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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뒷면을 걷다

[ 초판 부록: 『달의 뒷면을 걷다』 스티커(삽지) ] 순정만화XSF소설 시리즈-03이동
리뷰 총점10.0 리뷰 18건 | 판매지수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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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0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326g | 130*207*14mm
ISBN13 9791188547401
ISBN10 1188547402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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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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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안에서 자다 깨다 배가 고프면 요기를 해가며 루나로드를 따라 계속 남쪽으로 향했다. 다이가 남쪽으로 달려감에 따라 하늘에 떠 있는 지구 역시 천천히 지평선을 향해 간다. 지구인들의 표현대로라면 마치 ‘달이 지듯이’. 문득 다이는 웃음 지었다. 열여덟 살이 될 때까지 다이는 지구 출신의 여러 선생님에게 수업을 받았다. 그들 중 상당수는 지구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지 않고 늘 비슷한 자리에서 모양만 바뀐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 p.26

다이는 가볍게 심호흡을 하고 가방을 열어 얇은 이불처럼 보이는 천 무더기를 꺼냈다. 그리고 달 모형을 향해 다가가며 제 몸보다 더 커다란 현수막을 펼쳐 머리 위로 휘둘렀다. 표준중력의 1/6밖에 되지 않는 이곳에서 있는 힘을 다해 휘두른 현수막은, 다이의 키 높이 두 배 가까이 높이 떠올랐다가 달 모형 위로 천천히 내려앉았다. 지구에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달의 뒷면 위로 ‘달은 지구의 쓰레기통이 아니다’라고 적힌 새빨간 현수막이 펼쳐졌다. 그리고 다이는 행복하고 얼빠진 표정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부유한 관광객들을 향해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달은! 지구인들의! 쓰레기통이! 아니야!”
--- pp.38~39

달 거주법이 공포된 후 지구에서 온 친구들이 모두 떠나가고 갓난아기였던 라테를 포함해 고작 다섯 명만이 남은 학교에서, 다이는 지긋지긋할 정도로 같은 말들을 들어왔다. 너희는 월인이라 몸이 약하다고, 너희는 월인이라 지구에 갈 수 없다고. 평생 이곳, 달을 떠날 수 없다고. 무엇이 되려고 굳이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그 다정한 걱정 같은 말 뒤에 숨겨진 의미를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어리숙하지는 않았다. 너는 월인이니까 아무것도 할 필요 없다, 그 무엇도 될 수 없다는 그 잔혹한 단정을. -
-- p.54

그 무엇도 뿌리를 내리지 못한 곳.
예정된 소멸을 향해 수렴하는 곳.
이곳 달이라는 거대한 감옥에서 월인으로 태어난 아이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단 둘 뿐이었다. 고독 속에서 절망하거나, 우주암으로 죽어가거나. 어느 쪽이든 소멸을 향해 달려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 p.81

“중력이 표준중력의 1/6밖에 안 되고 지구도 달도 보이지 않고. 달의 앞면과는 달리 지구와의 통신도 원활하지 않아서 달의 앞면에서 통신선을 끌어다가 연결하는 상황이고. 그런 모든 상황이 이곳에 머무르는 이들에게 아주 고립된 기분을 느끼게 한단다. 지구에서 버림받은 것 같고, 영영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은 기분 말이다. 그러다 보면 환각을 보거나 미쳐버리는 거지. 옛날부터 지구인들은 달의 위상 변화와 정신질환이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잖니. 그래서 정신질환을 가리키는 말 중에 루타틱lunatic이라는 말도 있고. 이곳에서 환각을 보거나 발작을 일으키는 걸 그런 미신과 연결 짓는 사람들도 없지 않고…….”
“할아버지, 내 생각에는…… 지구인들은 아직 우주에 나올 준비가 안 된 것 같아.”
--- p.105

문득 이 달에서, 처음으로 갓 태어난 생명을 안아보았던 그때가 떠올랐다.
그 아이에게 디오티마라고 부르던 순간의 마음도.
“내가 네게 바란 것은 단 하나 뿐이었단다.”
그것은 이 달에서 시작하여 다시 미래로 나아가는 것. 지구에서 태어나, 지구에 마음의 탯줄을 남겨둔 채 달에 도착하여, 때로는 숨을 거두는 그 순간까지 지구를 그리워하는 사람들과 달리, 그 다음을 바라보는 사람이 되는 것. 그 누구도 앞선 발자국을 남기지 못한 세계에서 오직 자신의 지도를 만들어 걸어가는 것.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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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교정의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를 오마주한 전혜진 작가의 《달의 뒷면을 걷다》는 ‘SF’와 ‘순정만화’의 스펙트럼을 섞고 교차하고 확장한다. 천체물리학을 기반으로 확장한 상상력이 SF가 얼마나 순정만화다울 수 있는지, 순정만화가 얼마나 SF 같은지 보여준다. 장르 이해의 저변을 넓히는 의미에서도 귀한 텍스트라고 감히 표현하고 싶다.
- 임수연 (〈씨네21〉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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