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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일본의 역사
도쿠가와 시대에서 2001년까지
앤드루 고든 저 / 김우영 역
이산 200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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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사/동양문화 top2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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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의 책

책소개

목차

한국어판 서문/ 머리말

서론 지울 수 없는 유구한 역사의 흔적
지리와 기후/ 정치제도/ 국제관계

1부 도쿠가와 체제의 위기
1장 도쿠가와 정권
천하통일/ 도쿠가와 정치체제의 수립
2장 도쿠가와 시대의 사회경제적 변용
17세기의 급속한 발전/ 불황과 활황의 수수께끼
3장 도쿠가와 후기의 정신세계
도쿠가와 정권의 이데올로기적 기반/ 문화적 다양성과 모순
개혁, 비판, 반정사상
4장 도쿠가와 체제의 전복
서양열강과 불평등조약/ 도쿠가와 체제의 와해
테러와 타협의 정치/ 막부의 소생, 사쓰마-조슈 봉기, 내정 불안

2부 근대적 혁명, 1868∼1905년
5장 사무라이 혁명
내셔널리즘적 혁명 프로그램/ 부국강병
세계에 대한 일본의 자세
6장 참여와 저항
정치적 담론과 논쟁/ 자유민권운동
사무라이 반란, 농민봉기, 신흥종교 / 여성의 참여
조약개정과 내정/ 메이지 헌법
7장 사회·경제·문화의 변용
지주와 소작인/ 산업혁명/ 노동력과 노동조건
대중교육 및 고등교육의 보급/ 문화와 종교 / 일본인의 정체성과 운명
8장 제국과 국내질서
제국에 이르는 길/ 제국·자본주의·국가건설의 정황
혼란스러운 의회정치/ 민중저항의 시대/ 내셔널리즘의 획책

3부 일본제국의 흥망
9장 경제와 사회
전시의 벼락경기와 전후의 불황/ 지주, 소작인, 농촌생활
도시생활: 중산층과 노동계층/ 사회변화에 대한 문화적 반응
10장 전간기(戰間期)의 민주주의와 제국
정당내각의 출현/ 의회정치의 구조/ 이데올로기적 도전
천황제 민주주의의 지배전략/ 일본, 아시아, 서양열강
11장 공황과 그 대응
경제적·사회적 위기/ 해외진출을 통한 난국 타개
새로운 사회경제 질서를 향하여/ 새로운 정치질서를 향하여
12장 전시의 일본
중일 전면전/ 진주만으로/ 태평양전쟁/ 국가총력전체제
전쟁의 그늘에 가려진 삶/ 전쟁 종료/ 전쟁의 상처와 유산
13장 점령하의 일본: 새로운 출발, 영속적 구조
참을 수 없는 것을 참으며/ 미국의 의제: 비무장화와 민주화
일본의 반응/ 점령정책의 전환: 역코스
부흥과 독립을 향하여: 또 다른 불평등조약?

4부 전후 및 현대 일본, 1952~2000년
14장 경제적·사회적 변용
전후의 '경제기적'/ 공동체·가족·학교·직장의 통전기 패턴
전후기의 공유된 경험과 표준화된 생활방식
차별의 지속과 재편/ 사회적 안정과 변화의 관리
사회의 안정과 변화에 나타난 이미지와 이데올로기
15장 고도성장기의 정치적 투쟁과 타협
정치투쟁/ 타협의 정치
전세계적 연관성: 오일쇼크와 고도성장의 종언
16장 양극화된 세계의 글로벌 파워: 1980년대의 일본
일본의 새로운 역할과 새로운 긴장
경제: 오일쇼크의 극복/ 정치: 보수주의의 전성시대
생동하는 1980년대의 사회와 문화
17장 전후기를 넘어서
쇼와 시대의 종말과 상징천황제의 변용/ 자민당 헤게모니의 종말
거품경제의 붕괴/ 세기말의 일본병?/ 미래의 쟁점

부록A. 일본의 역대 총리(1885~2001)
부록B. 중의원 총선거 정당별 득표수와 의석수(1945~2000)
지은이 주/ 참고문헌/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품목정보

발행일
2005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656쪽 | 943g | 153*224*35mm
ISBN13
9788987608457

책 속으로

<현대일본의 역사>는 과거 200년 동안의 일본사를 포괄적으로 서술한 통사 형식의 개설서이다. 저자 앤드루 고든은 하버드 대학 역사학과 교수로서, 라이샤워 일본학연구소(Reischauer Institute of Japanese Studies) 소장을 맡기도 했던 일본사 연구의 권위자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이 책에서 일본이 군국주의, 제2차 세계대전, 미국의 점령, 20세기 후반의 경제적 부침을 경험하는 과정을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개설서보다 충실하게 종합한다. 또한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예술 등 각 방면을 골고루 다루고 있다는 점도 이 책의 장점 중 하나이다.이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도쿠가와 체제의 위기'는 도쿠가와 정권의 수립, 사회경제적 변용, 지적·문화적 발달, 도쿠가와 체제의 전복을 다룬다. 2부 '근대적 혁명, 1868~1905'는 사무라이로 구성된 엘리트층에 의해 메이지 국가가 형성되는 과정, 대중의 정치참여와 저항, 사회적·경제적·문화적 변용, 제국의 수립과 일본의 헌정질서를 고찰한다. 3부 '일본제국의 흥망'은 경제와 사회, 전간기의 민주주의, 경제위기와 그 대책, 전시의 일본, 점령하의 일본을 탐구한다. 4부 '전후 및 현대 일본, 1952~2000'은 경제적·사회적 변용, 고도성장기의 정치적 투쟁과 타협, 1980년대에 일본이 글로벌 파워로 부상하는 과정, 헤이세이 시대의 각종 쟁점?잃어버린 시대라 불리는 1990년대의 경기침체를 비롯한?을 다루며 논의를 마무리한다.

고든이 채택한 시대구분법은 최근에 학자들이 일본근대사의 궤적을 인식하는 변화된 관점을 반영하고 있는데, 고든 자신은 그 변화를 이끌어낸 주역 중 한 사람이다. 그는 특히 일본 노동운동사 전문가로 이름이 높지만 노동자 외에도 실로 다양한 사회집단에 관심을 갖고 일본근대사를 연구해왔다. 물론 그 다양한 집단?농민과 도시의 서민, 공장의 직공과 중간관리인, 여성, 기타 일본사회의 주변적 존재?의 목소리는 이 책에 충실히 담겨 있다. 정치인·관료·재계 지도자 같은 엘리트층뿐 아니라 비엘리트층까지 동일한 비중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은 그의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과거사와 새로운 역사교과서 문제, 위안부 문제나 재일한국인에 대한 차별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더할 나위 없이 공정하고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또한 고든은 일본의 전후체제에 관한 최신 쟁점과 학문적 성과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특히 그는 근대일본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통전기(通戰期) 현상을 강조하면서, 일본사를 보다 폭넓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최근의 연구성과를 종합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일본의 전후 경험에 의해 제기된 다양한 쟁점, 변화와 연속성의 문제, 통전기와 전후의 구분문제 등 오늘날 학자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들을 소개하고 있다.

고든은 나아가 일본근대사를 근대성이라는 더 큰 내러티브 안에 자리매김한다. 일본의 근대사가 많은 국가들과 역사적 경험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일본의 근대적 발전과 세계사가 상호 연결되어 있음을 예증한다. 일본과 일본인의 경험을 19세기와 20세기의 제국주의 및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세계화라는 맥락 속에서 파악함으로써, 그는 일본을 독특한 것으로 묘사하려는 경향에 비판을 가한다. 그는 근대성에 의해 제기된 문제들에 대한 일본인의 반응이 특이한 속성을 갖는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일본적 특성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자주 거론하는 '일본적인 것' 또는 '전통'이란 비교적 근래에 발명된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일본이 근대적인 국가와 사회로 변모하는 과정에 경험한 성공과 실패의 이야기를 알고자 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이 책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이 책이 일본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사람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을 만큼 평이하고 간결한 문장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림과 지도, 도표,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회고담이나 일기, 문학작품, 신문이나 잡지의 삽화 등은 생동감 넘치는 역사의 재미를 더해주는 데 부족함이 없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출판사 리뷰

일본을 어떻게 볼 것인가
앤드루 고든은 1800년대 도쿠가와 막부의 쇠락으로부터 일본근대사의 실타래를 풀어나간다. 당시 일본은 내우외환에 휩싸여 존폐의 기로에 서 있었다. 시대상황에 비분강개하던 개혁적인 사무라이들은 1868년에 막부를 무너뜨리고 천황을 앞세워 왕정복고, 이른바 메이지 유신을 단행한다. 권력을 장악한 왕정복고파는 서양 열강의 식민지가 되지 않으려면 힘을 길러야 한다는 판단 아래 산업화와 (형식적인) 민주화로 요약되는 근대화 개혁에 '올인'하는데, 이 혁명적인 개혁은 일본사회를 그 뿌리에서부터 뒤엎는 것이었다. 고든이 가장 역점을 두고 기술하는 두 가지 테마 가운데 하나는 일본의 지식인과 민중이 이런 변화에 현재까지 어떻게 대응해왔는지를 풍부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또 하나는 내셔널리즘이다. 일본의 내셔널리즘은 식민지 침략과 제2차 세계대전의 만행으로 이어진다. 그 만행은 너무나 엄청나서 지금도 그때의 잘못을 사죄하는 문제가 수시로 불거져 나온다. 그러나 대다수의 일본인은 지난날의 역사보다는 패전 이후의 경제부흥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고, 일본경제의 상승세를 21세기에도 이어가기 위해 미일동맹을 점점 강화해가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이런 행보를 계속해 나가고, 가해자로서의 피해의식을 버리지 못한 채 '국민의 역사'라는 이름으로 자기를 계속해서 미화하는 한, 이웃나라들과의 진정한 화해와 협력은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도쿠가와 막부의 위기와 근대적인 혁명

일본사에서 태평성대로 불리는, 2세기에 걸친 도쿠가와 시대는 18세기 말 이후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겉으로는 태평스러워 보였지만 안으로는 엄청난 변화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었다. 평화가 지속되자 생산력과 인구가 증가하고 시장이 발달하면서 기존의 사회구조와 관행으로는 체제를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안에서는 농민의 저항이 빈발하고 밖에서는 서양 열강이 우세한 군사력을 앞세워 개항을 요구해 왔다. 내우외환에 직면한 막부가 갈팡질팡 하는 사이, 개혁을 요구하는 사무라이들은 '존왕양이'를 기치로 세력을 규합하여 1868년에 막부를 무너뜨리고 왕정복고, 이른바 메이지 유신을 단행했다.

메이지 정부는 유사 이래 경험해본 적이 없을 만큼 강도 높은 개혁에 착수했다. 그것은 산업화와 (형식적인) 민주화로 요약되는 근대적인 혁명이었다. 서양의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메이지 헌법을 제정하여 일본은 아시아 최초의 근대적인 입헌국가, 공식적으로 말하면 일본제국이 되었다. 그러나 메이지 정부의 지도자들은 개혁이 민중들 사이에 쉽게 먹혀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들을 통합할 수 있는 새로운 전통도 만들어냈다. 국가에서 신도(神道)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천황을 신격화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리고 국민을 하나로 묶고, '부국강병'을 실현하기 위해 징병제와 의무교육을 실시했다. 이후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치르면서 일본 내셔널리즘은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으며, 일본 자신이 서양에게 당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이웃나라를 식민지화하기 위한 획책에 발 벗고 나섰다.


일본제국의 흥망

제1차 세계대전은 일본에 엄청난 반사이익을 안겨주었다. 섬유산업을 중심으로 일본경제는 활황을 누렸다. 정치적으로는 1912년에 다이쇼 천황이 메이지 천황의 뒤를 잇고, 이른바 천황제 민주주의라는 잡종적인 체제가 의회·군부·관료의 적당한 타협 속에서 그럭저럭 유지되었다. 대외적으로는 베르사유 강화조약을 계기로 중국에 대한 침략을 노골화하고 서양열강과 군비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상승세를 타던 일본제국은 위기를 맞게 되었다. 한국의 3·1운동과 중국의 5·4운동을 계기로 식민지 지배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했고, 러시아 혁명의 영향으로 지식인과 노동자, 농민의 저항이 점점 거세졌다. 여기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한 것은 1929년의 세계 경제공황이었다. 공황이 닥치자 충격에 취약했던 일본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처했으며, 노동쟁의와 소작쟁의는 빈번해지고 더욱 격렬해졌다.

일본은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무언가 새로운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일본의 통치엘리트들은 경제적으로 모든 것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거대한 판도의 제국을 건설하는 군국주의의 길로 나섰다. 우선 서양식 정당정치와 시장경제를 비판하고 그것에 제한을 가하여 모든 국력을 군사력에 집중시키는, 독일과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체제와 유사한 국가총동원체제를 수립했다. 그리고 마침내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같은 침략전쟁을 도발하고 그것을 성전(聖戰)으로 미화했으며, 거의 모든 일본의 지식인과 민중은 대일본제국의 신민으로서의 의무를 기꺼이 다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일본제국의 파멸이었다. 1945년 8월 15일 쇼와 천황은 라디오 방송을 통해 떨리는 음성으로 패배를 인정하는 조서를 발표했다.


전후의 경제부흥

일본의 전후시대를 역사의 단절로 볼 것인가 연속으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는 지금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한데, 이 책의 저자 고든은 그런 논쟁들을 종합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인 통전기(通戰期)를 제시한다. 공황과 전쟁을 겪는 과정에서 형성된 국가정책과 일상생활의 일부 특징이 1950년대까지 생명력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일본에 무조건 항복을 받아낸 것 같은 형식을 취하긴 했으나 실질적으로 일본의 항복은 타협의 산물이었다. 미국이 천황제를 그대로 두는 것에 동의했던 것이다.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되고 있는 미일동맹의 뿌리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어쨌든 미국의 점령정책은 비무장을 명문화하고 천황을 인간으로 격하시키는 신헌법(흔히 평화헌법이라 부른다)의 제정과 일본의 경제부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한편 전쟁범죄 조사와 전범자 처벌은 철저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점령기의 일본경제는 미국의 의도와 달리 회복이 여의치 않았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 일본경제의 전기가 찾아왔다. 바로 한국전쟁이었다. 이후 1980년대까지 국가의 적절한 지도와 진취적인 기업가들의 과감한 투자 및 신기술 개발이 결합하여 일본경제는 전세계가 찬사를 아끼지 않은 이른바 '경제기적'을 이룩했다. 정치적으로는 장기집권을 하고 있는 자민당에 맞서서 사회당을 위시한 진보적인 야당세력이 대립하는 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정치의 무게중심이 투쟁에서 타협으로 옮겨갔다. 사회적으로는 1950년대와 1960년대의 격렬한 노동운동과 학생운동의 진통을 겪고, 1960년대 후반부터는 반전반핵, 환경, 미군기지 등을 쟁점화하는 시민운동이 꽃을 피웠다. 그러나 시민운동의 한편에서는 과거 군국주의의 망령을 되살리는 극우세력의 운동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전후기를 넘어서

일본은 1980년대 말부터 총체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 1989년 1월 쇼와 천황의 죽음이었다. 쇼와 시대가 끝나면서 난공불락처럼 보였던 자민당의 헤게모니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해 7월 자민당은 참의원이 구성된 이후 사상 처음으로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그리고 1990년에는 심각한 불황에 빠져들었는데, 이 불황은 10년 넘게 지속되었다. 일본의 경제불황은 금융위기에서 찾아왔다. 1980년대의 요란한 투기(부동산과 주식) 열풍으로 인한 거품경제가 붕괴하면서 금융기관은 막대한 부실채권을 끌어안게 되었고, 결국 은행이 줄줄이 도산하는 사태가 벌어졌던 것이다. 지난날 일본의 고도성장을 입에 침이 마르게 칭송하던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일본병'을 진단했다. 고도경제성장의 견인차로 평가받던 국가의 경제 개입은 이제 경제의 발목을 잡는 원흉으로 비판받았다. 정부의 최대 화두는 '행정간소화와 규제완화'가 되었고, 평생직장의 신화를 자랑하던 일본기업의 최대 화두는 '구조조정'이 되었다.

정치에서도 극적인 변화는 계속되었다. 1993년에는 최초의 비자민당 연립내각이 출현했고, 이듬해에는 자민당과 일본사회당이 손을 잡고 사회당 위원장이 총리로 취임하는 일반의 상상을 초월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연합을 통해 자민당은 권좌에 복귀했지만 사회당은 사실상 공중분해되었다. 이로써 일본정치에서 이념적인 좌우대립구도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처럼 정치와 경제가 불안정한 가운데 일본은 인구감소, 학교폭력, 원조교제 같은 사회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1990년대 말부터 일본은 경제회복에 모든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미래의 몇 가지 불확실한 쟁점들을 깊이 고려해야 한다.

첫 번째는 남녀 성역할의 다양성이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는 점이다. 인구가 줄고 이혼이 증가하는 현실에서 일본정부는 진일보한 양성평등사회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일본사회에 살고 있는 외국인의 위상과 관련된 문제이다. 인구감소와 내국인의 3D 업종 기피로 일본사회는 외국인노동자를 점점 더 많이 필요로 할 것이다. 일본정부가 이들에게도 평등한 고용기회와 신분을 보장할지, 아니면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처럼 이들을 계속 비하할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세 번째는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인가라는 문제이다. 이것은 미일동맹과 맞물려 있는 문제인 동시에 일본의 이웃나라들과의 우호와 협력을 필요로 하는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내셔널리즘을 옹호하는 세력은 일본의 전쟁범죄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과 피해보상 요구에 반발하고 있으며, 일본의 정치인들도 여기에 동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일본 국민에게 자국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는 역사가 필요하다는 명분 아래 어린 학생들에게 위안부나 민간인 학살 같은 주제에 대해 가르치는 것을 거부하고, 2001년에는 실제로 그런 역사교과서를 만들었다. 그러나 역사의 교훈과 유산은 결코 '국민'의 이름으로 미화하거나 왜곡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이 책의 저자 고든은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있다.


일본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일본사를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바라보기가 쉽지 않다. 특히 근현대사는 더욱 그럴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일본의 역사를 무시하고 폄하해버릴 수는 없다. 미국이 싫다고 영어를 안 배울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좋든 싫든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정치·경제·사회의 제반 현상과 문제들이 일본과 너무나 흡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일본의 근대사가 특수한 것만은 아니며 근대세계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을 보인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요컨대 일본사는 우리에게 반면교사(反面敎師)요, 타산지석(他山之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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