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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의 마지막 하루

박정희의 마지막 하루

: 10ㆍ26, 그날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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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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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5년 02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73쪽 | 575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91491038
ISBN10 899149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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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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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사건의 미스터리 중 하나는 김재규가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에게 전화를 건 시각이 대통령과의 만찬이 있다는 연락을 경호실장으로부터 받은 뒤인가 그 전인가 하는 것이었다. 대통령과의 만찬이 있다는 연락을 받은 뒤에 정승화 총장과 겹치기 약속을 했다면 이는 김재규의 살의(殺意)가 발동한 기점이 되기 때문이다. 이 쟁점에 종지부를 찍을 만한 자료를 발견했다. 1979년 10월 29일 윤병서 의전비서가 합수부(合搜部)에서 쓴 자필진술서는 자신이 4시 40분(즉 대통령과 만찬이 있다는 사실을 통보받은 30분쯤 뒤)에 총장실로 전화를 걸어 김 부장에게 연결시켜 주었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 p.48
신재순과 심수봉이 궁정동 안방 옆 대기실에 도착한 것은 6시 15분쯤. 의전과장 박선호가 나갔다 오더니 서약서를 내놓았다. 오늘 듣고 본 것을 바깥에 나가서 발설을 하면 처벌을 받는다는 상투적인 내용으로 인쇄된 문안에 사인만 하는 것이었다. 이어서 정인형과 안재송 두 사람이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차 실장이 오더니 또 몇 가지를 물었다. 그 다음 박선호가 신 양에게 ‘단독으로 각하를 모시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신 양은 어제 본 박 과장과는 너무 달라진 오늘의 박 과장을 대하고 흠칫했다. 얼굴에는 냉기가 흐르고 있었다.

신 양은 김재규와 마주 보는 자리에 앉았기 때문에 이날 가장 정확한 목격자가 될 수 있었다. 신 양은 네 사람의 이야기가 너무 심각하게 진행되자 긴장을 풀려고 식탁 위에 놓은 안주를 세어 보았다. 꿀에 재운 인삼, 도라지나물, 부침, 생채, 송이구이, 편육, 시바스 리갈 두 병, 선 담배 두 갑. 술상은 생각보다 조촐했다.
대통령이 먼저 심수봉을 보고 한마디 했다.
“이 아가씨는 텔레비에서 많이 본 얼굴이고.”
신재순을 쳐다보면서는 “이 아가씨는 처음이군”이라 하더니 “예쁘게 생겼군. 이름이 뭐지? 나이는?”하고 물었다.
--- p.78
심수봉이 기타를 왼쪽 벽에 세우고 돌아와 자신 쪽으로 쓰러진 박정희의 몸을 부축하여 앉히면서 비명을 질렀다. 신재순은 일어나 심수봉 쪽으로 가서 대통령의 등에 손을 댔다. 뜨거운 게 물컹 잡혔다. 피였다. 한 차례 총성이 멎자 실내 화장실로 피했던 차지철이 문을 빼꼼히 열고 머리만 내밀고는 “각하, 괜찮습니까?”라고 물었다. 신재순이 보니 총 맞은 차지철의 오른 손목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난 괜찮아.”
대통령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심수봉이 앉았던 방석이 대통령의 유혈로 적셔졌다. 신재순은 손수건 같은 것을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피가 솟고 있는 대통령의 등에 손을 꼭 댔다. 신재순의 손가락 사이로 선혈이 콸콸 쏟아지고 있었다. 박정희의 숨소리는 “크르렁 크르렁”하고 있었다.
“각하, 정말 괜찮습니까?”
신재순이 물었다.
“응, 나는 괜찮아….”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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