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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수필

근원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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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76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08041516
ISBN10 890804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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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용준
화가이자 수필가이며 호는 근원(외에 검려, 노시산방주인 등 여러가지 있음).
동경미술학교 졸업. 서울대 미술대학장을 지내고 6·25 후 서울 수복 때 월북하였다. 저서로는 『근원수필』『조선미술대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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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째 그리도 못생겼느냐. 눈알은 왜 저렇게 튀어나오고 콧구멍은 왜 그리 넓으며 입은 무얼 하자고 그리도 컸느냐. 웃을 듯 울을 듯한 네 표정! 곧 무슨 말이나 할 것 같아서 기다리고 있는 나에게 왜 아무런 말이 없느냐. 가장 호사스럽게 치레를 한다고 네 놈은 얼쑹덜쑹하다마는 조금도 화려해 보이지 않는다. 흡사 시골 색시가 능라주속을 멋없이 감은 것처럼 어색해만 보인다.

앞으로 앉히고 보아도 어리석고 못나고 바보 같고 …

모로 앉히고 보아도 그대로 못나고 어리석고 멍청하기만 하구나. 내 방에 전등이 휘황이면 할수록 너는 점점 더 못나게만 보이지 누가 너를 일부러 심사를 부려서까지 이렇게 만들었단 말이냐.

네 입에 문 것은 그게 또 무어냐.
필시 장난꾼 아이 녀석들이 던져 준 것을 파리인 줄 속아서 받아 물었으리라.
준 대로 물린 대로 엉거주춤 앉아서 울 것처럼 웃을 것 처럼 도무지 네 심정을 알 길이 없구나.
너를 만들어서 무슨 인연으로 나에게 보내 주었는지 너의 주인이 보고 싶다.
나는 너를 만든 너의 주인이 조선 사람이란 것을 잘 안다.
네 눈과, 네 입과, 네 코와, 네 발과, 네 몸과, 이러한 모든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너를 만든 솜씨를 보아 너의 주인은 필시 너와 같이 어리석고 못나고 속기 잘하는 호인일 것이리라.
그리고 너의 주인도 너처럼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성격을 가진 사람일 것이리라.
내가 너를 왜 사랑하는 줄 아느냐.
그 못생긴 눈, 그 못생긴 코 그리고 그 못생긴 입이며 다리며 몸뚱어리들을 보고 무슨 이유로 너를 사랑하는지를 아느냐.
거기에는 오직 하나의 커다란 이유가 있다.
나는 고독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의 고독함은 너 같은 성격이 아니고서는 위로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두꺼비는 밤마다 내 문갑 위에서 혼자 잔다. 나는 가끔 자다 말고버쩍 불을 켜고 나의 사랑하는 멍텅구리 같은 두꺼비가 그 큰 눈을 희멀건히 뜨고서 우두커니 앉아 있는가를 살핀 뒤에야 다시 눈을 붙이는 것이 일쑤다.
--- pp.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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