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여읜 뒤 식당 일을 하며 혼자 남매를 기르는 A 씨는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불량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여중생 딸 때문에 늘 속이 상해 있었다. 딸은 담배도 피웠다.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듣지 않고 뻗대기만 해 A 씨는 혼자 울기도 많이 했다. 어느 날 딸과 말다툼 끝에 도저히 참지 못하게 된 A 씨는 파리채로 아이를 마구 때렸다. 딸내미가 울면서 대들었다. 「내가 파리야, 파리? 왜 사람을 파리채로 때려?」 A 씨는 그때 이렇게 말했다. 「야, 이년아, 니가 그럼 효자손으로 맞으면 효자 되니? 효자 돼?」 ---「파리채와 효자손」
친구들과 함께 차를 타고 마니산에 가는 길에 아주 기묘하고 해괴한 간판을 보았다. 〈김포시장 애인단체〉. 그걸 보고 나도 모르게 〈얼라라? 김포시장은 애인이 몇 명이나 되걸래 이런 단체까지 생겼으까? 애인단체 노존가?〉 그랬다. 하지만 그렇게 말을 하는 동안에 〈아차, 내가 착각했구나〉 하고 알게 됐다. 골프 칠 때 티샷을 하면서 잘못된 걸 금세 알 듯. 친구들은 그 간판이 〈김포시 장애인 단체〉라는 걸 내가 뻔히 알면서도 일부러 웃기려고 그렇게 말하는 줄 알았다고 한다. 원래 싱거운 소리 잘 하는 나는 잠깐 사이에 바보가 되고 말았다. ---「착각은 자유라지만」
두 아들은 이 문제를 아버지에게 진지하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고 한다. 「아버지, 소변보실 때 좀 앉아서…….」 그러나 〈아니, 사내새끼가 앉아서 오줌을 눈단 말이야?〉라는 한마디에 형제는 더 이상 말을 붙일 수 없었다. 할아버지는 서서 쏴를 고집하는 대신 반드시 변기 안장을 올리고 오줌을 집중해서 성의 있게 잘 누겠으며 슬리퍼는 벗고 화장실에 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양반을 자처해온 박씨(뭐, 아무 성이면 어때?) 문중의 형제는 아버지가 개과천선하는 감격의 그날을 기다리며 앉아서 조심조심 소변을 보고 있다. 오늘도 화장실 바닥 청소를 열심히 하면서. ---「앉아서 쏘세요 (1)」
그런데 어느새 제법 나이가 들고 보니 나도 걸핏하면 틀리고, 틀리고도 모르는 게 다반사가 되고 말았다. 무슨 글이든 수없이 고치고 다시 읽어보고 다듬고 하던 열의와 정성도 시들어 버리고 대충 써 넘기는 일이 많아졌다. 그런 와중에 생긴 대표적인 실수가 바로 〈암철순〉이다. 엄철순도 아니고 임찰순도 아니고 암찰순도 아니고 암철순이니 기막힌 일이다. (중략) 잘못 쓴 암철순을 나중에야 발견하고 고쳐 쓰면서 스스로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도 갔구나, 갔어〉 이렇게 한탄을 하면서. 그리고 〈누구에게든 무엇에든 암적 존재는 되지 말아야 할 텐데〉 하는 반성과 다짐을 하게 된다. ---「암적존재?」
요즘 〈금도〉라는 말이 참 많이도 쓰이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 이 말을 즐겨 쓴다. 정치인들은 원래 거짓말을 잘하지만 쉽게 할 수 있는 말도 유식하게 말하려고 연구하고 애쓰는 사람들이다. 물도 흐르지 않는 곳에 다리를 놓아주겠다고 약속하는 게 정치인이라던가. 그런데 금도의 원래 의미와 용법에 맞게 그 말을 제대로 알고 쓰는 사람이 드물다. 금도(襟度)의 〈襟〉은 마음 금, 옷깃 금이라는 글자다. 〈度〉는 헤아릴 도라 새긴다. 그러니까 금도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린다, 다른 사람을 포용할 만한 도량〉이라는 뜻이다. ---「금도를 지키라고?」
내가 진짜로 열 받는 건 〈음주 단속〉이다. 경찰은 걸핏하면 〈음주 단속〉이라고 씌어 있는 안내판을 도로에 세워 놓고, 지나가는 차를 세워 운전자들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아니, 대한민국이 술 마시면 안 되는 나라야? 음주 단속이 대체 뭐야? 나는 늘 이런 반감 때문에 경찰관들에게 뭐라고 하지만 아무 생각이 없는 경찰은 전혀 고쳐 쓰지 않는다. 음주 운전을 단속해야지, 왜 음주를 단속하느냐고! 왜 술을 못 마시게 하느냐고! 그래서 이 자리를 빌려 경찰에 대해 강력하게 외친다. 음주 단속 중지하고 음주 운전 단속하라! ---「음주단속 중지하라!」
언젠가 어느 모임에서 한 언론인이 이런 퀴즈를 냈다. 「기자 정신의 반대말이 뭔지 아십니까?」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하자 그가 스스로 알려주기를 〈그건 맨정신입니다〉라고 했다. 와 하고 웃음이 터졌다. ---「‘기자 정신’의 반대말」
전북 정읍시 산외면 목욕리도 목욕(沐浴)한다는 말 그대로다. 왕자산 아래의 이 동네는 원래 물이 맑고 좋아서 선녀들이 밤중에 주민들 몰래 내려와 목욕하고 가던 곳이라는 전설이 있다. 그래서 〈멱수〉, 〈목욕소〉라고 했던 것을 일제 강점기 당시 개명했다고 한다. 나중엔 사업이 지지부진해졌지만, 1992년에 온천이 발견돼 관광지로 지정됐던 곳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인터넷에 사진이나 글을 올려 마을 이름이 우습다고 놀리는 것은 사실은 한자에 대한 무지이거나 인문지리 지식의 결여에서 비롯된 행위일 수 있다. ---「‘오해받는 지명 (2)」
그런데 이런 농담도 있다. 벌써 나온 지 몇 년 된 건데, 말(言)과 말(馬)이 슬그머니 엉키고 뒤바뀌면서 웃음을 자아내는 내용이다. 원래 타고 다니는 〈말〉은 짧게 발음하고,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을 전달하는 〈말〉은 길게 발음해야 하지만 요즘 말의 장단과 고저를 제대로 알고 발음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래서 헷갈리기 때문에 성립할 수 있는 농담이다. 말이 싫어하는 놈은? 이게 그 농담의 제목이다. 제목에 나온 말은 분명 馬다. 그러나 말꼬리 잡는 놈, 말허리 자르는 놈, 말머리 돌리는 놈, 이렇게 세 가지를 대고 보면 타고 다니는 말이 아니라 입으로 하는 말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말이라는 글자와 꼬리, 허리, 머리를 띄어 쓰면 타고 다니는 말에 관한 이야기가 되겠지. 그런데 사실은 이런 놈들보다 먼저 꼽아야 할 게 있다. 말문 막는 놈이다. 한사코 말문을 막더니 기껏 말을 하게 만들고는 말꼬리를 잡고 시비를 걸거나 중간에 말을 자르거나 다른 말을 해버리는 놈, 모두 다 나쁘다.
---「‘말’ 농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