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리스의 말로 표현하면, 그들(클레멘트 수업에 참여했던 노숙인들)은 분명 ‘위험한 사람들’이 되어 있었다. 정의롭지 못한 사회구조에 대해서뿐 아니라, 타성과 관성과 편견에 젖은 이전의 자신에 대해서도 ‘위험’해진 것이다. 그들은 기존의 삶의 방식과 사고방식에 대해 ‘새롭게 사고하기’를 할 수 있었기에 위험해졌고, 다른 사람들과 또 자신과 당당하게 자유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삶을 살기 시작했기에 위험해졌으며, 노숙인의 처지에 이르게 한 ‘조건들’에 과거와는 다르게 ‘대응’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해졌고,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기에 위험해졌다. (함께 읽기, 22쪽)
“여러분은 지금까지 속아왔어요. 부자들은 인문학을 배웁니다. 여러분은 배우지 않았어요. 인문학은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사고하기 위해, 여러분을 공격하는 무력에 단지 대응만 하는 게 아니라 세상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법을 배우기 위한 토대입니다. 저는 인문학은 정치적이 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적이 된다는 게 투표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저는 좀 더 넓은 뜻으로 말하고 있어요.”(시작, 그리고 10년 후 도착한 편지, 66쪽)
학생 한 명이 클레멘트 코스에 다니는 데는 약 2천 달러가 든다. 실업, 복지, 혹은 수감 비용에 비하면 헐값인 셈이다. 하지만 일단 성찰 능력과 정치 기술을 얻게 되면 가난한 사람들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며, 무엇을 택하든 좋은 의미로 위험할 수 있다. 이들은 불공평한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즉 무력에 포위된 생활에서 벗어나 좀 덜 거친 삶으로 옮아가기 위해 정치를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생활을 하며 투표권을 행사하고 아마 지역사회 활동에도 참여할 것이다. 또는 노동조합이나 정당 혹은 급진적인 변화를 위해 일하는 조직에 가입해 좀 더 공평한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쪽을 선택할 수도 있다. (시작, 그리고 10년 후 도착한 편지, 87~88쪽)
대학도 행복을 주는 한 요소일 수 있다. 하지만 건강한 가족, 안정된 직장, 안락한 가정, 음악, 미술, 문학의 향유, 공동체 참여, 페리클레스가 이야기한 영예로운 정치적 삶도 마찬가지로 행복을 가늠하는 좋은 잣대가 될 수 있다. 오디세이/클레멘트 코스의 학생들이 배운 것처럼, 아리스토텔레스는 관조적인 삶을 살 때 인간이 신과 가장 가까워진다고 말했다. 또한 소크라테스는 클레멘트 코스에서 얻은 지식을 선하게 사는 데 이용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행복에 이르는 가장 좋은 길이라고 말한다.(따로 또 같이, 127~128쪽)
“저는 학교를 그만둔 지 오래되어서 학교로 돌아가기가 겁이 났어요. 그리 많은 나이가 아니란 건 알고 있었지만(37세) 겁이 났지요. 저는 제 능력을 시험해보고 제가 학교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알고 싶었어요. 일종의 자구책이었죠. 제가 책을 읽을 수 있고 분석적이 될 수 있다는 것, 리포터를 쓸 수 있다는 것, 만사에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다는 것, 목소리가 아주 좋다는 것을 알게 되니 자신감이 생겼어요. 교수님들은 아주 훌륭했어요. 미술사 수업에서 본 아름다움, 제프(멧캐프) 교수님의 문학 수업, 다른 방식으로 읽은 책들……. 멧캐프 교수님은 유머 감각이 뛰어났어요. 다른 사람들이 쓴 글을 읽고 먼저 그것을 비판한 뒤에, 자신이 쓴 글을 살피고 읽은 글을 분석하는 과정이 진행되었죠. 잭 뉴얼 교수님에 대해서는 아무리 말을 해도 모자란답니다. 저는 그분을 사랑해요. (세상 속으로, 빛 속으로, 352~353쪽)
한국인들은 미국인들을 포함한 어떤 다른 사람들과도 다르게 클레멘트 코스를 이해했다. 고병헌은 『희망의 인문학』을 한국어로 번역했고, 책이 출간된 후 1년도 되지 않아 한국인들이 클레멘트 코스에 관해 논의하기 위해 미국을 찾기 시작했다. 곧 나는 많은 사람이 아시아 대륙이 겪고 있는 정치적·경제적 변화라고 지칭하는 아시아의 ‘한국화’가, 여러 측면에서 자유를 얻기 위한 근래의 투쟁의 결과라는 것을 깨달았다. 관습적인 규칙을 굳게 고수하느라 일부 개인적인 자유는 제한을 받아왔지만, 곳곳에서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면서 정치적 자유가 커졌다. 개인의 자유 중에서 여성의 역할은 아직 불안정하며 특히 시골 지역에서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변화하고 있었고, 더 나은 삶을 향한 변화는 한국에 엄청난 에너지를 주었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