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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 숨겨진 우리술을 찾아서

비주, 숨겨진 우리술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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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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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4년 09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53쪽 | 490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01047201
ISBN10 8901047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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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향음주례의 절차는 대단히 느리고 복잡하고 까다롭다. 주인이 손님을 맞이하여, 술을 대접하기까지의 동작이 102단계로 구분될 정도다. 잠깐 그 절차의 한 대목을 살펴보자.
“주인이 앉아 잔을 내려놓고 손님에게 인사하고 일어나, 계단을 내려와 서쪽을 바라보고 선다. 주인은 내려오면서 ‘귀빈을 번거롭게 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손님도 계단을 내려오면서 ‘주인께서 욕보시는데 제가 자리에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라고 답하며 동쪽을 바라보고 선다. 주인은 북쪽의 물대야에서 손을 씻는다. 손님은 남쪽으로 가서 주인에게 ‘청컨대 손을 씻지 마시오.’ 라고 말한다. 주인은 ‘깨끗이 아니할 수 없습니다.’라고 답한다.(…중략…)주인은 잔을 받아, 손님 자리 앞 서쪽으로 나아가 잔을 들고 북쪽을 바라본다. 손님은 서쪽 계단 위에서 북쪽을 바라보고 절을 한다. 이때 주인은 조금 물러난다. 손님은 주인 자리의 동쪽 끝에 가서 북쪽을 바라보고 선다. 주인은 손님에게 잔을 드린다.’ 잔을 받았다고 손님이 곧바로 술을 마시는 것은 아니다. 이러고도 절을 하고, 안주 들고, 자리 바꿔 앉고, 수건 받아 손을 닦고, 땅에 제주하고, 절을 하고 나서 술을 마시고 다시 절을 한다. 술을 마시고 나서는 “술은 고상한 음식입니다. 술은 신성한 음식입니다. 술맛이 아름답습니다.” 따위의 술을 숭상하는 말도 한다. 그만큼 옛사람들은 조심스럽게 술을 배우고 권했다.
--- p.181~182
사내는 막걸리도가에서 20년 일한 경력의 소유자였다. 그래서 자기가 마실 술은 자기가 빚는다. 다른 술은 입에 닿지도 않고 믿음도 가지 않기 때문이란다. 그의 말이 어딘가 독선적이라고 느꼈지만, 완벽함을 추구하려는 장인의 어투 같아 보였다. 그는 초여름에 산속에 흩어진 야생 벚나무를 타고 올라가, 산버찌를 따느라 여기저기 상처가 났다고 바짓가랑이를 걷어 보였다. 손수 내린 40도 증류주, 그것도 1년간 묵힌 것이 있어서 그 속에 산버찌를 담가놓았다고 한다. 술맛이 딱 좋을 무렵, 그는 술을 한 병 담아 아버지께 달려갔다. 자신이 빚은, 몸에 좋은 술을 먼저 아버지께 드리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막상 그의 아버지는 이따위 것도 술이냐며 밀쳐버리더란다. 술을 빚는다면서 빚을 잔뜩 지고 살아가는 아들이 탐탁지 않았으리라. 아버지의 심사를 모르는 바 아닌데도, 그 순간 사내는 아버지가 원망스럽고 미웠다. 그러나 사내는 꾹 참고 또 참았다.
사내는 세상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술이 바로 이 산버찌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연이어 늘어놓는 찬사는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조차 미웠다는 말에 넋을 빼앗겼고, 그보다 먼저 술맛에 감동한 지 오래였기 때문이었다.
--- p.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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