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인터뷰
▶ 이 작품은 사랑의 부재를 통해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소외된 사람들입니다. 모모는 어머니 없이 살면서 아버지의 관심도 받지 못하는 외로운 소년이고, 이브라힘 할아버지는 사람들이 돈을 주고 물건을 받는 일 외에는 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구멍가게 주인이죠. 그 두 사람 사이에 우정이 싹트고, 그 우정이 점점 사랑으로 변해가는 것을 그리고 싶었어요.”
▶ 두 주인공은 상상력의 산물인가요?
“내 체험을 바탕으로 구상해낸 겁니다. 내 할아버지는 보석 세공사이셨어요. 하루 종일 꼼짝 않고 한자리에 앉아 보석가루를 흩날리며 일에 열중하셨죠. 말이 없는 분이셨지만 나랑은 잘 놀아주셨어요. 할아버지를 바탕으로 이브라힘 할아버지를 구상해낸 건데, 연극에서 이브라힘 할아버지 역을 맡았던 브뤼노 아브라암 크르메르한테도 그런 할아버지가 계셨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모모 역시 내가 잘 알고 있는 누군가를 재현해낸 것입니다.”
▶ 모모는 여자들한테 굉장히 집착하는 것 같은데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곁에 없었기 때문이죠. 어머니에게서 받지 못한 사랑을 거리의 여자들한테서 보상받고 싶어하는 겁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돌아왔을 때, 모모는 어머니를 어머니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사랑이 절실히 필요할 때 그 사람이 곁에 없다면, 나중에 그 사랑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요?”
▶ 이미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 『오스카와 장미 할머니』, 또 곧 출간될 예정인 『이브라힘 할아버지와 코란에 핀 꽃』과 『밀라레파』, 그리고 이제 막 프랑스에서 출간된 『노아의 아이』 등의 단편이 〈영계(靈界) 사이클〉의 일환이라고 하셨는데, 그 의미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영계란, 우리 안에 존재하는 질문들(삶이며 감정에 대한 질문들)의 세계를 의미합니다. 우리는 이 질문들에 대해서 아주 불완전한 대답밖에 할 수 없지요. 각자의 가치관과 신념과 선택에 의해서 말입니다. 그러나 그 질문들은 세상을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들입니다. 어둠을 비춰주는 한 줄기 빛이라고 할까요.”
▶ 이 연작의 창작 동기는 무엇입니까?
“종교는 언어와 같습니다. 아무리 깊이 파고들어도 완전히 알아낼 수 없는 그 무엇이지요. 하나에 통달하려면 여럿을 알아야 합니다. 이 연작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 종교에 대해 모두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 이 연작을 통해 말씀하시고 싶었던 것은 무엇입니까? 제 생각에는 이 여러 이야기들을 이어주는 공통된 주제가 있는 것 같은데요……
“이 이야기들은 모두 어린 시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비참한 상황에 빠진 아이들이 주인공인데, 그들이 상황을 타개해나가기 위해서는 함께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다들 자신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주는 어른을 만나지요. 그 어른들은 비록 소외계층에 속하지만 독특한 개성을 지닌 사람들로 기발한 생각을 해내곤 합니다. 그들은 아이들을 특정 종교로 개종시키려 하지 않습니다. 다만 종교가 살아가는 데 어떤 도움이 되는지 보여줄 뿐이지요.
그리고 또 하나의 주제는 입양(상징적인 의미에서죠)입니다. 이 연작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먹여주고 재워주는 친부모로부터 받지 못한 것, 즉 보다 정신적이고 철학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들을 양부모로부터 물려받게 됩니다.”
▶ 『오스카와 장미 할머니』, 『이브라힘 할아버지와 코란에 핀 꽃』, 『밀라레파』 등을 읽고 또 번역하면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한국의 독자들 역시 그러리라고 확신합니다. 독자들을 위해 한말씀 해주시지요.
“한국의 독자들이 제 이야기를 읽게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설렙니다. 한국은 문화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복잡성과 다양성을 지닌 사회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 다양성의 공존이 때로는 갈등과 마찰을 불러일으키기도 할 겁니다. 한국의 독자들이 제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의 가슴 깊숙이 울려 퍼지고 있는 사랑의 메시지에 귀기울였으면 합니다.”
(인터뷰 및 정리 : 김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