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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생각 사는 핑계

[ 양장 ] 매일과 영원-11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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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0월 3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128*188*17mm
ISBN13 9788937419614
ISBN10 8937419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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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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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굿즈를 만드는 이유는, 출판사가 내 굿즈를 만들어 주지 않아서가 아니다. 내가 부지런해서도 아니다. 돈이 많아서도 아니고, 나를 너무 사랑해서는 더더욱 아니다. 무언가를 사는 행위에 중독돼 있었던 나는 물건이 가진 고유의 힘을 믿는다. 아니 맹신한다. 물건에 깃든 순간을 믿는다. 그 물건이 소환해 줄 단단한 추억을 믿는다. 대전에서 튀김소보로를 사고, 제주에서 감귤초콜릿을 사는 것처럼. 해외에서 도시의 이름이 박힌 마그넷을 사는 것처럼. 냉장고에 붙어 있는 것 말고는 도통 쓸모가 없지만, 가끔 시선을 두는 것만으로도 그 물건을 골랐을 때의 순간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그 힘.
--- pp.27~28 「덤이지만 완전한 하나」중에서

지금 생각해 보면 아홉 살의 경진이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사건을 저지르지 않으면 재미있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선언하고 수습하자. 뻔뻔하게 살자. 공약을 어기고도 시장 상인들에게 악수하러 다니는 정치인처럼. 어차피 인간은 하루에 평균 세 번 이상 거짓말을 한다. 나의 다짐과 선언이 하루에 몇 번 하는 가벼운 거짓이 된다 해도, 생각해 보면 괜찮은 것 같다. 지금 당장은 그것이 거짓말일지라도, 내가 그것을 진짜로 만들 힘이 있다면, 그것은 아주 비밀스럽고 아름다운 예언이 된다.
--- pp.52~53 「진실한 구라」중에서

뉴아이패드는 새로운 방식으로 지금 전설이 되어 있다. 최초로 레티나를 넣어서가 아니다. 6개월 만에 애플이 단종시킨 최초의 제품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 그것에는 아이패드와 토사구팽을 합친 멸칭, 일명 토사구패드라는 별명이 붙었다. 비극적인 건, 그 토사구패드를 산 게 나라는 사실이다. 생각할수록 분했다. 내 주변에는 내 추천으로 토사구패드를 산 친구들이 무려 세 명이나 되었다. 나는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었다.
“미안해.”
“아니야…… 나 잘 쓰고 있어.”
이런 말을 하면서 우리는 서로를 위로했다. 지금도 새로운 아이패드가 출시될 때마다 테크 유튜버들은 설명한다.
“여러분 토사구패드가 될까 봐 걱정되시죠?”
나의 뉴 아이패드는 이렇게 매년 애플의 신제품 출시 때마다 조롱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게 아니다.
--- pp.82~83 「가졌던 것들이 자꾸만 사라진다」중에서

작가로서 쓰면서 느끼는 게 있다면, 내가 포기하지 않는 이상 이 글들은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 살아 있다. ‘쓰다 만 글’이라고 해서, 실패작들이 모여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확신이 든다. 미완성이기 때문에 ‘미지의 걸작’이 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밤중에 나처럼 풀리지 않는 글을 계속해서 붙잡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이야기하고 싶다. 아무리 오랜 세월이 걸리더라도 이 글들은 반드시 무언가 될 수 있다는 것에 더 큰 희망을 걸자. 시작한 것이 나였으니, 분명 멋진 끝맺음도 내 두 손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몇 년 뒤 이 글들은 모두 내 두 손에서 독자의 두 손으로 옮겨 갈 거라고, 나는 확신에 확신을 더하여 당신에게 감히 나의 ‘실패’를 전하고 싶다.
--- pp.112~113 「폴더 이름 쓰다 만 글」중에서

그렇게 나는 마음고생을 할 때마다 나를 위한 선물을 사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놈의 마음고생을 매일 했다는 것이다. 얼마나 나를 위한 선물을 많이 샀는지 나중에는 12월이면 소멸 예정이라는 포인트로 한 매장에서만 4만 원짜리 파우치 선물을 받기도 했다. 어리고, 별다른 취미도 없었던 나는 불행히도 나를 위로하는 방법을 몰랐다. 오로지 소비밖에는. 그때는 내가 사랑해 마지않던 글쓰기가 일이 되어 버리면서, 소비는 유일하게 나를 지탱해 주는 쉼터가 되었다. 비록 내 삶에는, 통장에는, 구멍이 나기 일쑤였지만.
--- pp.120~121 「백세권에 산다는 것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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