거리에 대한 흥미의 표현일지도 몰랐다. _「풍경의 안쪽」 202~203쪽

김 선생의 시선이 여자의 오른쪽 주머니에 와 닿았다. 여자는 서둘러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 휴대전화를 잡았다. 간헐적으로 요동치던 진동이 이내 멈추었다.
“제발 조심 좀 해. 한 생명 한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몰라! 네 아기 같으면 이렇게 내동댕이치겠어?”
손에 달라붙은 알들을 신경질적으로 떼어내며 김 선생은 다시 한 번 화를 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일을 하면 대체 무슨 일은 할 수 있겠냐, 라고 말할 때의 그는 분명 무심코 내뱉은 자신의 말을 후회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눈에 띄게 표정을 누그러뜨리며 아무튼 조심하라는 말로 일을 마무리하는 것을 보면 틀림이 없었다. 그는 상식적인 사람이었지만 남의 상처를 덧나게 할 정도로 악의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여자는 고개를 숙였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은 계속되었다. 강에서 돌아온 사람들은 연어를 암컷과 수컷으로 분리했고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은 배를 갈랐다.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여자 옆에 서서 여전히 알을 향해 수컷의 정자를 쏘아댔다. 여자는 바닥에 놓여 있던 호스를 들어 조금씩 물을 흘려보냈다. 붉은 모래처럼 박혀 있던 알들은 작은 물살에도 쉽게 쓸려나갔다. _「연어가 돌아오는 계절」 231~232쪽

바람이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먼 곳에서부터 들려오던 소리는 빠르게 명옥에게까지 전해져왔다. 집 안의 모든 문이 열린 듯 요란한 소리가 여기저기서 일어났다. 냉기가 몸속 깊은 곳까지 스며들었지만 명옥은 침대에 누운 채 여전히 움직일 수 없었다. 해가 뜨는지 방 안의 물건들이 서서히 제 몸을 드러냈다. 손을 뻗어보았다.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았다. 뻐꾸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여섯 번이었다.
(……) 딴엔 재미있는 농담을 했다고 생각했던지 세헌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명옥은 잔뜩 부푼 배를 내려다보았다. 지금이라도 빵, 터지면 매직풍선에서처럼 퍼즐 하나가 튀어나올 것 같았다. 스위트 홈을 완성시키기 위한 마지막 조각이. 코트를 입으며 명옥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보풀 같은 눈들이 온통 도시를 덮고 있었다. _「브라보, 스위트 홈」
---pp.271~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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