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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로 그린 그 진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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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로 그린 그 진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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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4년 04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229쪽 | 406g | 153*224*20mm
ISBN13 9788990832023
ISBN10 899083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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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쁜 딸들 얻느라고 결혼했었다고 생각해라. 애들은 에미가 건강하면 절로 건강해지는 거니까. ‘불쌍하다’는 생각도 할 것 없고 남의 집과 비교해서 기죽을 것도 없어. 이제 너는 너 하고픈 일을 마음껏 하면서, 너보다 더 힘든 사람들 도와주면서 한번 멋지게 살아봐. 그러다 또 너의 진짜 짝을 만날 수도 있는 거구.”남들은 이혼 얘기가 나오면 친정어머니가 먼저 절반은 죽여놓는다는데 나의 어머니는 일상생활 면에서나 정신적으로 나의 가장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주셨다. 생물학적인 모녀관계를 넘어서 같은 여자로서의 유대를 느끼게 하는 어머니가 얼마나 계실까? 어머니께서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요년아, 에미가 육신이 멀쩡해서 애라도 봐주니까 오래 살라고 하지, 병들어서 누워봐라. 그때, ‘저 늙은이 왜 안 죽나’ 소리나 하지 말아라.”웃는 얼굴로 다가올 날의 상황에 미리부터 쐐기를 박으시는 우리 어머니 속에는 도대체 뭐가 들었을까?
---pp. 59-60
나는 하마터면 승려가 될 뻔한 일이 있었다. 아니, 불행하게도 그 기회를 놓쳤는지도 모른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자 아버지는 심각하게 나를 불문으로 보낼 작정을 했다. “부처님의 가피로 여덟 자식을 두었는데 한 자식만은 부처님 앞으로 보내야 하지 않겠느냐. 장남을 보낼 수도 없고 차남을 보내야 되겠다.”어머니는 반대했고, 나는 완강히 저항했다. 죽어도 문학을 해야 되겠다는 것이 내가 내세운 이유였다. 그러나 이제 솔직히 말하건대, 남자로 태어나 사랑 한번 못해보고 일생을 마쳐야 한다는 사실의 억울함을 나는 견딜 수도, 참을 수도 없었던 것이다. 아, 그때의 세상 물정 몰랐던 순진무구했음이여. 지금처럼 환히 알 수 있었다면 어찌 그 길을 마닸을까. 여러 말로 설득을 하던 끝에 “만해 선사처럼 승려 생활을 하면서도 문학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말을 아버지는 했고, “그런 분은 몇백 년 만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한 분이잖아요?” 하는 내 대꾸에 아버지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하고는 그 일을 단념하게 되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그때 그 길을 가지 않았음이 문득문득 생각남은 무슨 연고일까.
---pp. 13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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