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두더지, 스트레스를 잡다!(?)
--- 이용민 (shine@yes24.com)
두더지 잡기 게임 아시죠? 구멍 속에서 두더지가 머리를 내밀 때마다 나무 망치로 재빠르게 때려 잡는 게임이요. 골치 아픈 일들이 마구 엉켜 있을 때 두더지 잡기를 하면, 잠시나마 가슴이 후련해지기도 하죠. 그런데, 만일 이 두더지가 실제로 문제의 상대를 정하고, 벌칙을 지정하고, 실행에 옮긴다면…… 한번 게임을 시작하면 취소가 어렵고,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고 해도 시도해 보시겠어요?
- 정체 불명의 노란 두더지와 만나다 -
'집으로 갈까? 아니면 피시방에 들러 한 게임만 하고 갈까?' 고민하는 형우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초등 5학년 학생입니다. 어느 날 형우는 숙제 자료를 찾으러 인터넷에 들어갔다가 정체 불멸의 '노란 두더지'를 만납니다. 커다란 나무 망치를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꾸벅 인사를 하는 노란 두더지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빠져 나갈 방법을 찾고 있다가 형우는 그만 엄마한테 또 들키고 맙니다. 그렇지 않아도 피시방에 갔던 거짓말을 들킬뻔했던 터라 엄마는 형우를 혼냈고, 13동 아줌마 아들이 게임에 빠져 정신 병원에서 치료 받는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출장 가 계신 아빠한테 이 이야기가 들어가면, 형우는 아예 컴퓨터 게임을 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 노란 두더지의 게임 초대 '일단 게임을 시작하면 더 이상 취소할 수 없다.'-
예기치 않게 엄마에게 혼이 나 화가 난 형우는 기어코 노란 두더지를 잡아 눈물이 나도록 때려줍니다. 그러자 게임 초대장이 날아옵니다. 이 게임은 한번 시작하면 승부가 날 때까지 중지할 수 없는 게임이라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한참을 망설인 형우는 게임을 하기로 합니다.
게임 참가자는 모두 네 명. 한 사람이 탈락되면 다른 사람이 참여할 수 있습니다.
초록 두더지가 된 형우는 기억 속에 꼭 혼을 내주고 싶은 사람으로. 세 마리의 두더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처음으로 떠오른 사람은 피시방에서 형우를 무시를 했던 게임왕 태석이. 그 다음은 형우의 용돈을 빼앗은 중학생 대식이. 그리고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야단치고 회초리를 휘두르는 엄마를 선택합니다.
게임 1 - 검정 두더지 이태석
형우는 노란 두더지를 이용해 도망치는 검정 두더지를 잡습니다. 그러자 직접 눈으로 보는 것처럼 피시방 맨 구석 자리에서 게임중인 태석이의 모습이 모니터에 보였습니다. 형우는 혼내줄 방법으로 '왕따 > 사람들 앞에서 창피 주기' 를 선택합니다. 그러자 12일 후에 실행이 된다고 합니다. 첫 게임은 시시한 듯 합니다. 12일 후나 기다려야 하다니…….
게임 2 - 파란 두더지 김대식
처음 게임에서 아무 일 없이 끝나자 형우는 맥이 풀려 게임을 그만두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누를 수 있는 건 '선택' 버튼 뿐. 이번에 형우가 선택한 것은 '불량배 > 삥 뜯기 > 초등학교 불량 소녀' 입니다. 초등학생 불량 소녀를 선택하고 웃음이 터지는 형우. 하지만 불량 소녀들에게 일방적으로 얻어맞아 쌍코피가 터지고 눈에 피멍이 들고, 3만원까지 빼앗긴 대식이를 보자, 형우의 머리 속은 복잡해 집니다. '어디까지가 게임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일까.' 이것이 정말 사실인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지만 그럴 자신이 없습니다. 그리고 게임을 가지고 어리석은 생각을 하는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합니다.
- 이제 남은 건 엄마와 나 -
이제 남은 한 사람은 바로 형우의 엄마. 남은 선택 버튼은 '질병'과 '무시무시한일' 입니다. 취소도 선택도 할 수 없는 형우는 어떻게 든 위기의 상황을 알리려고 했고, 갑자기 모니터 위에 이상한 글자와 함께 형우의 이름이 적힌 초록 두더지가 나타납니다. 형우가 벌칙을 받는 두더지로 등장한 것입니다. 형우가 받을 벌칙은 '무시무시한 일 > 귀신출현'. 거실에서는 이상한 인기척이 들렸고, 엄마의 목소리가 같았지만, 형우는 구미호가 둔갑한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숨을 멈춘 채 바닥으로 주저앉았고, 현기증과 함께 아득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게임 중독이 얼마나 무서운 병인 줄 몰라서 그래?'
아이들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작가는 학원도 없고, 왕따도 없고, 골치 아픈 시험도 없고, 즐거운 모험으로 가득찬 게임 세상에 노란 두더지를 파견 시킵니다. 현실과 가상의 구분을 무너뜨린 노란 두더지는 한번 게임을 시작하면 취소할 수 없고,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고 경고를 하지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게임을 선택하고, 혼내 주고 싶은 사람들을 떠올리고, 가상이지만 벌칙을 선택해야 하고…… 게임이 계속될수록 형우와 함께 독자들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습니다. 함께 갈등하고 고민합니다. 그리고, 게임이 시작되자 두더지들끼리 도망가고 대리는 모습에서 공포를 경험하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도 느낍니다. 게임을 하게 되는 아이들의 심리를 잘 묘사하면서, 게임에 대한 어른들의 일방적인 기준의 모순을 잘 꼬집습니다. 게임은 무조건 안 좋으니 하지 말라는 지시보다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도록 하는 설득력을 갖춘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