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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빈치, 비트루비우스 인간을 그리다

다 빈치, 비트루비우스 인간을 그리다

: 인체비례도에 얽힌 2000년 서양문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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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9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455g | 147*215*20mm
ISBN13 9788964620427
ISBN10 896462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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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토비 레스터
1964년 미국 태생으로 버지니아 대학에서 영문학과 프랑스어를 전공했다. 졸업 후에는 평화봉사단원, 국제연합 참관인으로 활동했으며, 『애틀랜틱』을 비롯한 유수 잡지에서 객원기자로 활약했다. 『워싱턴 포스트』, 『월 스트리트 저널』 등 여러 매체가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세계의 네 번째 부분』(2009)이 작가 데뷔작이며, 이 책으로 반스앤노블 신인 저자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서양사의 묵직한 주제를 저널리스트 출신다운 가벼운 문체로 서술하는 그는 ‘스토리텔링의 대가’ 데이바 소벨의 전통을 잇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역자 : 오숙은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 브리태니커 회사 편집실에서 일했다. 이후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며 루타 서페티스의 『회색 세상에서』, 도널드 서순의 『유럽 문화사』(공역), 잭 머니건의 『고전의 유혹』, 움베르토 에코의 『궁극의 리스트』를 비롯한 다수의 책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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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내 관심을 당장에 사로잡은 중세 시대의 한 세계지도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때 내 머리를 스친 것, 그 지도를 처음 본 누구라도 떠올릴 만한 것, 그것은 다름 아닌 비트루비우스 인간과의 묘한 유사성이었다.
중세 필사본들을 연구하면 할수록, 비슷한 이미지들은 더 많이 나왔다. 그런 그림은 세계지도 속에, 우주를 설명하는 개요도 속에, 별자리 안내서 속에, 점성술 도표 속에, 의학서 삽화 속에, 그리고 다른 것에도 계속 등장했다. 서서히 나는 깨닫기 시작했다, 레오나르도가 난데없이 비트루비우스 인간을 불러냈던 게 아니라는 것을. 그 인물은 오랜 족보를 가지고 있었다.(12쪽)

-『건축십서』에서 묘사된 대로, 조화와 질서의 근원이자 일부는 신적이고 일부는 인간적인 비트루비우스 인간은 만물의 척도를 재현한다. 어찌 보면 그 남자는 비례에 대한 연구에 지나지 않지만, 어찌 보면 하나의 이상에 대한 표현이다. 그 몸이 곧 세계이고, 그 정신이 곧 세계의 정신이며, 그 존재는 곧 천상의 힘과 질서를 땅으로 끌어온 인간의 형상이다. 팔다리를 활짝 펼친 그의 형상은 로마 신전들과 도시들, 지구 전체, 심지어 우주 자체의 둥근 원에 계속 등장한다.(61쪽)

- 비트루비우스, 알베르티, 필라레테, 프란체스코 디 조르조 마르티니. 이들은 레오나르도가 1480년대 중반에서 후반 사이에 건축에 관해 깊이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 그가 접하거나 들었던 문헌들을 남긴 저자들이었다. 이들 모두 자기만의 방식으로 인간의 유비를 생각하고 만지작거렸다. 레오나르도가 건설자, 공학자, 학자, 교회 위원과 건축의 문제를 논의할 때, 그리고 브라만테와 수많은 대화를 나눌 때, 그 주제가 자주 등장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레오나르도와 나머지 모든 이는 밀라노 한복판에 물리적으로 구현된 그 유비, 어마어마하게 큰 미완성의 대성당 형태 속에 나타난 그것을 심지어 눈으로 보기까지 했다. 1489년의 한 저자는 그 대성당이 “누워서 팔다리를 뻗은 인체의 윤곽을 나타내는 것 같다”고 썼다.(175~176쪽)

-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기에, 레오나르도는 전형적인 르네상스 인간이다. 무한한 능력과 지식을 소유하고 거의 마법 같은 발명의 힘을 지닌 몽상가적인 인물. 그러나 그의 초기 공책들은 사뭇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능숙한 소묘들, 독창적인 발명품들, 여기저기서 날아오르는 시각적이고 지성적인 공상들과 나란히, 우리는 훨씬 평범한 어떤 것의 증거를 발견하게 된다. 중세적 학식의 기본을 스스로 배워보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한 남자. 해부학, 건축, 점성학, 식물학, 우주구조학, 지리학, 지질학, 기하학, 수학, 의학, 용병술, 자연철학, 광학, 원근법, 외과적 수술, 심지어 수의학까지. 레오나르도는 세계에 대한 자기만의 경험적 연구의 배경으로서 그 모든 것을 알고 싶었다. 그러나 그 가운데 뭐라도 하기 위해서는 훨씬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189~190쪽)

- 이때쯤 비트루비우스 인간의 나이는 1500살 정도였다. 아우구스투스 시대의 그날 태어난 이후, 그는 이름 없는 필경사들에 의해 수명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그것은 시각적 형태가 아닌 문자 형태로였다. 그는 하나의 추상적 관념, 단어로만 존재하는 유령 같은 인물이었다. 몇백 년이 지나면서 그 관념은 중세 필사본의 지면 위에서, 소우주를 다룬 온갖 황홀한 삽화 속에 어른거리면서 나타났을 것이다. 우주의 다이어그램, 별자리 도표, 세계지도, 십자가 위의 그리스도 그림, 의학 그림과 건축 그림에까지. 그러나 그때까지 통틀어 봐도, 비트루비우스가 『건축십서』에서 설명한 내용에 그대로 의거해 그 이미지를 그리려고 시도했던 사람은 없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 누구도 시각적 형태, 다시 말해 원과 정사각형 안에 꼭 들어맞는 이상적인 인체를 그리는 방법을 시도하지 않았다. 그것이 1480년대까지의 상황이었다.(218쪽)

- 가장 기본적인 수준에서 보면, 이 그림은 인체 비례에 관한 연구이다. 그것은 알베르티가 『조각론』에서 제시한 것과 다르지 않은 인간적 이상의 지리학이다. 레오나르도의 그림에서 얼굴과 몸을 여러 부분으로 나누는 다양한 선들은 모두 레오나르도가 글로 설명했던 비례 관계와 일치한다는 것을 입증한다. 그러나 이 그림은 그가 쓴 내용을 훨씬 넘어선 것들까지 담고 있다. 그것은 레오나르도가 자기 공책에 그렇게도 풍부하게 기록했던 세세하고 많은 비례 관계들을, 그러나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더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 점에서 이 그림은 프란체스코 디 조르조 마르티니가 즐겨 주장했던 점을 증명한다. 다시 말해 세세한 과학 정보를 전달하는 최선의 방법은 글이 아닌 그림이라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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