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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마리아

그 여름,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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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8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92쪽 | 391g | 130*190*22mm
ISBN13 9788965702184
ISBN10 8965702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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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개들은 문 바로 뒤에 있었던 게 틀림없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헤너가 곧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그의 걸음 소리와 묵직한 신발 밑에서 돌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는 무척이나 오래 걸린다. 헤너가 문을 빠끔 열더니 곧장 나를 안으로 끌어들인 다음 다시 문을 닫는다. 그의 제국에 발을 들일 때면 언제나, 이곳을 다시 떠날 때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지 알지 못한다. 바깥세상은 새로워지지만 여기선 시간이 그대로 멈춰 있다.
---pp.177-178

우리는 가만히 누워 있다. 그가 오른팔로 나를 감싸 안는다. 발이 서로 맞닿는다. 그가 나를 영원히 망가뜨릴까 두렵다. 이런 느낌을 다 경험한 다음 대체 무엇이 더 올 수 있을까? 이토록 행복한 적이 없었다. 내 몸이 움찔거리면서 떨리고, 나는 그에게 몸을 더 바짝 붙이며 다가간다. 헤너는 마치 무언가를 더 먼저 예감하는 것 같다.
---p.179

쪽지를 남긴 지 일주일이 지났다. 지난 일주일은 난생처음 겪은 사랑의 아픔 때문에 정말 죽을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이 무너진다’는 표현은 절대 과장이 아니었다. 완전히 현실적인 표현이었다. 줄담배를 피웠고 음식은 거의 먹지 않았다. 나 자신을 없애버리고 싶었다. 죽기. 끝내기. 그리고 사라지고 싶었다. 게다가 내가 왜 이렇게 괴로운지, 진짜 이유를 아무한테도 말할 수 없으니 온전히 혼자서 감당해야 했다.
---p.198

우리는 며칠 동안 만나지 못했고, 헤너가 마침 그곳을 지나가지 않았다면 아마 한동안 더 만나지 못했으리라. 이건 단지 욕망이 아니라 굶주림이라고, 그가 다시 한 번 말한다. 그 굶주림이 커져 나를 너무 간절히 원할 때면 그는 늘 거칠게 행동하고 험한 말을 내뱉는다. 하지만 나 자신의 열망이 그의 열망을 따라잡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 또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나의 헛된 저항에 신경 쓰지 않는다. 나는 다만 저항하는 게 나름의 반응이며 이따금 그를 더 거칠게 만들기 때문에 저항할 뿐이다.
---p.231

“난 상관없어. 그저 네 곁에 있고 싶을 뿐이야. 정말 그것뿐이야.”
그는 지친 미소를 지으면서 느릿느릿 나를 끌어당긴다. 우리는 깊이 가라앉은 채 이 농장의 정적보다 더 고요하게, 오래도록 앉아 있는다. 아주 오래.
그날 우리는 침대에서 나머지 시간을 보낸다. 약속이나 한듯 서로 말은 하지 않는다.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 어루만진다. 헤너가 나에게 ‘카라마조프’의 마지막 장을 읽어준다. 마지막 장에서 알료샤는 이렇게 말한다.
“우린 틀림없이 부활할 거야. 그리고 다시 만나 기쁘고 즐거웠던 지난날을 이야기하게 될 거야!”
어찌나 희망차고 아름다운 구절인지, 그에게 한 번 더 읽어달라고 조른다. 헤너는 내가 기뻐하는 걸 보면서 더 좋아한다.
---p.245

내가 기진맥진한 채 누워 있을 때 그가 나를 곰곰이 뜯어보다가 말한다.
“네가 이토록 아름다운 여자가 되다니.......”
그가 나를 ‘여자’라고 부른 건 처음이다.
나는 이제 어른이 되어야만 한다. 이토록 많은 가능성이 놓여 있는 바로 지금, 어린 시절의 문이 영원히 닫혀버린다.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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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소설! 어디서도 만난 적 없는 숭고한 러브스토리! - 르몽드

그녀가 만들어낸 분위기는 감각적으로 촘촘하게 짜여 있다. 정말로 보고, 듣고, 냄새를 맡고, 맛볼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자마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 - 북부독일방송(NDR)

날것 그대로의 욕망에 관한 적나라한 이야기. 거추장스런 장식 없이, 오직 간결함과 침묵만으로 근본적이고 영원한 욕망을 드러낸 러브스토리. - 쥐트도이체 차이퉁

중독되게 만드는, 감각적이고 확신에 찬 문장들. 힘 있는 데뷔작이다. - 라이프치거 폴크스차이퉁

다니엘라 크리엔이 두려움 없이 그려낸 저 심연의 잠재된 혼돈과 불안이 독자들을 매혹해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든다. - 디 차이트

고요와 긴장을 쉼 없이 발산한다. 매 순간 심장이 내려앉지만 도저히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소설. - 뮌헨너 메르쿠어

간결함과 감성이 농축된 문장이 깊이 숨겨져 있던 관능을 일깨운다. 감당하기 힘들 만큼 강렬한 사랑, 그리고 붕괴 직전의 동독에 대한 빛나는 묘사. - 브리기테

역사의 운명적인 시간에 대해 완전히 다른 시각을 열어주는 서사가 있다. 다니엘라 크리엔의 이 소설이 이런 행복한 경우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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