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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룬과 이야기 바다

하룬과 이야기 바다

[ 양장 ]
리뷰 총점8.2 리뷰 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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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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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5년 01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83쪽 | 430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90364715
ISBN10 899036471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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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알파벳이라는 나라에 슬픈 도시가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 도시는 억장이 무너질 정도로 슬픈 나머지 자기 이름도 잊어버렸습니다. 이 도시는 서글픈 바다 근처에 서 있었고, 그 바다는 '우울한 물고기'로 가득차 있었고, 그 물고기들은 맛이 너무 없어서, 그것을 먹은 사람들은 하늘이 파란데도 우울하게 트림을 했습니다.
슬픈 도시 북쪽에는 거대한 공장들이 서 있었는데, 이 공장들은 실제로 슬픔을 만들고 포장해서 전세계로 내보냈습니다. 세상은 슬픔이 아무리 많아도 모자란 듯했습니다. 슬픔 공장 굴뚝에서는 시커먼 연기가 쏟아져 나와, 불길한 소식처럼 도시를 뒤덮었습니다.
--- p.19
라시드는 주먹을 흔들지도 않았습니다. 하룬은 아버지를 따라, 먼지가 풀풀 이는 안마당을 가로질러 매표소로 걸어갔습니다. 마당을 둘러싼 담벼락은 야릇한 경고문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과속하면 틀림없이 죽는다.

이것이 한 예였습니다.

위험한 추월은 저승 가는 확실한 지름길.

이런 경고문도 있었습니다.

조심운전! 서행운전! 장난금지!
목숨은 소중하다! 차는 비싸다!

'뒷좌석에 앉은 승객들한테 소리 지르지 말라는 경고문도 하나쯤은 있어야 돼.' 하룬은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중략)

덩치 큰 사내는 일어나서 허리를 굽혀 절을 했습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뭐든지 말해. 내 이름은 '하지만'이야. K골짜기로 가는 제1호 특급 우편 버스 운전사지."
하룬은 자기도 허리를 굽혀 절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이름은 하룬이예요." 그러고는 한 가지 생각이 떠올라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뭐든지 도와주겠다고 하셨는데, 사실은 부탁이 하나 있어요."
"내 말은 일종의 인사치레였어." 하지만 씨가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약속은 지킬게! 인사치레로 하는 말은 교활한 거야. 비비 꼬일 수도 있고, 곧이곧대로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하지만'은 말을 비트는 부정직한 사람이 아니라 정직한 사람이야. 자, 원하는 게 뭐지?"
--- p.36
물의 정령이 정말로 존재할 뿐만 아니라, '이야기바다'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놀라운 발견이었지만, 아버지가 이야기를 포기하고 입을 다물었다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된 것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하룬은 현기증이 났습니다.
"믿을 수 없어요." 하룬은 물의 정령 만약에게 말했습니다. "아버지는 어떻게 그 메시지를 보냈죠? 나는 거의 줄곧 아버지와 함께 있었는데."
"통상적인 수단으로 보냈지." 만약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습니다. "'너복설과'로."
"그게 뭐예요?"
"그것도 몰라?" 물의 정령은 심술궂게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너무 복잡해서 설명할 수 없는 과정'을 줄여서 '너복설과'라고 하는 거야." 물의 정령은 하룬이 혼란에 빠진 것을 보고 덧붙였습니다. "이 경우에는 '사고 광선'을 이용하지. '사고 광선'을 켜면 그 사람의 생각이들려. 첨단 기술이야."
"첨단 기술이든 아니든, 이번에는 당신이 실수했어요. 잘못 판단했어요. 완전히 오해한 거라고요." 하룬은 제 말투가 물의 정령을 닮아 가기 시작한 것을 깨닫고, 그것을 떨쳐 버리려고 고개를 저었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절대로 포기한 게 아니예요. 그러니까 '이야기 물' 공급을 끊으면 안돼요."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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