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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레레

미제레레

: 김안 시집

문예중앙 시선-034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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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7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236g | 125*204*10mm
ISBN13 9788927805625
ISBN10 892780562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김안
197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4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했다. 인하대학교 한국어문학과를 졸업했고, 동 대학원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시집으로 『오빠생각』이 있다. 현재 《현대시》 편집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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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는 육식에만 힘쓸 것이다.
입 앞에 놓인 말들만 게걸스럽게 먹을 것이다,
하면
나는 이타적인 사람입니다.
음절을 늘리듯
혀를 늘려 땅바닥에 질질 끌고 다니는 개구리처럼
입이라는 장애를 포기하겠다,
하면
나는 유능한 사람이겠지요.
그래서 내 울음의 몽리면적은 허락될 리 없습니다.
사람,
저녁이 오면 퇴근을 하고, 퇴근을 하면 취합니다.
취하면 당신이 내 손을 잡아주시겠습니까?
이 손은 잡자마자 폐허입니다. 몸이라는 테두리도 사라지겠지요.
왜 사람이어야 합니까,
밥을 짓고 청소를 하고 사랑을 나누는 모든 것이.
왜 군중들은 범죄자에게
네가 사람새끼냐,
라고 외칩니까, 언제 한 번 사람인 적이 있었다는 듯이.
그들을 향해
노동하는 시체,
라고 말한 이는 아직 살아 있습니까?
이곳에서 만족하려면 쥐새끼보다 더 쥐새끼가 되어야 하지,
라고 말한 이는 쥐새끼입니까?
아직도 죽은 자들은 죽은 자들을 묻지 못하고
나는
다리 사이
포낭 속 모든 씨에
검정 꼬리가 생길 때까지
자위하고 확인할 뿐입니다.
가장 소란스럽고 가장 사나운 평화 속에
강은 썩은 모액으로 가득하고
나의 병은 더 이상
자라나질 않습니다.
---「사람」

당신과 나를 생각한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딸을 생각한다. 가정과, 가정의 행복과, 국가라는 평화와, 평화의 공포를 생각한다. 담당의는 말이 없는 사람이다. 보이는 것의 목소리를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것의 낯익은 얼굴을 생각한다. 말한다. 만진다. 국가의 본능을 생각한다. 마음의 기슭에선 대기와 피가 망각된다. 당신이 사라진다. 사라진 당신을 만지면 손톱 끝에 핏방울이 맺힌다. 핏방울을 머금고 연한 잎이 돋는다. 담당의는 나의 동공 속으로 붉은 빛을 쑤셔 넣는다. 당신의 작고 동그란 입술을 생각한다. 이 가정 속에 당신이 뚫어놓고 간 구멍을 생각한다. 구멍 속에서 손을 뻗어 아직 태어나지 않은 딸의 손을 만진다. 단 한 사람도 서 있을 수 없는 좁디좁은 광장을 생각한다. 비명의 공동체를 생각한다. 광장에선 무덤처럼 해가 뜨고, 땅을 파면 불개미가 쏟아진다. 창 안에선 검은 눈의 여자들이 아이들에게 이불을 뒤집어씌운다. 때론 목을 조른다. 담당의가 쓴 글은 알아볼 수 없다. 손톱을 뜯어 먹는다. 가정의 현재와, 국가의 안위와, 알록달록한 괴물의 알을 생각한다. 담당의의 글이 점점 더 길어진다. 늘어난 알약의 개수를 생각한다. 당신을 생각한다. 당신의 해방을 생각한다. 태어나지 않을 딸을 생각한다.
---「시놉티콘」

당신이라는 쓰기로 도망쳐왔던 울음들이,
그 울음들 바깥으로 기어 나오는 벌레들을 눌러 죽이던 밤들이,
끝없이 맴돌던 그 밤의 후렴들이 편지합니다.
사람의 길을 걸어야 했던 주름과 신음의 나날을 지나
편지는 달려와 인사를 건넵니다.
당신이라는 쓰기의 바깥에서 서성이는 모든 주어들에게,
주억거릴 머리를 잃은 채 울고 있는 불구의 문장들에게,
사람은 안녕합니까?
주먹 쥐는 법을 아는 순간 나는 주어가 되어 두려움을 배웠습니다,
쓰기의 두려움을, 쓰기 바깥의 당신을, 당신이라는 쓰기를.
공포는 고요하고,
고요에 시달리면 시달릴수록 나는 쓰기에 가깝게 되었습니다.
나는 물질입니까?
마음의 노역입니까?
아니면 아무런 주장도 분노도 결말도 없는 선언입니까?
당신이라는 쓰기 속에서 나는 밤의 두려운 주먹질입니다.
시커먼 손톱 밑에서 밤의 후렴들에 맞춰 춤을 추는 벌레들은,
우울증을 앓던 두 번째 애인이 밤마다 입 바깥으로 내뱉던 얕은 신음과 무척이나 닮았군요.
사람이니, 당신은 주어가 됩니까?
당신이라는 쓰기가 보낸 편지 속에서 밤새 공포의 공장이 돌아갑니다.
편지를 접으니 이 네모난 방이 접히고,
나는 납작해져 당신이라는 쓰기가 보낸 편지가 됩니다.
당신은 밤새
닫히지 않는 눈동자와 푸가를 지나
썩어가는 당신의 천국을 지나
회송될 편지를 쫓고,
나는 밤새 나를 펼칠 당신을 기다리며
돌아올 당신에게 다시 편지합니다.
편지를 펼치면 그 많던 서정과 울음과 이미지들이 사라지고
왜 텅 빈 방만 존재할까요?
나는 깨끗하게 사라진 내 몸을 들여다보며 인사를 건넵니다,
완벽한 복화술로
후렴처럼 울면서.
---「복화술사」

보이는 것들의 감옥이 있어
짐승을 잡아먹는 붉은 식육의 꽃이 있어
붉음이 직업이던 나날들이 있어
천국은 이미 당신의 것
늙고 눈먼 개를 낳아야만 하는 회임의 시간이 있어
당신의 눈동자 속에서 꺼내 먹은 새 한 마리
연한 낫과 망치 속에서 익사한
당신의 말
당신의 물
아름다운 공포가 자라나는 창밖에는
푸르게 병이 들 때까지 새들의 울음을 모으는 나무가 있어 눈이 멀어
주인을 뜯어 먹는 개가 있어 의미가 없으면 없었을
당신의 문장들은,
당신이 키워낸 문장들은
고통의 고요한 형식
온종일 바라본 오래된 흑백사진 속에는
뺨이 없는 얼굴이 있어
손가락이 없는 손이 있어
당신이 없었으면 없었을 칼이 있어
당신이 사라진 의미가 붉게 녹슨 나무를 분지르고
나뭇가지 속에서 쏟아지는
고통의 천국이 있어
---「나의 이데아」

나는 자꾸만 멍청해지네. 상관없네. 사람들은 자네처럼 다시 산으로 올라가 숨네. 마치 혼자 웅크려 벌레를 주워 먹는 아이처럼. 전쟁이 날 것 같네. 상관없네. 어제의 색깔을 숨기고 나는 자네와 악수를 하지. 개새끼. 하긴 내 울음이 누구를 협박할 수나 있겠나. 냉장고 속이 여기보단 환하고 따뜻할 것 같네. 상관없지. 나는 나 자신을 너무나 많이 복제해 놓아버렸네. 내가 자꾸만 멍청해지니 언젠가 내가 쓴 문장들은 나를 배신할 것이 틀림없네. 상관없네. 공동체라는 것은 얼마나 깨지기 쉽던가. 이 밤이 지나면 자네는 자네의 공동체로 나는 나의 얼음 속으로 돌아가겠지. 이젠 상관없을 테지만, 자네에게 여기가 얼마나 따뜻한지 말해주고 싶었네. 나를 따라온 이 개미들을 보게. 내 집을 갉아먹던 것들이네. 집 따위는 무너져버려도 상관없네. 때가 되면 자네의 주머니에 넣어주겠네. 나는 자꾸만 멍청해지니, 내 울음이 나에게서 도망쳤네. 상관없네. 왜 나는 거울 바깥이 아닌 거울 안에서만 자네를 만날 수 있는 걸까. 상관없네. 나는 자꾸만 멍청해지니까. 자세히 보게. 짐승이 짐승을 잡아먹고 나는 자꾸만 멍청해져 온종일 냉장고를 열고 먹고 또 먹고 먹고 또 먹네. 자네에게 꼭 말하고 싶은 것은 대개의 경우, 어떤 상황에서도 못된 기억들만 귀를 벌리고 있다는 사실이네. 기억의 악령들이 자네의 어깨 위에 걸터앉아 자네의 입 양 끝에 억센 손가락을 넣고 억지로 입을 벌려 자백하게 할 거네. 나의 본심은 어디에 있는가. 자네의 악행을 누가 기록했을까. 전쟁 따위야 무슨 상관인가. 나는 나의 악행만을 기억할 뿐이네. 자네의 자백이 나의 멱살을 잡을 때, 우리가 믿던 신들은 어디에 있었을까. 바라보는 모든 곳마다 텅 비어가네. 말을 할수록 내가 사라지는 것 같네.
---「자백의 기술」

내 모든 삶이 만약이라면,
이 세계가,
매일 내가 먹어야 하는 알약의 개수를 헤아리는 이 저녁의 세계가
집 앞 놀이터 시소가 밤마다 저 혼자 움직이는 것처럼
반딧불이인 양 외진 골목마다 피어나는 담뱃불,
한껏 나빠지고 싶던 시절 담뱃불을 손목 위에 지지며 다짐하던 헛된 약속들처럼
만약이라면
어떤 혐의들로부터도 패악들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을까
허물어진 얼굴을 양손에 받쳐 들고 서서
오, 아무 인생이 없는 기쁨이여
세상의 모든 중심을 향해 흩어졌던 나의 신들이 결국 길을 잃었구나
애도할 수 있을까
오늘 밤은 머리 위로 펼쳐진 속죄의 목록들이 무척이나 아름답구나
존재하지 않는 짐승과
사라져버린 사물과
죽은 영웅의 세계가 창백하게 얼어붙어 있구나
똑, 똑,
손가락을 분질러 밤의 입술을 칠해주면
옛날의 전쟁들이 다시 시작될까
옛날의 죄가 다시 반복될까
밤에 휘파람을 불면 머리맡에 뱀이 똬리를 틀다 나를 물어 가고
밤에 손톱을 깎아 창밖으로 내던지면 나를 닮은 짐승이 나 대신 눕고
만약 그렇다면
나는 그저 눈을 가리고서 밤을 헤매는
선량하고 헛된 낮의 내면들 중 하나가 될 수 있을까
누구의 내면이 나의 입으로 당신에게 고백할까
여보, 고백하는 입마다 빛나는 알약이 쏟아져요
이 알약을 당신의 입술로 받아주세요
빛나는 어둠이 몰려와 이 작은 창을 가리는구나
그런데 밤새도록 내 고백의 시체를 뜯어 먹고 있는 것은
누구일까
오늘 밤엔 속죄의 시간이 부족하구나
창밖에
저렇게 빛나는 약들을 헤치며
피로와 계절과 어제 죽인 벌레와 화초들이 떠가는구나
---「미제레레」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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