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본의 역사>는 과거 200년 동안의 일본사를 포괄적으로 서술한 통사 형식의 개설서이다. 저자 앤드루 고든은 하버드 대학 역사학과 교수로서, 라이샤워 일본학연구소(Reischauer Institute of Japanese Studies) 소장을 맡기도 했던 일본사 연구의 권위자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이 책에서 일본이 군국주의, 제2차 세계대전, 미국의 점령, 20세기 후반의 경제적 부침을 경험하는 과정을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개설서보다 충실하게 종합한다. 또한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예술 등 각 방면을 골고루 다루고 있다는 점도 이 책의 장점 중 하나이다.이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도쿠가와 체제의 위기'는 도쿠가와 정권의 수립, 사회경제적 변용, 지적·문화적 발달, 도쿠가와 체제의 전복을 다룬다. 2부 '근대적 혁명, 1868~1905'는 사무라이로 구성된 엘리트층에 의해 메이지 국가가 형성되는 과정, 대중의 정치참여와 저항, 사회적·경제적·문화적 변용, 제국의 수립과 일본의 헌정질서를 고찰한다. 3부 '일본제국의 흥망'은 경제와 사회, 전간기의 민주주의, 경제위기와 그 대책, 전시의 일본, 점령하의 일본을 탐구한다. 4부 '전후 및 현대 일본, 1952~2000'은 경제적·사회적 변용, 고도성장기의 정치적 투쟁과 타협, 1980년대에 일본이 글로벌 파워로 부상하는 과정, 헤이세이 시대의 각종 쟁점?잃어버린 시대라 불리는 1990년대의 경기침체를 비롯한?을 다루며 논의를 마무리한다.
고든이 채택한 시대구분법은 최근에 학자들이 일본근대사의 궤적을 인식하는 변화된 관점을 반영하고 있는데, 고든 자신은 그 변화를 이끌어낸 주역 중 한 사람이다. 그는 특히 일본 노동운동사 전문가로 이름이 높지만 노동자 외에도 실로 다양한 사회집단에 관심을 갖고 일본근대사를 연구해왔다. 물론 그 다양한 집단?농민과 도시의 서민, 공장의 직공과 중간관리인, 여성, 기타 일본사회의 주변적 존재?의 목소리는 이 책에 충실히 담겨 있다. 정치인·관료·재계 지도자 같은 엘리트층뿐 아니라 비엘리트층까지 동일한 비중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은 그의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과거사와 새로운 역사교과서 문제, 위안부 문제나 재일한국인에 대한 차별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더할 나위 없이 공정하고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또한 고든은 일본의 전후체제에 관한 최신 쟁점과 학문적 성과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특히 그는 근대일본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통전기(通戰期) 현상을 강조하면서, 일본사를 보다 폭넓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최근의 연구성과를 종합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일본의 전후 경험에 의해 제기된 다양한 쟁점, 변화와 연속성의 문제, 통전기와 전후의 구분문제 등 오늘날 학자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들을 소개하고 있다.
고든은 나아가 일본근대사를 근대성이라는 더 큰 내러티브 안에 자리매김한다. 일본의 근대사가 많은 국가들과 역사적 경험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일본의 근대적 발전과 세계사가 상호 연결되어 있음을 예증한다. 일본과 일본인의 경험을 19세기와 20세기의 제국주의 및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세계화라는 맥락 속에서 파악함으로써, 그는 일본을 독특한 것으로 묘사하려는 경향에 비판을 가한다. 그는 근대성에 의해 제기된 문제들에 대한 일본인의 반응이 특이한 속성을 갖는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일본적 특성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자주 거론하는 '일본적인 것' 또는 '전통'이란 비교적 근래에 발명된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일본이 근대적인 국가와 사회로 변모하는 과정에 경험한 성공과 실패의 이야기를 알고자 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이 책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이 책이 일본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사람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을 만큼 평이하고 간결한 문장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림과 지도, 도표,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회고담이나 일기, 문학작품, 신문이나 잡지의 삽화 등은 생동감 넘치는 역사의 재미를 더해주는 데 부족함이 없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