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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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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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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1996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96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36802288
ISBN10 8936802283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나의 그림에 대해서는 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그것은 견딜 수 없이 괴로운 일이다. 그리고 나는 내가 그것에 대해서 생각하고 화필과 물감을 통해서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것의 십분의 일도 걸명할 수가 없을 것이다. 다만 나는 인간의 근원에 대해 생각을 좀 더 깊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느낌이 절실했던 점만은 지금도 고백할 수가 있을 것이다. 하여 에덴으로부터 그 이후로는 아벨이라든지 카인, 또 그 인간들이 지니고 의미하는 속성들을 논리 없이 생각해 보곤 하였다. 그러나 어느 것도 전부를 긍정할 수는 없었다.

단세포 동물처럼 아무 사고도 찾아볼 수 없는 에덴의 두 인간과 창세기적 아벨의 선 개념, 또 신으로부터 영우너한 악으로 단죄받은 카인의 질투-그거은 참으로 인간의 향상 의지로서 신을 두렵게 했을지도 모른다-그 이후로 나타난 수많은 분화, 선과 악의 무한정한 배합 비율...... 그러나 감격으로 나의 화필이 떨리게 하는 얼굴은 없었다. 실상 나는 그 많은 얼굴들 사이를 방황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혜인 이후 나는 벌써 어떤 얼굴을 강하게 예감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직은 내가 그것과 만날 수가 없었을 뿐이었다. 둥그스름한 그러나 튀어 나갈 듯이 긴장한 선으로 얼굴의 외곽선을 떠 놓고(그것은 나에게 있어 참 이상한 방법이었다)나는 며칠 동안 고심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소설이라는 것이 시작되기 바로 전 날이었을 것이다. 형이 불쑥 나의 화실에 나타났다. 그는 늦부터 취해 있었다. 숫제 나의 일은 제쳐놓고 학생들에게 매달려 있는 나에게 형은 시빗조로 말하는 것이었다.
--- p.4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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