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쓰기 위해 ‘문학과 관계가 깊은 신화’를 선별하면서 수준 높은 문학 작품을 읽는 독자에게 필요할 만한 이야기는 하나도 빠뜨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미풍양속을 해치는 이야기나 시구는 하나도 수록하지 않았다. 그와 같은 이야기는 자주 화제에 오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어쩌다 오른다 하더라도 여러분은 그러한 이야기는 모른다고 정직하게 고백하면 된다. 그것을 부끄럽게 생각할 필요는 조금도 없다.
이 책은 학자를 위해서 씌어진 것이 아니다. 또 신학자를 위한 책도, 철학자를 위한 책도 아니다. 오로지 문학 작품을 읽는 독자들을 위해서 씌어진 것이다. 남녀의 구별 같은 것도 없다. 연설가나 강연가, 비평가, 시인들이 자주 인용하는 이야기, 그리고 늘 사용하는 세련된 회화에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를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해 씌어진 책이다.
젊은 독자들은 이 책을 즐거움의 원천이라고 여길 것이다. 나아가서 나이 많은 독자는 이 책을 유익한 독서의 동반자로 생각해 줄 것이며, 여행 중에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방문하는 사람에게는 회화와 조각의 해설서, 그리고 교양 있는 모임에 자주 참석하는 분들에게는 이따금 주고받는 인유들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열쇠가 되어 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생을 오래 살아온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문학의 길로 되돌아가는 기쁨으로 생각해 줄 것이다. --- <머리말> 중에서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베누스, 비너스를 가리킴)는 제우스와 디오네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다. 또다른 이야기로는, 아프로디테는 바다의 거품에서 태어났다고도 한다. 그녀가 서풍에 실려 물결을 따라 키프로스 섬에 도착하자 계절의 여신들은 그녀를 영접하고 아름다운 옷을 입혀 신들이 모여 있는 궁전으로 데려갔다. 그 자리의 신들은 모두 아프로디테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아내로 삼기를 원했다. --- p.43
여신이 몸단장을 하고 있을 때, 악타이온은 친구들 곁을 떠나 특별한 목적지도 없이 거닐다가 운명에 이끌려 이곳에 오게 되었다. 그가 동굴 입구에 모습을 나타내자 님프들은 놀라 비명을 지르면서 여신 쪽으로 달려가 자기네 몸으로 여신의 나체를 가렸다. 그러나 여신은 님프들보다 키가 컸기 때문에 머리가 드러나고 말았다. 순간 해가 질 무렵이나 뜰 무렵에 구름을 물들이는 저 붉은빛이 아르테미스의 얼굴에 번졌다. --- p.94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만든 작품에 감탄한 나머지 자연의 창조물처럼 보이는 여자의 조각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는 마치 그 조각상이 살아 있는지 아닌지 확인하려는 듯 몇 번이나 만져 보곤 했다. 손으로 직접 만져 보았지만 그것이 단순한 상아에 불과한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그는 그것을 포옹하기도 하고, 젊은 처녀가 좋아할 만한 반짝이는 조개껍질, 반들반들한 돌, 작은 새, 가지각색의 꽃, 구슬과 호박 같은 것들을 선물로 주기도 했다. --- p.143
어느 날, 나르키소스는 사냥을 하다가 더위와 갈증에 쫓겨 그 샘가로 왔다. 몸을 굽히고 물을 마시려는 순간 그는 물속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았다. 그는 그것을 이 샘에 살고 있는 어떤 아름다운 물의 님프라고 생각했다. 그는 빛나는 두 눈, 디오니소스나 아폴론의 머리칼같이 곱슬곱슬한 머리, 둥그스름한 볼, 상아 같은 목, 조금 벌어진 입술, 그리고 건강과 활력에 넘치는 온몸을 넋을 잃고 내려다보았다. --- p.208
이아손은 모험을 좋아하는 그리스 청년들을 모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용감한 청년들의 대장이 되었다. 그들 대부분은 훗날 그리스의 영웅 및 신인(神人)들과 더불어 명성을 떨쳤던 청년들이다. 헤라클레스, 테세우스, 오르페우스, 네스토르 같은 영웅들도 그 무리에 끼여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 배의 이름을 따서 아르고나우타이(아르고호의 승무원)라고 불렸다. --- p.262
헤라클레스의 마지막 공적은 케르베로스(저승의 입구를 지키는 개)를 하계에서 데리고 온 일이다. 헤라클레스는 헤르메스와 아테나의 안내를 받아 하데스의 나라로 내려갔다. 그는 하데스로부터 만일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케르베로스를 끌고 갈 수 있다면 지상으로 데려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냈다. 그래서 그는 이 괴물이 맹렬하게 저항하는데도 꼭 붙잡아 에우리스테우스에게 데리고 갔다가 다시 하계로 데려다 주었다. --- p.291
아리아드네가 혼자 남은 곳은 디오니소스가 좋아하는 섬으로, 티레노스의 선원들이 그를 납치하여 노예로 팔아 버리려고 궁리할 때 데려다 달라고 애원했던 바로 그 섬이었다. 아리아드네가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고 있을 때 디오니소스는 그녀를 발견하고 위로하며 자기 아내로 삼았다. 결혼 선물로 그는 그녀에게 보석으로 장식한 금관을 주었다. --- p.3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