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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애사 2

화랑애사 2

: 이지혜 장편소설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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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8월 16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438g | 120*183*22mm
ISBN13 9791157400447
ISBN10 115740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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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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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칠 것을 대비한다면 언제고 다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말이지 않느냐.”
그리 말하는 설찬의 얼굴이 딱딱해졌다. 짙은 눈썹 사이로 청아하게 반짝이는 사내의 눈동자는 그 속에 보이는 염려와 걱정을 숨기려 더욱 사납게 번득였다. 하지만 그것에 겁을 먹을 단희가 아니었다. 그녀는 되레 약초 가루를 그의 손등에 억세게 뿌리며 웃음을 보였다. 제법 상처에 쓰라린 약초일 텐데도 그의 입에서는 작은 신음 소리 하나 없었다. 그 고집스러움에 단희는 다시 한 번 쓰게 웃음을 보였다.
“제가 다치지 않더라도 이렇게 다친 이들을 돌봐줄 수 있지 않습니까? 보세요, 제가 약초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누가 감히 설찬랑께 상처 좀 보자고 달려들 수 있겠습니까? 몸 사리지 않는 당신이니 항상 제가 구비하고 다녀야 하지요.” ---pp.34-35

그렇게 미진부는 다시 몇 번이고 취선에게 값비싸고 진귀한 선물을 보냈다. 그럴 때면 취선은 마치 그의 마음을 애태우듯 몇 개는 돌려보내고 또 더러 몇 개는 받아갔다. 지난번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미진부가 그녀에게 밉보인 것이 있는지라 차마 그녀를 찾아가지는 못했다. 고작 비틀거리는 그 어깨에 손 한번 얹었다고 새끼 빼앗긴 여우처럼 사납게 굴었다. 그 곱디고운 얼굴 위로 참지 못한 경멸과 분노가 보이던 그때가 떠올라 미진부는 이를 박박 갈았다. ---p.103

“밤이 제 속살을 내보이는 때가 언제인 줄 알아?”
“예?”
“단단한 껍질을 깨고, 이 속살을 보이는 때 말이야.”
“…….”
주머니에서 밤 하나를 꺼내 든 그녀가 제 입에 쏘옥 집어넣으며 맛있게 오물거렸다. 새카맣게 탄 부분 하나 없이 고소한 밤의 풍미가 일품이었다.
“따뜻한 불 속에서 은근히 익히는 거야. 그럼 어느 순간 또각! 하고 제 껍질을 깨고 나오지. 차가운 것은 결코 스스로 속살을 내보이게 하지 못해. 사람을 녹이는 것은 따뜻함이야. 미휼, 나는 그렇게 생각해.” ---p.186

‘무슨 일이지……?’
그녀가 목을 두드리고 심호흡을 했다. 필히 골치 아픈 생각에 빠져 있었던 것이리라. 그리고 그 골치 아픈 생각이 무엇인지, 설찬은 알 것 같았다. 그러던 중 그녀의 시선이 멀리 있는 어딘가로 향하며 다급히 달리기 시작했다.
‘뭐지?’
설찬은 그녀의 뒤를 쫓아 달리며 앞을 살폈다. 저 멀리 샛길로 사라지는 검은 그림자 하나가 보였다. 순간 가슴 아래로 서늘한 한기가 올라왔다. 설찬은 단희보다 한발 앞서 괴한의 뒤를 쫓았다. 그러나 그는 순식간에 골목 어귀에서 모습을 감췄다.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주변을 살피는 설찬의 눈에 저 어디쯤 떨어져 있는 삿갓이 하나 보였다.
‘벗어놓고 도망간 것인가? 인파에 섞이기 쉽도록?’ ---pp.276-277

때때로 설찬은 손을 들어 단희가 숨을 쉬는 것을 확인했다. 미약하지만 따뜻한 숨결이 그의 손 언저리를 간질이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안심이 됐다. 그렇게 하루에도 몇 번씩 설찬은 그녀의 곁에 와 숨결을 공유했다. 낮이고 밤이고 새벽이고를 떠나.
“생각해보니 너는 나를 만나 모진 고생을 많이 했구나. 마음이고, 몸이고……. 이 못난 내가 뭐가 좋다고.”
---pp.346-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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