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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몸

여성의 몸

: 시각·쟁점·역사

한국여성연구소 저 | 창비 | 2005년 05월 16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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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젠더 top2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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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5년 05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448쪽 | 656g | 153*224*30mm
ISBN13 9788936483180
ISBN10 8936483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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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한국여성연구소
여성문제 이론정립, 여성운동의 전망 모색과 여성정책 수립에 기여하려는 학술단체이다. 1989년 한국여성연구회로 창립되었으며, 1999년 사단법인으로 등록하였다. 현재 가족, 노동, 문학, 여성사, 이론, 정책 등의 연구활동과 학술조사, 출판 및 교육활동을 하고 있다. 1990년부터 정기간행물 『여성과 사회』를, 2001년부터 전문연구지 『페미니즘연구』를 발행해왔으며, 단행본으로 『여성학강의』『새 여성학강의』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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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육체의 이분법적 대립에 기반해 있는 근대적 사유는 '몸'을 진지한 성찰의 대상이 될 자격이 없는 저급한 것으로 규정하여 오랫동안 침묵 속에 방치해왔다. 육체가 학문적 담론이나 공론의 장에 등장하기도 했지만, 그럴 때면 그것은 인간의 유한성에 대한 표상이거나 정신을 타락으로 유혹하는 감각 혹은 통제받아야 할 여성으로 재현되게 마련이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몸이 가히 물신적 위상을 차지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 주체와 역사발전의 근대 프로젝트에서 등을 돌린 학문들이 몸에 기울이는 지대한 관심을 목격하고 있다.
하지만 몸을 둘러싼 담론들이 폭주하는 현재에도 몸에 대한 페미니즘적 관심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페미니즘은 출발부터 육체에 대한 첨예한 문제의식과 고민을 갖고 있었다. '왜 여성이 사회적으로 열등한 위치에서 차별받고 있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했을 때 페미니즘이 맞닥뜨린 것은 여성의 신체가 남성보다 열등하기 때문이라는 신체결정론이었다. 따라서 페미니즘이 내부의 이론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공통된 과제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남녀의 자연적 차이라는 미명 아래 여성을 신체적 구조와 생리적 기능으로 환원하는 이데올로기를 격파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오랜 역사 동안 여성의 육체가 차별의 근거로 활용되어왔기 때문에 페미니즘과 몸의 만남은 행복한 조우라기보다는 껄끄러운 대면이었다. 새장 속에 갇힌 새처럼 육체에 감금되어 있는 여성들의 삶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자 하는 페미니스트들에게, 여성의 몸이란 잊고 싶은 상처이거나 넘어서고 싶은 장애일 수도 있었다. "여자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로 만들어진다"는 씨몬 드 보부아르의 주장은 자연적 차이와 문화적 차별을 구별하는 유명한 진술이지만 여성의 몸에 대한 페미니즘의 고민을 압축하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보부아르는 모든 사회는 '여성다움'(femininity)에 대한 문화적 규범과 모델을 통해 생물학적 종으로서의 '여자'(the female)를 '여성'(woman)으로 '구성'해낸다는 점을 간파했다. 그렇다고 해서 몸이 중요성을 잃는 것은 아니다. "육체는 상황"이라는 보부아르의 또다른 주장은 몸이 비본질적이거나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보부아르는 세상과 만나고 세상을 경험하는 몸의 차원이 있음을 전제로 해서, 이 차원이 언제나 과도하게 성화(性化)된 육체의 틀 안에 유폐되고 마는 여성의 상황을 지적하고 있다. 이를테면 여성은 자신을 주체로 세우고자 할 때 육체를 벗어나고 싶은 틀·경계·속박으로 경험하지만, 다른 한편 몸을 통해서 세상과 관계를 맺기 때문에 몸을 벗어나서는 '인간'이 아닌 '여성'으로서의 '나'도 없다는 딜레마와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여성의 몸은 페미니즘의 영원한 화두라 할 '평등과 차이'의 문제나 여성의 범주화를 둘러싼 논쟁 속에 이미 함축되어 있다. 남녀평등은 여자가 남자처럼 되는 것을 의미하는가? 조건의 평등에 대한 요구는 여성의 신체적 특성과 어떻게 연관되는가? 여성과 남성의 차이는 생물학적인가, 사회적인가? 여성의 몸이라는 것은 신체의 특정부분을 가리키는 물리적인 것인가, 사회문화적으로 구성된 상징적인 것인가? 단일한 여성의 몸을 상정할 수 있는가? 여성들간에도 인종·민족·계층에 따라서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가? 여성들 사이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하나의 공통된 목표를 갖고 정치적인 행동을 주도하는 여성주체를 상정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들은 출발 싯점부터 페미니즘을 따라다닌 고민이었다. 하지만 이 물음들에 하나의 확정적인 대답을 내리기는 힘들 것이다. 페미니즘이 상이한, 때로는 상충되는 이론의 갈래들을 아우르고 있듯이 여성의 몸에 대한 논의들 역시 하나로 묶일 수 없는 다양한 입장들로 분화되어 있다. 여성차별의 원인을 몸에서 찾고 아예 여성을 생리적 기능과 분리하려는 경향도 있고, 자연적으로 주어진 몸은 사회문화적 차별과 무관하다고 보고 몸을 논의에서 배제하려는 입장도 있으며, 남성과 구별되는 여성 고유의 윤리성이 여성의 육체적 체험과 연관되어 있다고 보는 관점도 있다. 하지만 어떤 입장을 견지하든 서구의 페미니즘이론은 1980년대 들어서까지 여성의 몸이라 불릴 수 있는 단일하고 본질적인 물질적 기초를 적극적으로 상정했거나 적어도 부정하지는 않았다.
여성의 몸이 본격적인 쟁점으로 부각된 것은 역설적이게도 몸 자체에 대한 의심이 1990년대 논쟁의 장에 등장하면서부터다. 담론을 통해서 구성되기 이전의 몸이란 없다는 주장은 여성의 몸을 자연적인 상수(常數)처럼 보던 페미니즘의 암묵적인 전제를 뒤흔들어놓았다. '몸 그 자체'란 알고 보면 권력이 지어낸 허구에 지나지 않으며, 따라서 자연적 몸과 문화적 몸의 구분이란 무의미하다는 주장은 치열한 논쟁을 촉발했고, 마치 페미니즘의 패러다임이 여성에서 몸으로 옮겨간 듯이 보일 정도로 이론의 지형을 바꾸어놓았다. 시대적 인식을 달리하는 기성세대와 신세대 페미니스트의 입장이 다르고, 언어와 문화적 배경이 다른 유럽과 미국의 논의가 엇갈리며, 세계사적 경험이 상치되는 제1세계와 제3세계 페미니스트의 시각이 충돌하고, 백인과 유색인의 관점이 대치하기도 했다. 그 결과 여성의 몸에 대한 페미니즘적 논의는 서로 화해할 수 없는 치열한 이론적 충돌과 대결의 현장이 되고 있다.
그러나 여성의 몸을 둘러싼 페미니즘 논의들은 여성이 신체적 특성 때문에 사회적으로 열등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고정관념에는 공동의 전선을 형성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서구에서 시작된 논의라 하더라도 한국적 맥락에서 그것을 진지하게 성찰해봐야 하는 이유이다. 여성에 대한 전근대적 전통과 서구의 근대적 시각, 거기에 탈근대적 관점까지 중첩되어 있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몸에 관심을 기울이는 페미니즘은 이런 중첩에서 발생하는 균열과 불협화음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이 책에서 시도하는 것도 어떤 단일한 시각을 성급하게 주장하는 것이라기보다 여성의 몸에 관한 다양한 시선과 목소리들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시각과 쟁점: 여성의 몸, 어떻게 말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제1부에서는 지난 세기가 창출한 몸에 대한 여러 이론적 논의들과 페미니즘이 만나는 지점을 되짚어보았다.제2부 '남성의 환상과 그 너머: 누가 여성을 두려워하는가'에서는 한국문학에서 여성의 몸이 생산되는 방식을 분석함으로써 한국근대문학의 형성원리에 접근해보고자 했다. 제3부 '포섭과 전복 사이: '여자'는 무엇을 원하는가'는 가부장제사회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주체적 욕망을 획득할 수 있는지를 여성의 몸과 관련지어 논의하고 있다.

제1부를 여는 김진아의 글은 몸이 지적 유행이 되기 훨씬 전부터 인간 주체를 몸으로서 성찰한 메를로-뽕띠의 현상학적 신체론에 주목한다. 인간은 몸을 통해서 세계를 지각하고 세상을 경험하는 몸적 존재라는 그의 성찰은 비록 여성의 몸에 부가된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있으나 여성의 몸을 본질로 볼 것인가 혹은 사회적 구성물로 볼 것인가 하는 이분법적 도식을 넘어서 여성의 몸에 접근할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페미니즘 담론에 큰 시의성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프렌치 페미니즘의 대표적 이론가로서 알려진 이리가레와 크리스떼바는 여성이 가부장제의 상징질서에서 남성의 재현으로서만 존재하기 때문에 사실상 여성은 없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상징질서에 의해 점유되지 않는 여성성을 구축하고자 한다. 이들의 여성, 여성성, 여성의 몸 논의는 페미니즘 관점에서 정신분석학적 주체구성모델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전오이디푸스기의 어머니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해낸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다. 박희경과 박주영은 각각 이리가레의 글 「하나이지 않은 성」과 크리스떼바의 글 「공포의 힘들: 애브젝션에 관한 에쎄이」를 여성의 몸이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읽어내고자 시도한다. 박희경은 '하나이지 않은 성'을 표상하는 두 입술을 무엇보다도 이리가레가 여성을 말하는 방식으로 읽는다. 필자는 이리가레가 두 입술로써, 이를테면 마치 말하는 순간에 그 말의 진실성을 뒤엎어버리는 방식으로 '고유한' 여성을 말하기 때문에, 그것을 기존의 본질주의 비판과 달리 본질적인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리가레가 프로이트의 주체형성이론에 여성이 부재한다는 비판으로 논의를 시작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크리스떼바는 어머니 몸과의 분리를 통해서만 주체가 되는 라깡적 주체형성이론에 대한 분석에서 출발한다. 크리스떼바에 따르면 주체의 영역인 상징계는 안정된 질서가 아니다. 상징계로의 진입을 위해 주체가 버린 어머니의 몸이 더럽고 비천한 애브젝트(abject)로서 출몰하기 때문이다. 주체에 의해 버려지기 전에 사실 먼저 주체를 배출했던 경계가 모호한 어머니의 몸은 상징계의 경계를 흐려놓고 위협하는 공포의 몸이다. 어머니의 몸을 따스한 고향으로 이미지화하는 모성이데올로기에 맞서서 어머니의 몸에서 공포와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전복적인 힘의 원천을 보는 정신분석적 페미니즘에서 필자는 여성의 몸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찾고 있다. 몸을 사회적 구성물로 보지 않으면서도 본질적인 실체로 전제하지도 않는 이리가레와 크리스떼바의 이론들은 몸에 대한 입장들이 다양해진 현재에도 여전히 중요한 통찰력을 던지고 있다.
윤조원의 글은 현상학적 몸철학과는 전혀 다른 뿌리에서 나왔으나 페미니즘의 몸담론에 상당한 시사점을 제시하는 프랑스 사회학자 부르디외에 주목한다. 부르디외는 남성지배사회는 여성의 몸이 교환대상이자 육체자본이라는 인식을 매우 교묘한 방식으로 각인시키며 여성은 이를 수용하고 실천한다고 본다. 필자는 부르디외의 시각이 남성지배의 피지배자인 여성이 자신의 상품화에 적극적으로 공모한다는 점을 과도하게 부각한다고 비판하면서도 상징적 폭력이란 그의 개념이 몸의 자발적 상품화라는 현 시대의 현상에 대한 유용한 분석틀을 제시한다고 평가한다. 들뢰즈와 가따리의 주체성과 육체성에 대한 이론도 페미니즘 관심사와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내포하고 있다. 박미선은 브라이도티가 페미니즘의 문제제기하에 들뢰즈와 가따리의 '여성-되기' 이론을 비판적으로 전유하는 방식을 탐색한다. 필자에 따르면 브라이도티의 '유목적 주체'는 여성들간의 차이들을 인정하면서도 쟁점에 따라 통일된 행동을 하는 여성주체를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여는 점에서 이론과 실천을 연결하는데, 이는 여성의 몸에 대한 논의의 지평을 전지구화의 상황에 대응하여 확장하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다른 한편 필자는 브라이도티의 주체성 이론이 변화무쌍한 정체성을 상품화하여 제3세계에 퍼뜨리는 전지구적 자본의 전략을 정당화하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고 비판적 거리두기를 잊지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김영주의 글은 인도 태생이면서 미국에서 활동하는 스피박의 하위주체여성 개념이 제1세계와 제3세계가 착종되어 있는 한국의 상황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스피박은 제1세계 페미니스트들의 이론들로는 파악되지 않는 여성의 몸이 있음을 인도여성이 재현되는 방식을 통해서 보여주며, 이 몸이 자신을 드러내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필자는 스피박이 보편적이며 본질적인 주체를 해체하는 포스트모던적 사유를 견지하는 동시에 억압받고 타자화된 여성을 주체화해야 할 정치적 당위성을 직시하고 있으며, 이런 모순된 요구 사이에서 치열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스피박에게 하위주체여성의 재현은 불가능한 가능성이라는 역설로서만 일어날 수 있다. 다만 이 역설이 어떻게 정치적 실천으로 나타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페미니즘의 이론적 지형을 살피는 제1부의 글들이 한국적 맥락과의 접점을 직접적으로 노출하지 않는 반면, 제2부는 한국의 근대적 상황에서 여성의 몸이 어떻게 말해지고 씌어져왔는지를 문학작품들을 중심으로 탐색하는 글들을 모았다. 여성의 육체에 대한 남성의 시선과 환상을 다룬 박숙자의 글은 1920년대 남성의 시선이 여성의 육체와 성적 욕망을 발견했을 때 나타나는 심리적 동요와 미묘한 작동방식을 포착한다. 필자에 따르면 여성의 육체에서 여성 개인의 성욕망이 발견될 때 여성은 격리되거나 축출된다. 이는 남성의 성적 환상 속에 시각적으로 구성된 여성의 육체와 성욕망이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의 계보화 과정과 맞닿아 있다는 의미이며, 여성의 성적 육체를 바라보는 남성적 시선은 여성을 타자화하는 기제에 다름아니다. 서지영의 글은 식민지시대 유흥공간을 주도했던 기생과 까페여급을 중심으로 여성의 몸이 쾌락의 대상으로 전유되는 측면과 여성의 몸이 새로운 방식으로 발견되고 유희적 주체로 전이되는 역사적 지점을 문화분석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당대의 기생과 까페여급은 한편으로는 근대 도시 유흥공간에서 관습적 규범을 위반하는 위험하고 부정(不貞)한 여성으로 재현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몸을 생존의 수단으로 삼아 물적 토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감각과 욕망에 눈뜨기도 했다. 이들은 여성 섹슈얼리티를 활용하려 했던 식민지 권력장치와 가부장제의 이중적 욕망을 파열시키는 과정에서 공모와 저항의 이중적 전략을 구사했으며, 이들의 근대 경험을 통해 여성의 몸이 스스로 발견한 쾌락의 기원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한국의 근대가 발견한 여성 섹슈얼리티의 양면성은 '양공주'의 소설적 재현을 분석하는 김연숙의 글에서도 찾을 수 있다. 양공주의 문학적 재현에는 전쟁 체험 이후 근대적 남성이 주체성을 형성해가는 과정이 복합적 방식으로 반영되어 있다. 전통과 근대, 서구와 우리, 자아와 타자가 갈등하는 한국사회에서 '민족 주체성'을 수호하는 남성주체는 양공주에게 외세의 희생자 역할을 떠맡기는 한편 근대화 프로젝트를 수행해나가야 할 남성주체의 의무감은 그들을 매혹의 대상이자 물신주의에 사로잡힌 경계대상으로 투사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남성적 시선에 포획되지 않는 양공주의 자발적 쾌락과 욕망을 읽어내며, 이를 근대적 섹슈얼리티가 지닌 새로운 가능성이라는 점으로 평가한다. 이상 세 편의 글들은 여성의 몸이 민족-국가, 사회-역사에 대한 일종의 메타포로 쓰였으며, 남성주체의 불안한 내면이 투사되거나 남성주체에 의해 발견되고 구성된 존재였다는 공통된 발견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글들은 그런 와중에도 여성이 근대공간에서 자신의 몸과 욕망을 발견하고, 일탈과 위반을 감행하는 전복을 은밀하게 실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이명호, 김양선, 김은하의 글들은 제도 밖, 남성의 상징질서 바깥에 위치한 여성의 몸에 주목하고 그것이 지닌 새로운 의미에 관심을 기울인다. 이명호는 오정희의 초기작에서부터 「옛우물」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몸의 재현이 일련의 변화를 거친다고 보며, 이 변화의 방향을 가부장제가 부과한 상징적 의미와 이미지에 대한 부정과 반란에서부터 모체(母體)의 재발견으로 이행하는 것으로 읽어낸다. 이 어머니의 몸이, 가부장적 담론이 신성화하는 모성이미지가 아니라 새로운 몸의 생성이라는 점을 높이 사면서도, 그렇더라도 모체로 잇닿는 몸이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갈등과 분열을 일거에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입장이다. 김양선의 글은 배수아와 천운영의 소설들에서 최근 여성문학의 새로운 징후로 떠오른 빈곤의 서사화와 비천한 여성의 몸이 지니는 의미를 탐색하고 있다. 소설들이 그리는 여성형 빈곤은 중심질서로부터 배제된 채 사는 여성들의 결핍과 결락의 표지이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비천한 처지를 몸을 통해 드러내고 말하기 시작한다. 필자는 비천한 여성의 몸에서 남성중심적인 지배질서를 위협하는 공포스러운 존재, 기존 이데올로기로는 포획되기 힘든 이질적 존재로서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이 몸이 '비정상성''일탈'의 의미로만 재현된다면 미적 자폐성에 갇힌 채 여성들이 삶의 현장에서 다양하게 경험하는 몸의 양상은 소거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김은하의 글은 최근 여성작가들의 글쓰기에 나타난 사랑의 탈낭만화 현상에 주목하고, 이로부터 육체를 더이상 이미지의 각인장소가 아니라 자아와 정체성이 형성되는 근원으로 보는 시선의 등장을 읽어내고 있다. 필자는 몸의 쾌락을 되찾는 전경린의 글쓰기에서 식민화되지 않은 자아의 생산을 보며, 정이현의 글에서 교환가치가 있는 여성의 육체를 연출함으로써 여성의 몸의 값을 교환가치로 매기는 성질서를 뒤집는 저항성을 찾고, 오이디푸스적 가족 로망스를 폐기하는 천운영의 소설에서 가부장적 문화 속에서 거세되어버린 어머니 여성을 되살리는 글쓰기를 읽어낸다. 여성의 몸을 적극적으로 재점유하는 글쓰기로부터 필자는 현재 여성문학에서 일어나는 탈주를 보지만, 자칫 이 탈주가 여성의 몸이 위치한 사회적 관계를 방기해버리는 이면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제3부에 실린 이명호와 조현순의 글들은 히스테리·거식증·우울증과 같은 대표적인 여성적 질병이 몸의 언어로 표출하는 무의식적 욕망을 해석하고자 한다. 히스테리적 육체가 전달하는 말에 귀기울이는 이명호의 글은 겉으로는 아버지의 법에 순종하지만 완전히 삭제되지 않고 억압과 검열을 피해 온몸을 떠돌아다니는 여성의 욕망을 찾아낸다. 필자는 히스테리에서 오이디푸스적 욕망과 전오이디푸스적 욕망을 모두 포기하지 않고 가지려는 여성의 욕망을 읽어내며, 이를 육체의 병으로 토해내는 방식이 아닌 긍정적인 형태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거식증과 우울증의 문화정치적 의미를 살피는 조현순의 글은 이 질병들이 이상적인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를 생산하고 훈육하는 사회에 대한 공모와 항의의 양가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그 정치적인 함의를 살피고 있다. 육체에서 여성적 징후를 지워버리는 거식증은 여성에게 자신의 몸을 '남성적'으로 통제하고 '정상적'인 여성에서부터 해방되는 쾌락을 주지만 동시에 이는 날씬한 여성을 강요하는 사회에 대한 공모로 바뀔 위험도 안고 있다. 필자는 모반의 쾌락과 공모의 역전 사이에서 형성되는 팽팽한 긴장관계를 다양한 비교를 통해서 살피고 있다. '포르노적 현상'에 대한 정소영의 글 또한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의 몸이 억압되는 동시에 그 억압이 파열되는 지점을 드러내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필자에 따르면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현대의 포르노적 현상들은 근대 이후 그 강도를 더해가는 여성의 몸의 상품화가 극단적으로 이루어진 형태임에는 분명하지만, 이 경우에도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남성적 시선의 체계에 균열을 일으키며 창조되는 순간을 포착하고 이로부터 여성의 주체적 욕망의 발현을 찾아낼 수 있다. 나아가 필자는 히스테리·거식증·우울증에서와 마찬가지로 포르노에서도 포르노를 넘어서는 여성의 욕망을 발견해내는 시도가 긴요하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임옥희의 글은 오늘날 몸의 자유로운 변형과 생성의 공간으로 떠오른 싸이버공간을 다루고 있다. 몸의 물질성이 사라지는 듯한 싸이버공간에서 싸이보그화된 몸은 자연으로서의 몸을 완전히 부정함으로써 정신/몸, 자연/문화, 여성/남성이라는 기존의 이분법적 인식을 뒤엎는 전복성을 가지며, 이는 페미니즘이 적극적으로 전유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질서에 대한 극단적인 반발은 자연을 테크놀로지로 대체하고, 여성과 남성을 자궁을 전유한 주피터 스페이스로 재구성하기 때문에 어떠한 담론도 둥지를 틀 만한 물질적 토대가 없어지는 디스토피아로 끝날 수 있다. 싸이버공간은 이때까지 몸이 가지고 있었던 '환원 불가능'의 의미를 폐기하는 실험실과 같다. 극단적으로 조형적이며 가변적인 싸이보그화된 몸은 한없이 자유롭게 어디에나 있을 수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어디에도 없는 채 부유하는 유비쿼터스시대의 우리들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은 한국여성연구소의 문학연구실 소속 연구원들이 2002년부터 쎄미나와 워크샵 등을 통해 함께 연구하고 작업한 결과물이다. 책을 준비하는 과정이 길어지면서 분과원들의 작업뿐만 아니라 여성의 몸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다른 연구자들의 글들도 함께 묶게 되었고, 이렇게 해서 더욱 튼실한 공동작업의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의 기획의도에 맞추어 글을 쓰고 고단한 수정작업을 기꺼이 해주신 필자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고마움을 표한다. 다양한 입장과 시선으로 여성의 몸에 대해서 고찰한 이 모든 작업들은 현대의 몸담론이 근대와 작별했으나 아직 새로운 항구에 닿지 못하고 탐색의 단계에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이전처럼 방향과 길이 그려진 지도를 갖고 그 지도에 따라서 항해하는 일이 부적절할뿐더러 가능하지도 않기 때문에, 우리의 노력은 불확실할지 모르나 모색의 기쁨들로 충만한 과정이었다. 이 책이 탐색의 노정에 있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길잡이의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2005년 5월
한국여성연구소
--- 책머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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