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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

박사가 사랑한 수식

[ 양장, 개정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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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시/희곡 top100 7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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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8월 14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85g | 121*188*20mm
ISBN13 9788972757085
ISBN10 897275708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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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 :1 +2 +4 +5 +10 +11 +20 +22 +44 +55 +110 =284
220 =142 +71 +4 +2 +1 :284

“정답이야. 자 보라고, 이 멋진 일련의 수를 말이야. 220의 약수의 합은 284. 284의 약수의 합은 220. 바로 우애수야. 쉬 존재하지 않는 한 쌍이지. 페르마도 데카르트도 겨우 한 쌍씩밖에 발견하지 못했어. 신의 주선으로 맺어진 숫자지. 아름답지 않은가? 자네 생일과 내 손목시계에 새겨진 숫자가 이렇게 멋진 인연으로 맺어져 있다니.”
---「1장」

나는 종이를 쓰다듬었다. 박사가 쓴 수식이 손끝에 만져졌다. 수식이 죽 이어지면서 한 줄 사슬이 되어 발치로 길게 늘어졌다. 나는 한 단 한 단, 사슬을 내려간다. 풍경이 사라지고, 빛도 비치지 않는다.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전혀 무섭지 않다. 박사가 제시한 도표는 그 무엇도 침범할 수 없는 정확성을 영원히 지닌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내가 서 있는 지면을 보다 깊은 세계가 지탱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 나는 놀라고 감탄한다. 그곳에 가려면 숫자의 사슬을 타고 내려가는 방법밖에 없다. 언어는 무의미하고, 끝내는 내가 깊이와 높이 중 어느 쪽을 지향하려 하는지 구별조차 불분명해진다. 단 하나 분명한 것은 사슬의 끝이 진실과 이어져 있다는 것뿐이다.
---「5장」

“물질이나 자연현상, 또는 감정에 좌지우지되지 않는 영원한 진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야. 그러나 수학은 그 모습을 해명하고, 표현할 수 있지. 아무것도 그걸 방해할 수는 없어.”
배가 고픈 것을 참아가면서 사무실 바닥을 닦고 루트를 걱정하고 있는 내게는 박사가 말하는 영원하고 옳은 진실이 필요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눈에 보이는 세계를 지탱하고 있다는 실감이 필요했다. 넓이도 없이 장엄하게 어둠을 뚫고 한없이 뻗어 나가는 한 줄기 진실한 직선. 그 직선이야말로 내게 잠시의 평온을 가져다주었다.
“자네의 그 영리한 눈을 뜨게나.”
박사의 말을 떠올리면서 나는 어둠을 응시했다.
---「7장」

π와 i를 곱한 수로 e를 거듭제곱해서 1을 더하면 0이 된다.
나는 다시 한 번 박사의 메모를 쳐다보았다. 한없이 순환하는 수와, 절대로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수가 간결한 궤적을 그리며 한 점에 착지한다. 어디에도 원은 없는데 하늘에서 π가 e곁으로 내려와 수줍음 많은 i와 악수를 한다. 그들은 서로 몸을 마주 기대고 숨죽이고 있는데, 한 인간이 1을 더하는 순간 세계가 전환된다. 모든 것이 0으로 규합된다.
오일러의 공식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한 줄기 유성 같았다. 어둠의 동굴에 새겨진 한 줄의 시였다. 거기에 담긴 아름다움에 감동하면서 나는 메모지를 다시 정액권 지갑에 집어넣었다.
계단을 내려오다가 문득 뒤돌아보았지만 수학 코너는 여전히 한산했다. 그렇게 아름다운 것들이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채 조용히 숨 쉬고 있었다.
---「7장」

오가와 씨는 이 작품에서 수학과 문학을 결혼시켰다. 기억을 잃고 스스로를 돌볼 수도 없어 애처로운 사람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박사가, 실로 행복한 사람이었다고 절절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 결혼이 행복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가와 씨의 이 작품은 순문학과 대중문학의 구분을 호쾌하게 뛰어넘어 문학에는 좋은 문학과 좋지 않은 문학밖에 없다는 점을 말없이 증명하고 있다. 때문에 이 작품의 의의는 실로 크다 할 것이다.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하는 이렇다 할 것 없는 편지를 받았을 무렵, 이렇듯 대담한 야심작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동글동글한 눈으로 우아하게 웃는 오가와 씨의 모습을 떠올리자, 역시 여자는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해설」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아직 서른도 되지 않았지만 열 살배기 아들이 있는 미혼모인 ‘나’는 1992년 봄, 가사도우미 소개소를 통해 ‘특별 관리 고객’인 박사의 집으로 파견되어 일하게 된다. 박사는 예전에 겪은 교통사고 때문에 기억이 1975년에 멈춰 있고, 새로운 기억은 80분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나는 온몸에 메모지를 붙인 데다 첫 대면에 인사는커녕 다짜고짜 신발 사이즈를 묻는 괴팍한 노인에게 당황하지만, 곧 그것이 수를 통해 타인과 소통하는 박사만의 방식임을 알아차린다.
매일 아침 낯선 사람으로 만나 똑같은 질문을 되풀이해도, 박사의 따뜻한 마음과 수에 대한 열정만은 항상 그대로임을 알게 된 나와 나의 아들 ‘루트’는 박사의 첫 친구가 된다. 수에 대한 애정과 한신 타이거스에 대한 관심을 통해 셋의 관계는 더욱 두터워지고, 1년간 빛나는 추억을 만들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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