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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이르는 남자 건달

하늘에 이르는 남자 건달

[ 양장 ] Drama Book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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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5년 03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358쪽 | 480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57512692
ISBN10 895751269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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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이란 걸 해볼까요?”
너무도 아름다운 여자가 싸늘한 얼굴로 사무실 문을 닫고 나가자마자 윤영은 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 물었다.
“미안합니다. 이상한 일에 얽히게 만들어서.”
“이건 이상한 일이 아니라 아주 ‘드러운’ 일이에요. 여자 문제 정도는 혼자 알아서 해야 할 나이 아니에요?”
그녀가 턱을 들고 상경을 노려봤다. 그의 장단에 맞추어 도와주기는 했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이없고 기분 나쁜 일이었다.
뭐 이런 남자가 다 있을까? 딱 세 번 본 남자가, 오늘까지 겨우 네 번 본 남자가 감히 날 이용해 먹을 생각을 하다니. 그것도 약혼자 몰래 여자 문제를 해결하느라.
“내가 두 번째로 싫어하는 인간이 누군지 알아요? 바로 당신처럼 와이프 몰래 바람피우는 인간이에요.”
“난 아직 결혼 안 했어요.”
“약혼도 결혼이랑 똑같은 약속이에요. 약혼자 몰래 뒤에서 딴 짓 하는 사람들, 아주 밥맛이고 질색이에요. 알아요?”
그에게서 전혀 반성의 기미가 느껴지지 않자 더욱더 열이 뻗은 윤영이 긴 손가락으로 그의 가슴을 톡톡 쳐대며 말했다.
“알아요.”
분개한 윤영의 다그침에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알면서 그래요? 진짜 나쁜 사람이네.”
“파혼했어요.”
“파혼을 했건, 아니건…… 뭘 해요?”
상경의 담담한 대답을 제대로 듣지 못한 윤영이 ‘빽’ 하고 소리를 지르려다 그가 한 말을 그제야 이해하고 멈칫거렸다.
“파혼이요. 금방 그 여자가 나 말고 다른 남자가 좋답니다.”
“이상한 여자네. 왜 약혼자 말고 다른 남자가 좋대요? 근데 왜 당신이랑 약혼했대요?”
이제는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된 윤영이 인상을 썼다.
가만, 이 남자가 아니라 이 남자의 약혼녀에게 문제가 있었던 거야. 그리고 지금 이 사람은 ‘프리’고.
윤영은 그의 반지 없는 손가락을 바라봤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 상경도 자신의 손가락을 바라봤다.


집에 도착해 방문을 닫은 상경은 손가락의 반지를 빼어냈다. 허전하고 생소하지만 익숙해질 것이다. 그는 책장 위에 올려놓았던 그와 그녀의 약혼식 사진도 그대로 휴지통에 버렸다. 생각보다 버리고 치워야 할 것들이 많았다. 기억도, 추억도 그렇게 버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강이 말대로 사랑이 대수가 아니다.
“사랑. 그런 거, 다시는 안 한다.”
주문을 외듯 거울 속의 자신에게 다짐을 하면서 상경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너무 큰 대가를 치러야 하는 ‘사랑의 무게’를 알고 있었다.
엄마의 상처 입은 눈빛에서 읽고, 아버지의 언제나 무거운 침묵 속에서 듣고, 어느 날 이 집의 또 다른 어머니가 된 여자의 조심스러움에서 눈치 챘다. 그리고 언제나 거울 속에서 마주치는 내 얼굴에서도 느끼게 된다.
몰라도 되는 사실까지 전부 알고 있는 지금의 자신의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자 그는 거울 속의 자신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쨍’ 하고 거울이 나갔고 손등에서 피가 흘렀지만 상경은 아픔조차 느낄 수 없었다.
상경은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 그는 옷장 한구석에 걸려 있는 닳아빠진 재킷을 손에 들었다.


“김상경입니다. 우리 벌써 세 번째인데 통성명 정도는 해야지요.”
세 번째? 그를 정말 세 번이나 만났다. 어느새 이 사람과 세 번째의 만남을 가진 걸까?
“한 번 만나면 우연이고, 두 번째는 기회가 되고, 세 번째는 운명이랍니다.”
“누가 그런 소리를 했어요?”
“헛소리하고 다니는 친구가요.”
자기가 내뱉기는 했지만 스스로가 듣기에도 헛소리처럼 들렸다. 왜 이 순간에 무강의 개똥철학이 튀어나왔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삼세번이라……. 남자와 여자가 세 번 이상 만나서 운명이 된다면 세상은 운명의 천지가 될 것이다. 그는 자신의 어이없는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눈앞의 여자는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겉옷에 스윽 손을 닦더니 그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상경을 바라보며 활짝 웃는 그녀의 미소가 환했다.
“운명 좋네요. 뭐가 됐거나 여러 번 뵙네요.”
따뜻한 상경의 손에 차가운 윤영의 손이 엉켰다. 마치 씨실과 날실이 만나는 듯하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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