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츰차츰 버린다는 것
‘방하착放下着’이라는 선종의 가르침이 있습니다. ‘집착하는 마음을 내려놓아라’ ‘모든 것을 버리라’는 뜻인데 이것이 바로 좌선의 본분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마음에 담아둔 생각과 굴레를 버리는 것이지요
좌선은 특별한 수행으로 자신을 바꾸거나 힘을 키워 ‘어떤 사람’이 되려는 수단이 아닙니다. 불필요한 것을 버리고, 그저 본래의 자기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좌선이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p.17
감정은 어떻게 조절하는가
한두 차례 길게 “후우~” 하고 숨을 내쉬어보세요. 그러면 마음이 차분하게 진정되고 분노의 감정은 수그러듭니다. 길게 내쉬는 호흡, 그것이 바로 좌선의 호흡입니다. 좌선을 하면 호흡을 조절할 수 있게 됩니다. 평소에는 무의식적으로 호흡을 하지만, 언제든 주의를 기울이기만 하면 천천히 길게 내쉴 수 있습니다.
대개 감정이 들뜨면 호흡은 빨라집니다. 호흡이 빨라지면 연쇄적으로 다시 감정이 끓어오르지요. 하지만 호흡을 조절하면 이 연쇄작용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습니다. 감정이라는 ‘장난스러운’ 녀석에 휘둘리지 않게 되는 것이지요. ---p.28
남의 말에 상처받는다면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할 게 있습니다. 우리의 가치는 우리 자신도 잘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나도 모르는 것을 타인이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 사실만 알아도, 타인이 얼마나 무신경하게 말을 내뱉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개는 진지하게 경청할 가치가 없는 말이지요.
물론 우리도 사람이다 보니 칭찬을 받으면 기쁘고, 무시를 당하면 화가 나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그러나 그것 또한 조건반사적인 반응일 뿐입니다. 한 차례 심호흡을 하는 동안 얼마든지 사라져 버릴 것들이지요.
우리가 반드시 기억할 것은 따로 있습니다. 칭찬을 받는다고 해서 자신의 가치가 높아지는 게 아니며, 무시당했다고 해서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주위 사람들의 평가는 이렇게 대범하게 무시하면 그만입니다. ---p.40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좌선에서는 조신調身, 조식調息, 조심調心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몸을 바르게 하고,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을 조절하라는 뜻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조절하기 위해서 몸가짐을 바로 하고 호흡을 가다듬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마음을 조절하겠다며 곧바로 마음에 초점을 맞춰본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을 내 마음대로 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시선을 돌려 우선 호흡을 조절해 봅니다. 이 또한 생각처럼 수월하지 않습니다. 긴장하거나 초조할 때는 제멋대로 가슴이 두근거리고 호흡도 가빠집니다. 이런 증상을 단숨에 조절하려 하지만 좀처럼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지요.
그래서 최우선적으로 몸에 초점을 맞춰 그것을 조절해야 합니다. 신체, 즉 자세는 언제든 자신의 의지에 따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자세를 바르게 하면 깊고 긴 호흡이 가능해집니다. 내 의지대로 호흡을 조절해가는 것이지요. 그렇게 하다 보면 마음을 조절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좌선을 통해 먼저 자세를, 그 다음엔 호흡을 조절하면 마음이 고요하고 온화해집니다.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신체→호흡→마음이라는 순서에 따라 자기 자신을 조절하는 것은 선인들의 경험에서 나온 훌륭한 지혜입니다. 믿고 따라해 볼만 하다는 말입니다. ---pp.56~57
조용히 앉아본 적 있는가
일상 생활 속에서 좌선을 통해 고요하게 앉아 있는 시간을 갖게 되면 마음이 온화해지고 차분해지는 것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그저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지요. 그렇게 낯선 고요함에 차츰 친숙해지면 주위의 정숙이 마음의 정숙으로 이어지는 것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마음이 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지금까지 몰랐던 그 상태가 얼마나 기분 좋은 것인지 체감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긴 시간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10분, 아니 단 5분이라도 좋으니 조용히 앉아 있어 보세요. 그 새로운 감각을 느껴보세요. 그러면 틀림없이 마음에도, 생활에도 변화가 찾아올 것입니다. ---p.66
긴장은 생기다
선에서는 행주좌와行住坐臥란 수행을 합니다. 걸을 때도, 정지해 있을 때도, 앉아 있을 때도, 누워 있을 때도 모두 수행 중이란 뜻입니다. 24시간 무엇을 하든 그것이 곧 수행이라는 말이지요. 수행이기에 한 치의 소홀함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수행 도장에는 냉난방 시설도 없습니다. 감기에라도 걸리면 ‘기가 빠진 증거’라는 말을 들어야 했기 때문에 늘 긴장한 상태로 정신력으로 버텼습니다. 그런 긴장감이 있었기 때문인지 건강을 해친 수도승들을 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긴장감을 갖고 있다는 것은 심신 모두 팽팽한 생기를 유지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긴장감을 놓아버려 기력이 사라지면 신체도, 행동도, 마음도 생기를 잃고 맙니다. 밑도 끝도 없는 ‘릴렉스 신화’에 현혹되기보다는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몸도 마음도 아름답고 강하게 유지됩니다. ---pp.76~77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아간다는 것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는 일어나는 것을 열심히 합니다. 세수할 때도 온몸, 온 마음을 다합니다. 식사를 할 때도, 일을 할 때도, 청소를 할 때도, 무엇을 하든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놀 때도, 술 마실 때도 그렇게 하는 겁니다.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은 척척 해내면서 하기 싫은 일, 잘 못하는 일이라는 이유로 적당히 해치워서는 안 됩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 24시간 온 마음을 다하는 자세로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에게는 늘 ‘그 순간’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과거는 사라졌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 어찌해 볼 도리가 없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에 손쓸 수가 없습니다. 달리 말하면, 과거의 나는 이미 죽었고 미래의 나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살아 있는 것은 바로 그 순간의 자신뿐입니다. ---pp.82~83
좌선으로 건강을 얻고 싶다면
호흡은 보통 1분 동안 15~16회를 합니다. 1시간이면 900회, 하루 동안은 자그마치 2만1600회나 호흡을 하게 되는 것이죠. 게다가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호흡시간까지 조절할 수 있지요.
좌선을 하는 동안에는 의식적으로 긴 호흡을 하게 되는데, 이때 단전을 의식하면서 길고 가늘게 숨을 내쉬고 마시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좌선의 호흡입니다. 긴 호흡은 전신의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각각의 세포에 충분한 영양소와 산소를 보냅니다.
30분 동안 좌선을 한다고 할 때 이런 호흡을 450회나 반복하는 셈이니 두 말할 나위 없이 건강에 좋을 겁니다. 1시간 동안 좌선을 하게 되면 그 두 배인 900회의 호흡을 건강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이지요. ---p.87
자유에 이르는 길
유연한 마음은 번뇌나 짜증도 부드럽게 받아냅니다. 물론 세상살이로 억압받거나 속박당하는 일이 전혀 없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마음을 유연하게 바꿈으로써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고 보다 자유로워질 수 있지요. 그런 유연한 마음이 있으면 험난한 인생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됩니다.
선종에 유연심柔軟心이라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좌선은 우리 마음을 유연하게 만들어줍니다. ---p.119
인간의 삶은 인내다
좌선에도 인내 수행이라는 측면이 있습니다. 좌선을 할 때 최선을 다함으로써 인내하고 참는 게 뭔지 똑똑히 배우게 됩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인내력이 생기는 것이지요.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인내심이 필요한 상황과 수차례 맞닥뜨리게 됩니다. 그때 두 손 들고 바닥에 주저앉아 포기하겠습니까? 아니면 인내하며 견디겠습니까? 이 선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인생은 크게 달라집니다. 살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을 인내하고 견딜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평소에 단련해 둬야 합니다. 그렇게 견딜 수 있는 심신을 갖게 되면 결과적으로 인생이 편해집니다. 그만큼 유연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p.129
괴로움과 슬픔은 누가 만드는가
괴로움과 슬픔은 마음에 묻은 흙과 같습니다. 그것을 묻힌 것은 바로 자신입니다. 괴로움, 슬픔이라는 것에 실태가 있을 리 없습니다. ‘살기 힘들다’ ‘사랑이 깨져 슬프다’는 것은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상황이라도 ‘사는 게 다 그렇지’라며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고, ‘하나의 사랑이 끝났구나, 다음 사랑은……’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괴로움도 슬픔도 없습니다.
이처럼 괴로움도 슬픔도 모두 자신이 생각해낸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 생각을 버리면, 싹둑 잘라내면, 거기서 벗어나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러지 못하는 게 우리 인간입니다. ---pp.175~176
나 자신과 대면한다는 것
좌선은 이렇게 가리워진 자신을 들여다보는 데 도움을 줍니다. 좌선에는 특별한 목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좌선은 뭔가를 성취하기 위한 수단도 아니며 뭔가를 손에 넣기 위한 방법도 아닙니다. 앉는 것 자체가 목적입니다. 결과나 성과를 추구하지 않습니다. 그저 앉아 있는 동안 본래의 자신이 차츰차츰 드러나게 할 뿐입니다.
순수한 본래의 자신을 만나서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좌선으로 그곳에 조금이나마 가까이 다가갈 수는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본래의 자신을 덮고 있는 안개 같은 것이 조금은 옅어지게 됩니다. 흐릿하나마 본래의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겉으로 나타나는 자신과 본래의 자신과의 거리를 좁히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본래의 자신에게로 되돌아가기도 쉬워집니다. 달리 말해, 자신답게 살아가는 게 쉬워진다는 말입니다. 자신을 바꿔서 멋지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자기답게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훌륭한 삶이 아닐까요. ---p.182
늘 시간이 없다는 당신에게
좌선을 하고 싶으면 그냥 하면 됩니다. 한 번이라도 해보면 시간을 내는 방법도 알게 됩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하지만,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한 번, 혹은 한 달에 한 번, 1~2시간 정도의 시간은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분 단위로 스케줄을 쪼개 일하는 역대 몇몇 수상들이 실제로 젠쇼안에서 좌선을 했던 방법이기도 합니다.
시간 여유를 찾아보겠다고 하지만, 인생에서 남는 시간은 없습니다. 우리는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그 시간을 충실하게 보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좌선을 할 때도 진지하게 임할 마음이 되는 것이 아닐까요.
신속하게 움직이면 결국 움직일 수 있습니다. 신속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그 동작은 기분 좋게 이뤄지고,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우리 모두가 명심해 둘 말입니다. ---p.185
집에서도 가능한 좌선
좌선할 때의 초보적인 호흡법을 수식관數息觀이라고 합니다. 1부터 10까지 마음속으로 호흡을 셉니다. 코로 숨을 내쉬면서 ‘하나’라고 셉니다. 이때 의식은 ‘가늘고 길게’ 내쉬는 것에만 집중합니다. 내쉬는 데 집중하면 마시는 것은 몸이 저절로 해줍니다. 두 번째 내쉴 때에는 ‘둘’, 세 번째는 ‘셋’ 하고 셉니다. 10까지 셌다면 다시 ‘하나’로 돌아가 다시 열까지 반복해서 셉니다. 일상생활을 할 때는 호흡을 의식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입니다.
심신을 통합해서 치료하는 일본 홀리스틱의학의 일인자 오비츠 료이치?津良一 선생은 ‘하루 100회의 호흡에 신경을 쓰면 건강해진다’고 말했습니다. 앉아 있지 않아도 좌선 호흡은 할 수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가능하지요. 신체가 나른해졌을 때나 마음이 시끄러워질 때에 10회나 20회 정도의 좌선 호흡을 해보면 금세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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