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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월드 1

디스크월드 1

: 마법의 색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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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4년 1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27쪽 | 496g | 128*188*30mm
ISBN13 9788952741950
ISBN10 895274195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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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스윈드는 옆 가지에 앉은 인물에게 물었다.
“뭣 때문에 이를 드러내고 좋아하는 겁니까?”
‘죽음’은 대답했다.
원래 그렇게 생긴 걸 어쩌겠나. 이제 기분 좋게 그냥 떨어져주지 그러나? 난 온종일 여기에만 매달려 있을 수는 없는데.
“난 있을 수 있어요.”
린스윈드는 반항조로 대꾸했다.
늑대들은 나무 밑에 모여 흥미진진한 눈초리로 자신들의 다음 식사거리가 혼자 중얼거리는 모습을 올려다보았다.
아프지 않을 것이다.
‘죽음’이 말했다. 말에도 무게가 있다면, ‘죽음’이 뱉는 한 문장은 닻으로 써도 될 것이다.
린스윈드의 팔이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독수리 같은 모양새의 반투명한 형체를 향해 얼굴을 찌푸렸다.
“아프지 않다고요? 늑대들이 갈기갈기 찢어놓는 게 안 아플 거라고?”
린스윈드는 1~2미터 거리에서 다른 가지가 자신이 잡고 있는 위험스레 가는 나뭇가지와 교차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저 가지를 잡을 수만 있다면…….
그는 한쪽 팔을 뻗으며 몸을 앞으로 흔들었다.
이미 구부러져 있던 가지는 부러지지 않고 작은 소리를 내며 꺾이기 시작했다. ―<말하지 말 것!>


“흐룬, 꼭 할 말이 있어.”
흐룬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린스윈드를 돌아보았다.
“뭐야?”
“숫자에 관한 거야. 보라구, 7에 1를 더하거나, 3과 5을 더하거나, 10에서 2을 빼면 나오는 수 있잖아. 여기 있는 동안 그 수를 말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 살아서 빠져나갈 수 있을지도 몰라. 아니면 그냥 죽기만이라도 할 수 있을지도.”
“저 사람은 누구죠?”
두송이꽃이 물었다. 그는 짐짝 밑바닥에서 끄집어낸 우리를 양손으로 받치고 있었다. 우리 안에는 부루퉁해 보이는 분홍색 도마뱀이 가득했다.
“난 흐룬이다.”
흐룬은 자랑스럽게 말하고 린스윈드를 다시 보았다.
“그래서 뭐라고?”
“그 수만 말하지 말라고. 알아들었지?”
린스윈드는 흐룬이 손에 들고 있는 검을 쳐다보았다. 칼은 검은색, 아니 색이라기보다는 모든 색채의 묘지 같은 빛깔이었고 칼날을 따라 아주 장식적인 룬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보다 더 주목할 점은 검 주위를 은은하게 둘러싼 옥타린빛이었다. 이쯤해서 검도 린스윈드의 눈길을 알아차렸는지, 느닷없이 손톱으로 유리를 긁는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상하네. 왜 8이라는 말을 하면 안 되는 건데?”
데에, 데에, 데에― 메아리가 말했다. 땅속 깊숙이에서 희미하게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그 메아리는 누그러들기는 해도 사라지려 하지는 않았다. 벽에서 벽으로 튀고 또 되튀며 엇갈리고 또 엇갈렸고, 그 소리에 맞추어 보라색 빛도 깜박거렸다.
린스윈드는 비명을 질렀다.
“저질러버렸어! 8이라는 말은 하면 안 된…….”
그는 창백하게 질려 말을 멈췄다. 하지만 이미 말은 입 밖으로 튀어나와 여기저기에서 속삭이고 있는 동료들과 합세한 뒤였다.
린스윈드는 달아나려고 몸을 틀었지만, 공기가 갑자기 당밀보다 더 진득해진 것 같았다. 일찍이 본 적 없는 크나큰 마법이 충만하고 있었다. 고통스러우리만큼 느린 동작으로 몸을 움직이자 팔다리에서 길게 금빛 불꽃이 늘어지며 허공에 자취를 남겼다.
뒤에서는 굉음을 울리며 거대한 8각 돌판이 올라가서 잠시 동안 한쪽 모서리를 대고 섰다가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내려앉았다.
돌판이 사라진 구덩이 속에서 가늘고 시커먼 뱀 같은 것이 튀어나와 린스윈드의 발목을 휘감았다. 린스윈드는 비명을 지르며 부르르 떨리고 있는 바닥돌 위로 엎어졌다. 발목에 감긴 촉수는 그를 질질 끌기 시작했다. ― <말하지 말 것!>


린스윈드와 두송이꽃은 서둘러 판자 위로 올라갔고 린스윈드는 처음으로 바다 트롤을 보았다.
상상했던 것의 반만큼도 끔찍하지 않았다.
잠시 뒤 상상력이 ‘으으음’이라고 중얼거렸지만.
이 트롤은 전혀 무섭지 않았다. 린스윈드는 기대했던 썩어문드러진 촉수 괴물 대신 좀 땅딸막하긴 하지만 특별히 추하지는 않은, 어느 시내에서나 평범하게 지나칠 만한 노인을 보고 있었다. 거리에 있는 사람들이 다른 재료는 거의 없이 물만으로 이루어진 듯 보이는 노인을 보는 데 익숙해져 있을 경우, 라는 단서는 붙지만 말이다. 흡사 바다가 지겨운 진화 과정을 모조리 뛰어넘어 생명을 창조하기로 결심하고, 자신의 일부로 두 다리를 가진 생물을 만든 다음 철벅철벅 바닷가로 걸어 나가게 한 것 같았다. 그 트롤은 반투명하고 보기 좋은 푸른색이었다. 린스윈드가 뚫어져라 보는 동안 작은 은색 물고기 떼가 가슴을 가로질러 헤엄쳐 갔다.
“그렇게 뚫어져라 보다니 무례하군.”
테티스(바다트롤)가 말했다. 입은 작은 물마루와 함께 열렸다가, 바닷물이 바위에 철썩일 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다시 닫혔다.
― <세상 끝으로!>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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