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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 발행일 | 2014년 10월 22일 |
|---|---|
| 쪽수, 무게, 크기 | 248쪽 | 334g | 136*200*15mm |
| ISBN13 | 9788993964851 |
| ISBN10 | 8993964858 |
헤어살롱 그 남자애
새움 청소년 문학-02이동
정지혜 저
|
새움
|
2014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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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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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정지혜
1985년 뜨거운 여름 울산에서 태어났다. 『헤어살롱 그 남자애』를 출간하며 세상에 수줍은 첫발을 내딛는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을 믿으며
오늘도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있는 중이다.
오늘도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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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선생님은 고2때 내 담임이었다. 담배를 피우다 걸리면 용서했지만 6ㆍ25 발발 연도를 모르는 건 용서치 않으셨다. 성적이 나쁜 건 개의치 않았지만 대한민국의 역사를 모른 척하는 건 두고 보지 않으셨다. 그때 선생님은 지금의 담임처럼 내 진로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대학은 첫사랑 같은 거라고, 의도치 않아도 운명이 예기한 길로 절로 따라가게 되는 거라고. 모두의 성적이 다른 건 각자의 운명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애써 성적을 올리려 노력하지 말자란 교훈 아래 우리는 열심히 놀았다.
--- p.73~74
“진짜로 뱀파이어가 되어버리면 어쩔 생각이야?”
“그럴 리가 없잖아.”
“뱀파이어가 됐는데 머릿속이 텅텅 비어버리면 어쩔 거야? 수리영역 1번 문제도 못 풀게 되어버릴 수도 있잖아.”
“그럴 리가 없다니까.”
“아무래도 수능 끝나고 난 뒤에 뱀파이어가 되는 게 좋겠어. 우리는 고3이야. 몸 사려야지.”
“그럴 리가 없다고.”
--- p.92
다른 애들은 대체 어떤 미래를 꿈꾸기에 수능점수에 울고 웃을 수 있는 건지 문득 궁금해졌다. 모두들 꿈을 꾸고 사는 것인지. 나만 꿈을 못 찾고 헤매는 건지.
“어떻게 살긴. 잘 살아야지.”
“아니, 뭐가 되고 싶냐고. 꿈이 뭐냐고.”
“그런 거 없어. 지금은 일단 내 점수보다 조금 아주 조금 더 나은 대학 가는 게 목표야. 그다음 일은 대학 가서 생각하지 뭐.”
그렇지? 다들 학생이라서 공부하는 것뿐이지? 대학 가야 하니까. 그렇다면 다행이다. 내가 왕따인 건 받아들일 수 있지만 나만 꿈이 없는 건 받아들일 수 없을 거 같다.
--- p.94
“아무래도 나······, 뱀파이어가 된 것 같아.”
미쳤지. 내가 전봇대에다 대고 대체 무슨 소릴 지껄이는 거야.
“피를 보면 기분이 묘해져.”
전봇대에게 할 소리가 있고 못할 소리가 있지. 앞뒤 사정을 알 리 없는 전봇대는 분명 내가 미쳤다고 생각할 거다. 날 좋아하는 것도 관둘지 몰라.
“그래. 그런 거 같네.”
전봇대가 심드렁하게 대답한다. 뭐지, 이 반응은. 내가 무엇이어도 상관없을 만큼 나에게 깊이 빠져버린 건가.
--- p.140
“여기, 언제부터 있었어요?”
“뭘 말이야? 사진관?”
“네. 여기에 사진관이 있는지 몰랐어요.”
“그야 학생이 사진관에 볼일이 없었으니까 봐도 못 본 척했던 거겠지?”
아저씨의 웃는 얼굴이 커피처럼 씁쓸하다.
“매일 지나다녔는데도요?”
“사람들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니까.”
--- p.170
“그냥, 대학에 가고 싶어요. 대학생이 되어보고 싶어요. 그냥, 그것뿐이에요. 내가 이상한 거예요?”
“아니. 나도 그런 이유로 대학에 갔는걸.”
“꿈이 없는 건 숨 쉬지 않고 사는 거랑 같은 거래요.”
“누가 그래?”
“TV에서요.”
--- p.202~203
“나랑 어울리고 싶지 않을 거예요. 제가 좀 재수 없는 스타일이잖아요. 얼굴 잘생겨 공부 잘해 성격도 좋아. 내가 애들이라도 나랑 친구는 안 할 거예요.”
“네가 그렇게 벽을 치니까 친구들이 못 다가오는 거야.”
“나랑 친해지고 싶은 애들이 있을까요?”
“그럼. 일단 마음에 쌓아놓은 그 벽을 부숴봐. 밑져야 본전이지. 돈 드는 것도 아닌데.”
--- p.205
형과 나란히 걸어간다. 부쩍 싸늘해진 밤공기가 좋다. 겨울이 오는 게 반갑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올 테니. 봄이 오면 여름이 올 테니.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올 테니. 다음 겨울이 올 때쯤 난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어느 대학 강의실 창가에 앉아 쏟아지는 햇볕을 쬐고 있을 내 모습이 상상되긴 하지만 사람의 인생이란 알다가도 모르는 거니까. 누나가 올겨울을 아프리카에서 지내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듯이. 가슴이 뛴다. 내일 일을 모른다는 것이 이리도 매력적인지 몰랐다. 나의 내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한다.
--- p.73~74
“진짜로 뱀파이어가 되어버리면 어쩔 생각이야?”
“그럴 리가 없잖아.”
“뱀파이어가 됐는데 머릿속이 텅텅 비어버리면 어쩔 거야? 수리영역 1번 문제도 못 풀게 되어버릴 수도 있잖아.”
“그럴 리가 없다니까.”
“아무래도 수능 끝나고 난 뒤에 뱀파이어가 되는 게 좋겠어. 우리는 고3이야. 몸 사려야지.”
“그럴 리가 없다고.”
--- p.92
다른 애들은 대체 어떤 미래를 꿈꾸기에 수능점수에 울고 웃을 수 있는 건지 문득 궁금해졌다. 모두들 꿈을 꾸고 사는 것인지. 나만 꿈을 못 찾고 헤매는 건지.
“어떻게 살긴. 잘 살아야지.”
“아니, 뭐가 되고 싶냐고. 꿈이 뭐냐고.”
“그런 거 없어. 지금은 일단 내 점수보다 조금 아주 조금 더 나은 대학 가는 게 목표야. 그다음 일은 대학 가서 생각하지 뭐.”
그렇지? 다들 학생이라서 공부하는 것뿐이지? 대학 가야 하니까. 그렇다면 다행이다. 내가 왕따인 건 받아들일 수 있지만 나만 꿈이 없는 건 받아들일 수 없을 거 같다.
--- p.94
“아무래도 나······, 뱀파이어가 된 것 같아.”
미쳤지. 내가 전봇대에다 대고 대체 무슨 소릴 지껄이는 거야.
“피를 보면 기분이 묘해져.”
전봇대에게 할 소리가 있고 못할 소리가 있지. 앞뒤 사정을 알 리 없는 전봇대는 분명 내가 미쳤다고 생각할 거다. 날 좋아하는 것도 관둘지 몰라.
“그래. 그런 거 같네.”
전봇대가 심드렁하게 대답한다. 뭐지, 이 반응은. 내가 무엇이어도 상관없을 만큼 나에게 깊이 빠져버린 건가.
--- p.140
“여기, 언제부터 있었어요?”
“뭘 말이야? 사진관?”
“네. 여기에 사진관이 있는지 몰랐어요.”
“그야 학생이 사진관에 볼일이 없었으니까 봐도 못 본 척했던 거겠지?”
아저씨의 웃는 얼굴이 커피처럼 씁쓸하다.
“매일 지나다녔는데도요?”
“사람들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니까.”
--- p.170
“그냥, 대학에 가고 싶어요. 대학생이 되어보고 싶어요. 그냥, 그것뿐이에요. 내가 이상한 거예요?”
“아니. 나도 그런 이유로 대학에 갔는걸.”
“꿈이 없는 건 숨 쉬지 않고 사는 거랑 같은 거래요.”
“누가 그래?”
“TV에서요.”
--- p.202~203
“나랑 어울리고 싶지 않을 거예요. 제가 좀 재수 없는 스타일이잖아요. 얼굴 잘생겨 공부 잘해 성격도 좋아. 내가 애들이라도 나랑 친구는 안 할 거예요.”
“네가 그렇게 벽을 치니까 친구들이 못 다가오는 거야.”
“나랑 친해지고 싶은 애들이 있을까요?”
“그럼. 일단 마음에 쌓아놓은 그 벽을 부숴봐. 밑져야 본전이지. 돈 드는 것도 아닌데.”
--- p.205
형과 나란히 걸어간다. 부쩍 싸늘해진 밤공기가 좋다. 겨울이 오는 게 반갑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올 테니. 봄이 오면 여름이 올 테니.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올 테니. 다음 겨울이 올 때쯤 난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어느 대학 강의실 창가에 앉아 쏟아지는 햇볕을 쬐고 있을 내 모습이 상상되긴 하지만 사람의 인생이란 알다가도 모르는 거니까. 누나가 올겨울을 아프리카에서 지내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듯이. 가슴이 뛴다. 내일 일을 모른다는 것이 이리도 매력적인지 몰랐다. 나의 내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한다.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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