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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경의 경주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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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경의 경주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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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4년 10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442g | 153*224*20mm
ISBN13 9788970634364
ISBN10 897063436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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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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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김호연
1956년 경북 김천 출생. 동국대 동대학원 졸업. 뉴욕, 독일 포츠담, LA, 서울 등에서 스물아홉 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뉴욕주립대의 초청교수로 있으며 작품 활동을 하였고, 뉴욕 주립대의 통일 굿과 전남대학교의 황천무가, 동국대학교의 대왕암 등의 벽화를 제작했다. 현재 경주에서 동국대학교 미술학부 서양화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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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곤하다고 생각했더니 봄이다. 대낮에도 등을 켜고 책을 읽다가 봄을 맞고 싶어 남산에 가기로 했다. 집에서 멀지 않아 마음만 먹으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가볍게 오갈 수 있건만 공연히 마음이 분주하여 작년 겨울에 산길을 밟은 후 가지 못했다.

경주는 건축이 제한된 고도라 녹지 면적이 가장 높고 시내를 벗어나면 이내 들판이 펼쳐지는데, 겨울 내내 언 땅도 갈무리되어 초봄의 공기를 쐬고 나무마다 움이 초록 불꽃처럼 돋아 있다. 칼칼한 겨울 공기를 좋아하는 내게 흐드러진 듯한 봄은 산만하게도 느껴지지만 생명의 환희처럼 피어나는 꽃들을 보면 감탄할 수밖에 없다.

개울을 지나 용장골 초입에 들어서니 산이 시야를 가로막는다. 높지 않지만 수려한 산이 품을 펼치고 있는 듯하다. 남산으로 가는 길이 많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코스다. 계곡을 끼고 있어 산보하듯 걸을 수 있고 사람의 발길이 분주하지 않아 때가 묻지 않았다. 지지난 해인가 설 전날 용장골로 들어서려는데 초입에서 산을 보는 순간 이 산이 비어 있다는 느낌이 영감처럼 다가왔다. 인간의 자취가 없어 흙과 물, 햇빛, 바람, 나무만이 숨쉬는 청정한 세계가 오롯이 존재했다. 속세로부터 순수의 세계로 들어서는 찰나였고 홀로 초대받은 듯한 자연과의 대면은 황홀하기까지 했다.
---pp. 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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