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1년 조선 광문회(光文會)에서 양장 활자본 1책으로서 출판한 {동국병감} 해설에 의하면 {동국병감} 2책(유통본의 저본)은 조선 제5대 문종(文宗) 때에 편찬된 것이고, 그 서명(書名)이 {문헌비고(文獻備考)}에 기재되어 있을 뿐 편찬자와 편찬 시기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 수 없다고 하였다.
{동국병감}이 문종(1450년 즉위 1452년 사망) 때에 편찬된 것은 사실이나 광문회가 저본으로 사용한 원본은 도저히 문종 당시에 출판된 책자라고 볼 수 없으므로, 15세기 중엽에 일단 편찬 출판된 이 {동국병감}은 그 후 오랜 동안에 걸쳐 여러 번 출판되었다고 추측할 수 있으며, 광문회의 저본으로 된 {동국병감}은 이러한 후세의 판본들 중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의 기사들을 통하여 첫째로 {동국병감}의 편찬 개시 연대를 1450년(문종 즉위년) 3월 11일로 잡을 수 있으니, 이때부터 추측하건대 1·2년 내에 편찬을 완료한 {동국병감}은 둘째로 오랫동안 우리 나라 장수들 사이에서 읽혀진 병서로 되었으며, 따라서 셋째로 그 동안 여러 번 출판되었으리라고 말할 수 있다.
15세기 즉 조선 초기의 세종·문종·세조·성종 등의 역대 왕들의 통치 시기에는 병서를 포함한 많은 서적들의 편찬 출판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사실을 통하여 {동국병감}의 편찬자가 누구였다는 기록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우리는 한 사람이 아니었을 그 편찬자들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정인지(鄭麟趾), 최항(崔恒), 신숙주(申叔舟), 김담(金淡), 수양대군(首陽大君) 서거정(徐居正) 등은 이 당시의 여러 가지 서적들의 주석자로 그 이름을 남기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국병감} 이외의 병서의 저작 또는 주석에도 종사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인물들이 {동국병감}의 편찬에도 종사하였을 것은 당연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보면 {동국병감}의 편찬에는 당대의 일류 학자들이 동원되었던 것이며, 그들은 바로 이보다 좀 앞서 세종이 설립한 집현전(集賢殿)에서 성장한 학자들이었거나 또는 그들의 후배로서 역시 당대의 문화를 대표하는 인물들이었다.
따라서 {동국병감}은 15세기에 개화를 이룩한 문화의 소산이며, 이 시기의 문화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한계들을 내포하고 있는 동시에 그 장점들 또한 포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7세기 이후 우리 나라의 실학이 권력으로부터 소외된 일부의 양반들에 의하여 연구되던 시기와는 반대로 이 시기의 실학은 정부의 이니셔티브에 의하여 장려되고 배양되던 시기였다. 세종이 언어학뿐만 아니라 각종 실학부문에 조예가 깊었던 학자였던 동시에 그 뒤를 이은 문종, 세조의 두 왕도 천문 지리학과 특히 병학의 대가였다는 사실만 가지고서도 충분히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동국병감}이 15세기의 우리 문화의 이러한 긍정적인 경향의 하나인 실학의 소산이란 것은 이상 더 논증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동국병감>은 상·하 두 권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상권에서는 [한 무제(漢武帝)가 조선을 평정하여 사군(四郡)으로 만들다]에서 [거란이 고려를 침략하다 (3)]까지 20개의 전쟁을 서술하고 있으며, 하권에서는 [고려가 여진을 치다]에서 [고려가 호발도(胡拔都)를 몰아내다]에 이르는 17개의 전쟁을 다루고 있다. 그중 고려 이전의 전쟁들 즉 [거란이 고려를 침략하다] 이전의 전쟁들에 대한 기사는 주로 {삼국사기}(三國史記;1145년 김부식 편찬)에서 해당 전쟁의 기사를 발췌하여 편찬한 것으로, 사료로서는 제1차적 의의를 갖지는 못한다. 그렇더라도 이 기사들을 발췌하여 정리 체계화한 데에 편찬자의 공적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고려시대 이후의 전쟁들 즉 [거란이 고려를 침략하다] 이후의 전쟁들에 대한 기사는 원사료로서 제1차적인 의의를 가진다.
북한 국립출판사에서 김석형 역주로 출간된 내용은 김석형 선생의 해설과, 부록으로 [삼국 및 고려 관직도]가 첨가되어 있으니, 이를 모두 {역주 동국병감}에 살려 실었으며, 남한식 교정·교열의 원칙에 대한 [편집자의 말] 단원을 첨가하였다.
<동국병감>에서 취급하고 있는 전체 전쟁들을 이 책에서 부르고 있는 이름과 차례를 그대로 따서 연대표를 만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