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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장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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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장의 사진

: 내 마음의 사진첩에서 꺼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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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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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4년 04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27쪽 | 406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46414624
ISBN10 8946414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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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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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은 집안에서도 기념할만한 일이었던 모양이다. 인화지 이면에 아버지가 써놓은 듯한 글씨가 적혀 있다. 사진 속에는 지금의 나보다 어린 어머니와 입을 야무지게 다문 젊디젊은 아버지가 서 있다. 아버지가 손을 얹고 있는 앞가르마의 계집아이가 막 여덟 살이 된 나다.

지난 기억의 대부분은 사금파리처럼 조각조각인데 삼십 년 전 그날의 기억만큼은 너무도 선명하다. 초등학교 입학이란 행사는 연년생인 동생을 얻고부터 두 살도 되지 않아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언니’라는 부담감보다 훨씬 컸다. 그날 아침에도 엄마는 내 머리를 땋아내리면서 “이제 정말 넌 큰언니가 된 거다”라는 말로 지레 겁을 주었다. 우리가 살고 있던 골목에서 초등학교 입학생은 나와 미음 둘뿐이었지만 입학식을 따라나서는 가족들의 부산스러움에 아침부터 골목이 시끄러웠다.

사진 속에서는 학교 운동장에 오합지졸로 모여 서 있던 신입생들이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는 학교 운동장이 대충 정리될 때를 기다린 후에 학교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박았다. 오층짜리 학교 건물의 반이 나왔다. 육학년 민방위 훈련 중에 내가 부대 자루를 타고 내려왔던 창은 잘려나갔다. 조직이 엉성한 면직물과의 마찰 때문에 한쪽 팔꿈치가 모두 까졌다. 사진 속 텅빈 운동장에는 화생방 훈련으로 비닐 봉지를 쓴 아이들이 열지어 앉아 있었다.
--- 본문 중에서
언제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중학교 이학년 때부터 살았던 강경집의 마당귀에 있는 수돗가에서 찍은 사진이다. 어머니 아버지와 셋째누나가 앉았고 이십대 중반의 나와 이미 오래 전 하늘나라로 떠난 막내누나가 뒷줄에 엉거주춤한 자세로 몸을 구부리고 있다. 이미 출가해 대처에서 살던 막내누나와 십리 밖 채운면에 살던 셋째누나가 합세한 걸로 보건대 가족이 모두 함께 모일 무슨 축일(祝日)이었을 것이다. 반팔셔츠의 단추까지 풀고 있는 내 차림으로 보아서 계절은 여름이다. 여름빛이 눈부셔 모두 실눈을 뜨고 있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그래. 어머니 생신날이었을 거야.

나는 한참이나 사진을 보다 말고 소리 내어 중얼거린다. 사진은 누가 찍고 있을까. 카메라가 귀할 때인데 누가 카메라를 구해가지고 온 것일까. 출가한 누나들도 사는 게 다 쓸쓸하고 가난했으니 카메라를 구해온 건 아마 강경읍사무소에 다니던 셋째 매형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사진에 찍힌 건 다섯 사람이지만 내 눈엔 카메라를 들고 있는 마당 가운데의 셋째매형도 환히 보인다.

자, 찍어요. 하나, 두울, 셋.

키는 좀 작지만 깎은 밤처럼 단단하고 날렵해 뵈는 셋째매형의 낭랑한 목소리도 환히 들린다. 그런데 큰누님과 둘째누님은 어디 있을까. 유복자까지 포함해 어린 것 셋을 혼자 길러낸 둘째누님은 서울에서 내려오지 못한 게 틀림없다. 큰누님도 사는 게 바빠 내려오지 못했을는지 모른다. 그게 아니면 셋째누님과 혹시 언쟁이라도 하고 속이 뒤집혀 사진을 안 찍겠다고 고집을 부렸을 수도 있다. 셋째누님의 표정이 뭔가 짜증과 울화를 참고 있는 것 같아 불현듯 그런 상상이 든다.
--- 본문 중에서
내가 일곱 살, 내 동생이 네 살 때니까 1969년 겨울이었다. 아버지는 서울로 돈 벌러 가시고 어머니와 우리 세 자매는 아버지 오시기만 손꼽아 기다리며 살았다. 시골에서는 겨울에 ‘대사’를 많이 치렀다. 결혼하는 걸 우리는 ‘대사 친다’고 했는데 봄부터 가을까지 농사 지은 걸로 그렇게 큰일을 치루는 것이다. 그날도 마을 어느 집에서 혼례식이 있었던 날이다. 혼례식이 있는 날이면 읍내에서 사진 찍는 사람이 왔다. 사진 찍는 사람이 검은 연미복 같은 것을 입고 자전거를 타고 오면 그날은 ‘대사 치는’ 집 뿐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사진사를 불러다가 가족사진을 찍기도 했다. 아버지가 안 계셔서 가족사진을 찍을 수는 없고 언니는 어디를 갔는지 보이지 않고(아마 대사 치는 집 마당을 동무들하고 휘젓고 다니고 있었을 게다) 그래서 어머니는 할 수 없이 나와 내 동생만을 사진쟁이 앞에 세웠을 것이다. 사진사가 우리 어머니더러도 우리들과 함께 찍으라 해도 어머니는 한사코 사양했을 것이다. 사진 속에 어머니는 보이지 않지만 지금 내 기억 속에 어머니는 사진사 옆에 서서 ‘아버지 없이 크는 짠한 엄마 새끼들’을 바라보고 계신다. 사진 삯으로 어머니는 그해 농사지은 산두쌀 몇되를 사진사에게 퍼주었던 기억도 어제 일인 듯 선명하다. 산두쌀이란 논이 없는 사람들이 밭에다 심는 일종의 밭벼다. 논이 없으면 아예 쌀밥을 먹을 수 없고 아무리 논이 없는 사람이라도 평소에는 쌀밥 못먹어도 제사는 쌀밥으로 지내야 하니 그렇게 밭에다 벼를 심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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