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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독일인 이야기

어느 독일인 이야기

: 회상 1914 ~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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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10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554g | 148*210*21mm
ISBN13 9788971996201
ISBN10 897199620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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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누가 나를 깨웠을 땐 벌써 짐 싸기가 한창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처음에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며칠 전에 사람들이 나한테 설명해주었지만 ‘동원령’이란 말은 나한테 아무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나한테 뭔가 더 설명해줄 시간도 없었다. 짐을 다 싸서 정오에는 출발해야 했다. 그다음에는 기차가 계속 다닐지 확실치 않았다. 유능한 우리 집 하녀가 말했다. “오늘은 영점오로 가야 해.” 그게 무슨 뜻인지 지금도 아리송하지만 어쨌든 모든 게 어수선하기 짝이 없고 누구나 각자 알아서 챙겨야 한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래서 내가 눈에 띄지 않게 빠져나와 숲으로 달려갈 수도 있었다. 출발하기 바로 전에 사람들이 간신히 나를 찾아냈다. 나는 나뭇등걸 위에 앉아 얼굴을 손에 묻은 채 엉엉 울면서 이제 전쟁이니 모두 나름대로 희생해야 한다는 말 따위는 전혀 들으려 하지 않았다. 나는 어찌어찌 마차에 실려, 이미 떠난 한스와 바흐텔은 아니었지만 타닥타닥 속보로 달리는 갈색 말 두 마리를 따라 떠났다. 우리 뒤로 먼지구름이 일어 모든 것을 덮어버렸다. 나는 내 어린 시절의 숲을 다시는 보지 못했다.
- 본문 23~24쪽(1부. 프롤로그)

그해 3월 내내 그랬듯 무척 따뜻하고 화창한 봄날이었다. 맑디맑은 하늘 한조각 구름 아래 송진 향기가 나는 소나무 사이 이끼가 덮인 풀 위에 앉아, 우리는 영화에 나오는 연인들처럼 입을 맞췄다. 평온한 세상에는 봄기운이 가득했다. 한두 시간쯤 거기 앉아 있었을까, 전교생이 소풍이라도 가는 날인지 10분마다 학생들이 무리지어 지나갔다. 양떼를 성실하게 지키는 목자 같은 선생님이라면 으레 그러듯 콧수염이나 턱수염을 기른 지도교사가 개구지고 귀여운 남자애들을 이끌고 갔다. 숲길에서 만났을 때 이 학생들은 우리를 지나면서 가벼운 인사말을 던지듯 쾌활하고 카랑카랑한 아이들 목소리로 입을 모아 외쳤다.
“유대인 뒈져라!”
어쩌면 꼭 우리를 겨냥한 말이 아닐 수도 있었다. 나는 유대인처럼 보이지 않고 찰리도 유대인치고는 별로 유대인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냥 아무 악의도 없는 인사말이었을 수도 있었다. 모르겠다. 어쩌면 정말 우리를 향해 도발하는 말일 수도 있었다.
내가 자그마하고 사랑스럽고 발랄한 여자를 품에 안고 ‘봄 언덕 위에’ 앉아 어루만지고 입 맞추는 동안 천진한 아이들이 지나가면서 우리한테 뒈지라고 요구했다. 우리는 그러지 않았고 그 아이들도 우리가 뒈지지 않는 데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걸어갔다.
초현실적인 풍경.
- 본문 179~180쪽(2부. 혁명)

갈색 제복을 입은 사람 하나가 다가와서 내 앞에 버티고 섰다.
“당신은 아리아인이오?”
미처 생각할 틈도 없이 대답했다.
“예.”
그는 내 코를 유심히 살펴보더니 물러났다. 하지만 나는 온몸의 피가 얼굴에 쏠리는 듯했다. 나는 수치와 패배를 한 박자 늦게 비로소 감지했다. “예”라고 대답하다니! 물론 나는 맹세코 ‘아리아인’이다. 거짓말을 하진 않았다. 하지만 훨씬 더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 물어보는데 나는 아리아인이라고, 평소에는 별 의미도 없던 사실을 마치 기다렸다는 듯 냉큼 대답하다니, 어찌나 굴욕적인지. 그렇게 대답함으로써 사건 서류에 몰두할 수 있게 타협하다니, 어찌나 부끄러운지! 벌써 이렇게 휘둘리다니! 첫 관문에서부터 잘못하다니! 스스로 뺨이라도 갈기고 싶었다.
법원에서 나올 때 잿빛 법원 건물은 늘 그렇듯 거리에서 좀 떨어져 잔디밭과 나무들 뒤에 냉정하고 여유롭게 서 있었다. 하나의 제도로서 사법부가 방금 무너졌다는 것은 결코 알아챌 수 없었다. 아마 나한테서도 내가 방금 거의 회복할 수 없을 치욕을 겪고 상처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아챌 수 없으리라. 그저 말쑥하게 차려입은 젊은 남자가 포츠담 거리를 조용히 걸어가고 있을 뿐. 거리에서는 아무것도 눈치챌 수 없었다. 평소와 똑같았다. 하지만 공기 속에는 뭔지 모를 일들이 천둥처럼 다가오고 있었다…….
- 본문 186~187쪽(2부. 혁명)

제3제국 건국의 역사에는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하나 있다. 나한테는 이 문제가 누가 국회의사당에 불을 질렀는가 하는 문제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하다. 독일인들은 과연 어디에 있었을까? 1933년 3월 5일에만 해도 독일인 가운데 반이 넘는 숫자가 히틀러에 맞서 투표했다.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죽었을까? 지구에서 사라졌을까? 아니면 늦게나마 나치가 되었을까? 어떻게 그 사람들은 눈에 띌 만한 반응을 전혀 보이지 않은 것일까?
- 본문 231쪽(3부. 작별)

아니, 개인 생활로 물러나봤자 아무 소용 없었다. 어디로 물러나든 내가 피해 도망친 그것이 바로 옆에 있었다. 나는 나치 혁명이 정치와 사생활의 오랜 분리를 없애버렸고 나치 혁명을 단지 ‘정치적 사건’만으로 다룰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혁명은 정치 영역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사생활에서도 똑같이 일어났다. 독가스처럼 벽을 통해 스며들었다. 이 독가스에서 벗어나려면 딱 한 가지 방법밖에 없었다. 신체적으로 멀어지는 것, 이민이었다. 즉 내가 태어나 언어를 배우고 교육을 받은 나라, 게다가 애국이라는 연결 고리가 있는 나라에 작별을 고하는 것이다.
1933년 여름 나는 이런 작별까지 할 작정이었다. 크고 작은 작별에 이미 익숙해진 다음이었다. 나는 친구를 잃었고, 무난하게 지내던 지인이 잠재적 살인자가 되고 나를 비밀경찰에 넘겨주고 싶어 하는 적으로 변하는 것을 봤고, 일상생활의 소소한 기쁨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 본문 269~270쪽(3부. 작별)

이 책이 이토록 큰 성공을 거두리라고는 나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언론과 독자의 반응에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었다. 이 책은 군데군데 흠이 있는 토르소인 데다가 그 뒤 훨씬 더 끔찍한 일이 많았는데 1933년 중반에 미흡하게 끝나버린다. 시간이 흐른 다음에야 그 이유를 해명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어떻게 그럴 수 있었어요?”라는 질문에 증언의 형식으로 대답한다. 전후 세대는 전전 세대에게 언제나 다시금 이 질문을 던졌지만 대개 “우리는 아무것도 몰랐단다.” 하는 대답만 받았다. 이 책은 그 대답을 완전히 무력하게 만들어버린다. 아무것도 보지 못한 사람은 아무것도 보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못 봤다. 하지만 다른 한편 이 책은 세계대전 사이 독일 국민의 심리 상태를 알기 쉽게 그려내서 그들을 그냥 용서하지 않으면서도 나치의 성장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이해할 수도, 극복할 수도 없었던 1차 세계대전의 패배, 억눌린 혁명, 인플레이션이란 모험, 사랑받지 못한 공화국, 그리고 아주 중요한 요소인 민주적 정치인들의 비겁함. 이 모든 것을 워낙 생생하고 설득력 있게 묘사해서, 이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눈앞에 보듯 명백하다.
- 본문 372~373쪽(후기)

하프너가 이 책에서 기술하는 것은 일곱 살 어린아이일 때부터 청소년기를 거쳐 청년이 될 때까지 목격한 위태로운 시대상이기도 하지만, 자기 자신을 비롯한 동세대의 내면 풍경이기도 하다. 그는 개인적인 경험을 근간으로 삼아 이를 사회현상과 병치하면서 한 시대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드러내고 평가하며 왜 그렇게 되었는지 분석한다. 결코 주관적인 입장에만 매몰되지 않고 개인적인 경험을 세대 공통의 경험으로 확장해서 당시 독일의 역사와 현실을 탁월하게 분석하고 미래까지 예견한다.
하프너의 다른 작품 『히틀러에 붙이는 주석』이 히틀러라는 정치현상을 분석 대상으로 삼는다면, 이 책은 그 히틀러를 가능하게 한 대중, 그리고 그 대중을 이루는 구성 요소인 개인까지 조금 더 세밀하게 다룬다. 이 과정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허울 좋은 마취제에 지나지 않는, ‘공동체’라는 이름의 집단주의에 매몰되지 않는 개인이다. 그러나 이 개인이 외따로 떨어져 있을 때 자신을 올곧게 지키기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아마 그래서 연대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이리라. 집단에 그냥 묻히지 않고 자기 자아를 지켜나가면서, 그와 동시에 서로 돕기 위한 연대의 고리를 찾아내는 일은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 본문 374~375쪽(옮긴이의 말)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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