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4년 12월 30일 |
---|---|
쪽수, 무게, 크기 | 344쪽 | 396g | 크기확인중 |
ISBN13 | 9788982737152 |
ISBN10 | 8982737154 |
발행일 | 2004년 12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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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44쪽 | 396g | 크기확인중 |
ISBN13 | 9788982737152 |
ISBN10 | 8982737154 |
정식 한국어 판 출간에 부쳐 쥐덫 괴상한 장난 줄자 살인 사건 완벽한 하녀 사건 관리인 사건 공동주택 4층 조니 웨이벌리 사건 검은 딸기로 만든 '스물네 마리 검은 새' 사랑의 탐정 |
눈먼 쥐 세 마리
달리는 것 좀 봐.
달리는 것 좀 봐.
모두들 농부의 아내를 쫓아 달리네.
여자가 식칼로 쥐들의 꼬리를 자르네.
혹시 이런 광경을 보신 적이 있나요.
- [눈먼 쥐 세 마리] -
이전에 읽었던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그랬던 것처럼 애거서 크리스티의 [쥐덫] 역시 다소 끔찍한 내용의 동요가 등장하고 있어 어렵지 않게 독자들을 작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쯤되면 그녀의 작품에서 등장하는 동요나 시는 마치 마술피리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 과연 '눈먼 쥐 세 마리'가 의미하는 것이 어떠한 내용인지 또한 이 낯선 동요 안에 앞으로 벌어질 사건에 대한 무슨 단서가 있는지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사실 [쥐덫]의 원제가 [THREE BLIND MICE]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동요의 첫 번째 대목에 더욱 초점을 맞추게 된다.
[쥐덫]은 눈으로 고립된 한 하숙집을 배경으로 그 안에 갇힌 인물들의 심리적인 갈등과 기묘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고립은 비단 등장인물에 국한되지 않는다. 각각의 장면들이 별개의 것처럼 서로 고립되어 독자들에게 소개되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고립은 바로 이 작품의 원동력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를테면 처음에 짧막하게 등장하는 의문의 남자가 등장하면서 런던의 한 주택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하는 장면과 이를 수사하는 런던 경시청의 상황, 그리고, 이야기의 주된 배경이 되는 '몽스웰 장원'이라는 이름의 하숙집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몽스웰 장원'과 런던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은 초반부에는 별다른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여지지만, 이 하숙집에 몇몇 인물이 합류하고 동시에 눈으로 고립되면서 오히려 밀접한 관계가 있음이 밝혀지면서 긴장은 더욱 고조되기 시작한다. 바로 런던의 살인범이 그 하숙집의 일원 중 한 명이라는 사실과 함께 말이다.
런던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 근처에서 우연히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수첩에는 바로 '눈먼 쥐 세마리'라는 동요와 함께 살인 장소의 주소와 함께 '몽스웰 장원'이 기록되어 있었기 때문에 경찰은 그곳으로 형사를 급파하기로 결정한다. 이러한 상황과 함께 등장하는 '몽스웰 장원'의 이야기는 왠지 살인 사건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유산으로 이곳을 상속받은 젊은 부부가 처음으로 하숙집을 운영하면서 겪는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하숙하기로 결정한 3명의 인물을 차례로 맞이하면서 미숙함을 보여주지만, 이 부분은 확실히 앞서 발생한 런던의 살인 사건과는 별개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폭설로 인하여 길에서 고립된 외국인이 추가로 이곳에 머물게 되지만, 딱히 이곳에서는 긴장감을 느낄만한 부분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들이 고립된 상황 속에서 TV와 신문을 통하여 런던의 살인 사건을 전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내 이야기는 숨가쁜 긴장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그곳에 있는 사람 중 하나가 살인과 관련된 범죄자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과 함께 형사들을 급파하였다는 하숙집에 걸려온 경찰의 전화는 순식간에 '몽스웰 장원'을 긴박한 장소로 탈바꿈시킨다. 실제로 그곳에 경찰이 파견되고, 파견된 경찰은 이곳에 있는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런던의 살인 사건의 진범이 있다고 말하면서 서로에 대한 의심을 키우기 시작한다. 심지어 이곳에 머문 사람 중 한 명이 살해되고, 이 지역에서 오래전에 발생된 끔찍한 사건이 부상하면서 이곳에 머문 사람들 모두가 나름의 용의자로 전환되는 과정은 확실히 흥미롭게 다가오게 된다. 더구나 그러한 의심과 긴장이 오히려 범인을 잡기 위하여 파견된 경찰의 등장으로 인하여 고조되고 있다는 점은 무언가 아이러니한 느낌마저도 띄고 있다. 폭설로 고립된 장소, 또 하나의 살인 사건, 새롭게 밝혀진 과거의 끔직한 사건으로 인하여 서로에 대한 의심, 심지어 하숙집을 운영하는 젊은 부부끼리도 서로를 미심쩍어하는 이 과정은 아마도 이 작품의 백미라 할 것이다.
"(중략) 난 그 사람이 싫어요! 그 사람은...... 그 사람은 우리에게 주입시키고 있어요. 사실과 다른 것을 ...... 도저히 사실일 수가 없는 것을 말이에요."
- p. 99中에서 -
고립된 상황에서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의 지속을 보여주는 [쥐덫]은 확실히 흥미롭다. 전에 읽었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연이어 등장인물들이 동요 내용처럼 살해되면서 동시에 그 범인이 그 중 하나라는 상황이 긴장감을 더했다는 구조와 비슷한 양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쥐덫]은 처음부터 그러한 의심이 지속된 것이 아니라 폭설에 의한 고립 및 범인을 찾기 위한 수사 과정이 그러한 긴장을 촉발시켰다는 점에서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할 수 있다. 실제 나중에 이들의 긴장은 바로 고립된 상황에서 인간의 심리가 빚어낸 터무니없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꽤 깊은 의미를 다루고 있다고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황금가지에 출간한 [쥐덫]은 의외로 분량이 그리 길지 않다. 사실 이 작품은 1927년 왕실의 요청에 따라 20분자리 라디오 드라마 극본으로 집필되었기에 이 시리즈의 여타 작품에 비하여 짧을 수 밖에 없다. 사실 내가 이 작품을 기억하는 이유는 어렸을 때, 한국의 코미디언들이 이 작품을 원작으로 단막극 형식으로 연기를 한 것을 보았기 때문(오래전임에도 불구하고 자막으로 원작 [쥐덫]의 출처마저 밝히고 있었기에)이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중편 정도의 분량으로 고립된 상황에서의 인간의 다양한 심리를 압축하여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쥐덫]의 분량으로 인하여 이 책은 이외에 8개의 애거서 크리스티의 단편을 추가로 소개하고 있다. 사실 추리 장르의 단편은 분량으로 인하여 그 반전의 임팩트가 그리 크지 않기에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지만, 이들 8편의 작품에는 미스 마플과 에르퀼 푸아로가 각각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기에 애거서 크리스티의 팬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사실 애거서 크리스티의 다양한 작품에서 그녀가 만든 캐릭터 중 이 둘의 인지도는 상당한데, 각각의 단편을 통하여 두 캐릭터의 특성을 비교하여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이들 단편을 읽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된다. 사건의 본질에 다가가는 과정에서 미스 마플은 수더분한 주변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그 안에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단서를 노출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그것을 토대로 함께 추리하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면 에르퀼 푸아로는 가끔 불어를 사용(벨기에 국적이기에 불어 사용은 당연한 것이겠지만)하면서 정중하고 위엄있는 태도를 보이면서 사건에 대한 번뜩이는 추리를 보여준다. 푸아로의 동료로서 아서 헤이스팅스가 등장하면서 추리를 서로 비교하는 모습은 홈즈와 왓슨의 관계처럼 보여지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푸아로는 홈즈의 외향적인 부분을 보다 강조한 것 같은 느낌의 캐릭터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 둘은 이후 애거서 크리스티의 무수히 많은 작품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은 어찌보면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세계에 발을 들여놓기 위한 안내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쥐덫]에 상당히 몰입할 수 있었으며, 이외의 8개의 단편은 비록 [쥐덫]만큼 몰입할 정도는 아니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마플과 푸아로를 먼저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중단편 역시 분량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기본적으로는 장편과 비슷한 과정과 흐름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이 궁금하다면 우선 이 책으로 그 방향성을 가늠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추리소설계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의 전집이 기존 번역본들에서 발견되는 누락과 오역을 수정하여 <황금가지>에서 재출간되었다.
전집 15권에 해당하는 <쥐덫>은 한 여관에서 일어나는 광적인 살인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폭설 속에 갇힌 몽스웰 여관 - 네 명의 손님과 주인 부부, 그리고 한 명의 형사가 외부와 연락이 끊긴 채 갇혀 있다. 그리고 이어서 벌어지는 의문의 연속 살인사건. 살인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세 마리의 눈먼 쥐'라는 동요가 울려 퍼지는데….
지난 1947년, 당시 영국 메어리 여왕이 80회 생일을 맞아 BBC 방송국장이 생일 축하 방송으로 무엇을 듣고 싶냐고 물어 보았다. 이 때 방송국 측에서는 웅장한 오페라나 셰익스피어 연극을 내심 생각하고 있었다 한다. 그런데, 메어리 여왕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즉, 애거서 크리스티의 극을 듣고 싶다고 통고해 온 것이다. 당시 메어리 여왕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열렬한 팬이었으며, 빅토리아 공주와 만나면 으레 대화는 크리스티 여사의 최근 작품 쪽으로 옮아 가곤 하는 것이었다. 이들뿐만 아니라, 현재의 여왕인 엘리자베스 2세도 당시 틴에이저일 때 크리스티 여사의 작품에 몰두했었다고 한다.
아무튼 이러한 연유로 BBC의 요청을 받은 애거서 크리스티는 1주일 만에 작품을 완료했다. 그리고 메어리 여왕은 생일 축하 파티가 열린 말보로 하우스 궁(宮)에서 3분짜리 이 방송극을 듣고는, 매우 멋진 생일 선물이었다고 흡족해 했다 한다. 그 작품이 바로 여기 소개되는 중편 『쥐덫』(The Mousetrap)의 원본이 된 『어린 쥐의 복수』이다. 나중에 크리스티 여사는 이것을 5막의 장막극 『쥐덫』으로 직접 각색했다. 이 연극은 1952년 11월 25일 런던의 앰배서더스 극장에서 첫 공연을 가졌다. 그 이후 이 작품은 오늘날까지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공연되어, 사상 최장기 공연 기록으로 기네스북에도 올라 있다. 이 사실은 세계 연극계뿐 아니라 추리소설계에도 커다란 의미를 던져 주고 있다. 이 『쥐덫』의 제작자인 피터 손더스는 크리스티 여사가 타계한 이후, '그녀는 버킹검 궁(宮), 국회의사당, 런던탑과 함께 영국을 대표하는 존재'라고 경의를 표했다.
차례를 보지 않고 바로 읽었다. '쥐덫'이 전체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범인이 잡히는 대목에 이르렀고, 그제서야 이 책이 단편집인 줄 알게 되었다. 쥐덫에는 나오지 않지만 다른 작품들에는 마플 양과 푸아로 경감이 각각 등장한다. 특별한 기준 없이 단편들을 모아 놓은 것 같다.
'쥐덫'은 인상적이었다. 읽기 시작한 때가 아침이었는데 황사가 몰려와서 그런 건지 흐릿하고 스산하고 퍽 쌀쌀했다. 소설 배경으로 등장하는 영국 외딴 하숙집에 눈이 내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추위가 느껴지는 게 실감났다. 소설 속 하숙집은 눈에 갇히면서 외부와 단절되고 범죄는 예고되는데, 공포 드라마나 영화에서 더러 본 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이 또한 이 작가가 오래 전에 쓴 구성이었구나.
범인이 독자가 상상한 사람이 아닌 의외의 사람이었다는 게 밝혀지기까지 작가는 참 알뜰하게도 숨겨 놓고있다. 이걸 각종 장치를 이용하여 얼마나 잘 숨기느냐 하는 게 추리소설 작가의 역량일 텐데, 신기할 정도다. 나는 여전히 지루함을 못 느끼고 읽고 있다. 이번 책의 작품들에서는 하나도 맞히지 못하고 말았네.
쥐덫을 제외한 작품들은 분량이 짧은 편이다. 단막극으로는 충분히 활용할 소재들이기는 하지만. 범인들의 공통점이라면? 첫째, 돈을 갖고 싶어서 둘째, 어렸을 때 억울하게 받은 원한을 갚아 주려고. 두 번째 이유가 아프게 와 닿는다. 어렸을 때의 어떤 기억은 한 사람을 영원히 가두는 불행의 멍에가 되기도 한다는 점. 삼가 조심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도, 아이들끼리도, 원한이 되고 나면 나이가 들어도 잊지 않고 갚아 주고 싶어 하는 모양이니까. 어느 나라든 어느 시대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