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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산티아고

아빠랑 산티아고

: 아홉 살 아들과 함께 떠난 산티아고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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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8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470g | 152*210*17mm
ISBN13 9788976041722
ISBN10 897604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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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서정균
걷는 걸 좋아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아주머니들이 빈자리가 생기면 왜 기를 쓰고 앉으려 하는지 점점 이해해 가고 있다. 운전하는 것보다는 버스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것을 더 좋아하고, 화려한 장미꽃보다는 수수한 들국화가 더 멋스럽다고 생각한다. IMF로 경제위기가 정점을 치닫던 1999년 2월에 학교를 졸업하여 높은 경쟁률을 뚫고 대기업에 입사한 이후 CFP(국제공인재무설계사)로 활동했다. 이때, 일일 노동자부터 자수성가한 사장님까지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잘사는 것과 행복하게 사는 것에 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홉 살 아들과 800킬로미터를 걷고 나서 작고 소중한 것이 내 안에 많다는 것을 알게 됐고 감사한 시간 덕분인지 요즘 눈물이 많아졌다. 어쩌지? 아들과 함께 또 어디를 걸을지 매일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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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해 알게 된 것은 10년 가까이 되었다. 우연히 접한 사진 한 장을 보고 막연히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40일 가까운 시간을 내어 여행을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어서 내 머릿속 한편에 겨자씨만한 크기로 자리만 잡고 있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장으로 살면서 잊고 있던 그 기억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작지만 내 일을 시작하면서 다시 떠올랐다. 머릿속에 보일 듯 말 듯 잠자고 있던 겨자씨가 뻥튀기 기계 밖으로 튀어나오듯이 머릿속 밖으로 튀어나오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 혼자가 아니지 않은가! 40일이 넘는 긴 여행을 떠나기 위해선 아내의 동의가 필요했다.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나 혼자 여행을 가겠다고 하는 것보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데리고 간다고 하는 게 아내를 설득하는 데 훨씬 수월할 것 같았다. 아들에게 넓은 대자연을 보여 주고, 외국에서 새로운 문화도 접해 보고, 800킬로미터라는 먼 길을 걸으면서 생각과 몸을 키우게 하려고 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것 같았다.
아내도 내 생각에 지지를 표했다. 사실 아들과 함께 언젠가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지만 그게 산티아고 가는 길이 될 줄은 몰랐다. 아직 초등학교 4학년인 성민이가 800킬로미터를 걷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내와 순례길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 길을 우리가 걷게 된다면 정말로 멋진 경험과 추억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 p.8

“성민아, 아빠랑 여행 갈래?”
“여행이요? 어디로요?”
“스페인.”
“스페인이요? 왜요?”
“예수님의 제자 중에 야고보라는 분이 있잖아? 이분이 복음을 전하기 위해 걸었던 길이 스페인에 있는데, 성민이랑 같이 걸어 보고 싶어서.”
“아, 베드로, 안드레, 야고보 할 때 나오는 야고보요? 얼마나 걸어야 되는데요?”
“800킬로미터인데 서울에서 부산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거리야.”
“우아, 그렇게 멀어요? 그럼 며칠 동안 걸어야 돼요?”
“한 35일?”
“그렇게 오래요? 못 할 것 같아요.”
“그래, 쉽지 않을 거야. 800킬로미터면 엄청 먼 거리니까.” --- p.14

조금 큰 마을인 비아나Viana를 지나는데 성민이 또래의 스페인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공을 차며 즐겁게 놀고 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아이들이 꽤 많이 나와 있다. 성민이가 턱을 괴고 앉아 그 모습을 한참이나 쳐다본다. 성민이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저 아이들은 저렇게 즐겁게 놀고 있는데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하루 종일 걷기만 하고.’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물끄러미 아이들을 바라보던 성민이가 뒤돌아 걸어오면서 말한다.
“같이 놀고 싶은데 말이 안 통해서 못 놀겠죠?” --- p.74

“성민아, 고맙다. 이렇게 잘 와 줘서.”
성민이는 내 품에서 계속 울면서 말이 없다.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안고 있었다. 더 이상의 말을 하지는 않아도 이 행복함과 따스함이 우리를 감싸주며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고맙다……. 고맙다, 성민아. 수고했어. 사랑해.”
“아빠, 사랑해요.”
성민이는 차차 울음을 그치고 내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 준다. 눈물이 멈추긴 했지만 감격의 여운이 남아있는지 아직도 눈가에는 눈물이 조금 맺혀 있다.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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