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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 별빛의 나날들

피와 별빛의 나날들

연기와 뼈의 딸-02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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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10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604쪽 | 666g | 146*209*29mm
ISBN13 9788925553696
ISBN10 8925553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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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바는 그날 죽었어야 했고, 그건 그녀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사랑과 그들이 꿈꾸던 계획은 자신의 종족에 대한 배반이었고, 무엇보다 최악은 그녀의 잘못된 자비심,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그 천사의 목숨을 구해 준 것이다. 그래서 그 천사는 살아서 지금의 그가 돼 버렸다. 다른 많은 별명 가운데서도 서자들의 왕자가 된 것이다. 티아고는 그녀에게 그 모든 별명들을 들려줬다. 서자의 왕자. 괴물 잡는 사냥꾼, 학살 천사. 그 호칭들 하나하나마다 그 뒤에 이런 여운이 감돌고 있었다. 너 때문에. 너 때문에.
그녀만 아니었다면 키메라 종족은 아직도 살아 있을 것이다. 로라멘디도 아직 건재할 것이다. 브림스톤은 이빨들을 줄에 꿰고, 이사, 다정한 이사는 그의 건강을 염려하면서 목에다 뱀들을 칭칭 감고 가게 옆방을 돌아다닐 것이다. 다양한 외모의 로라멘디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놀다가 그녀처럼 병사로 성장할 것이고,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 여러 개의 몸을 거쳐 가며 살아갈 것이다. 그렇게 삶은 계속됐을 텐데.
영원히.
과거를 돌이켜보니 카루는 자신이 그렇게 순진했었다는 걸 믿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세상이 다른 식으로 바뀔 수 있었다고 믿었다니, 자신이 그렇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니.---본문

카루는 총을 증오했지만, 반군에게 총이 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잘 알고 있었다. 수십 번이나 티아고에게 인간의 살인 기술에 대해 말해 볼까 생각했지만 그때마다 그래선 안 된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많았다. 먼저 총에 대해 개인적으로 안 좋은 감정도 있었고 무기를 구하기 위해 접촉해야 할 사람들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기 거래상들까지 끌어들이지 않아도 지금도 충분히 힘들고 복잡한 조합 아닌가? 하지만 항상 떠오르는 더 중요한 이유가 아니었다면 그 정도 문제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었다.
그건 바로 브림스톤은 절대로 에르츠에 총기를 들여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왜 그러지 않았는지 짐작할 수 있었지만, 따지고 보면 간단한 이유였다. 그렇게 되면 에르츠에서 무기 경쟁이 벌어질 것이고, 따라서 살상 속도가 생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질 것이다. 그것은 결코 브림스톤이 원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마드리겔이 처형당하기 몇 달 전에 이런 말을 했다. 그는 이 몇 세기 동안 다만 큰 흐름을 막아온 것에 불과하다고, 다른 길, 더 진실한 길을 찾기 전까지 동족들을 살리기 위해 애를 쓴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삶과 평화로 가는 다른 방법을 찾기 전까지.
삶과 평화. 승리와 복수.
이 두 길은 결코 만나지 못할 것이다.---본문

자신의 힘으로 우뚝 선 하나의 세계란 수많은 의도와 기회로 이루어진 알 수 없는 혈관들이 돌돌 말려 부글부글 끓는 기이한 곳이지만, 두 개의 세계는? 하늘의 찢어진 틈들에서 새어나온 두 세계의 입김이 섞이는 곳에서, 기이한 일들은 더 기이해지고, 누구의 상상으로도 껴안을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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