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은 어떻게 알까? 개가 그토록 방대한 어휘를 쓰고, 나방이 한때 자신이 애벌레였음을 기억하고, 어치가 다른 어치들을 도둑 취급하고, 고래뿐만 아니라 소도 지역 사투리를 쓴다는 것을 말이다.
동물이 생각한다는 것을 입증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이미 입증했다면, 우리가 동물과 맺는 관계는, 그리고 우리가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은 이대로 괜찮은 걸까?
--- p.8
프랭크스는 잠시 말없이 사랑하는 개미들만 지켜보았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전 이 개미들이 생각을 한다고는 결코 말하지 않을 겁니다.”
그가 눈썹을 추어올리며 강조했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제 호기심을 자극해요. 왜냐하면 여러 가지 면에서 마치 생각하는 양 행동하거든요.”
의식적으로 제 행동을 반추하는 양, 스스로 무엇을 성취하려는지 알고 있는 양.
“개미가 저에게 가르쳐 준 교훈은 매우 정교하고 수준 높은 행동에 반드시 생각이나 언어나 마음이론이 필요한 건 아니란 사실입니다.”
--- p.78
슈스터와 슐레겔의 연구에 따르면, 물총고기는 먹이가 휘청하는 순간 그것이 떨어질 위치, 그리고 수면에 닿자마자 잡아먹기 위해 자신이 내야 하는 속도까지 결정한다. 저격수는 꾸물거릴 시간이 없다. 야생에서 물총고기는 떼를 지어 살기 때문에 쏘아 떨어뜨리는 모든 곤충을 놓고 동료들과 경쟁해야 하고 덩치 큰 무수한 다른 어종들과도 겨뤄야 한다. 눈 깜짝할 사이에 결정해야 하는 이유다.
“물총고기는 이런 계산을 4만 분의 1초, 즉 찰나에 끝냅니다.”
슈스터가 말했다.
--- p.101
“전 알렉스가 인간의 언어를 배울 수 있는지 보려는 게 아니에요. 그건 정말 핵심이 아니죠. 제 목적은 알렉스의 모방 기술을 이용해 조류의 인지 능력을 이해하는 거니까요.”
다시 말해, 알렉스가 일부 영어 단어 소리를 매우 유사하게 낼 수 있기 때문에 페퍼버그는 알렉스에게 세상을 기본적으로 어떻게 이해하는지 질문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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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가능성은 부모가 새끼 이름을 짓는다는 거예요. 인간이 자식 이름을 짓듯이.”
이 가정이 사실로 입증된다면 이는 인간 이외의 종에게서 발견된 최초의 ‘작명’이 되는 셈이다. 또 그렇게 되면 유리앵무는 인간 유아가 언제, 어떻게 언어를 습득하는지를 보여 주는 최초의 모델이 될 수 있다.
“앵무가 이 분야의 훌륭한 모델로 입증된다면 정말 대단한 사건일 거예요.”
--- p.164
웃는 쥐들로 가득한 실험실이라니! 좋아서 킥킥대는 소리가 사방에서 굴러다니는데도 우리는 그 소리를 모기 소리만큼도 듣지 못했다. 우리가 동물에 대해 알지 못하거나 놓치는 모든 것을 딱 한순간으로 압축할 수 있다면, 내게는 바로 지금이 그런 순간이었다. 마치 외국에 나가 있는 기분이었다. 누군가의 재담이나 우스갯소리에 현지인들 모두 배꼽을 잡고 웃는데, 그 나라 말을 할 줄 모르는 나는 그저 멀뚱멀뚱 쳐다만 본다.
--- p.203
알만 역시 코끼리 연구자들이 기록해 온 코끼리의 공감적 행동이 이 세포들에 기반을 두고 있을 거라고 말한다. 이를테면 암보셀리에서 두 가장이 물에 빠진 아기 코끼리를 구했을 때나, 죽어가는 코끼리에게 다른 코끼리가 물을 구해다 주었을 때나.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 방추세포는 크루거 코끼리들이 도살 처분 현장을 방문했을 때도 활성화되었을 공산이 크다.
“인간이 코끼리와 얼마나 다른지 계속 떠올려 보는 게 중요해요.”
맥콤이 말했다.
“그 차이를 뺀 나머지는 코끼리와 우리가 매우 비슷해 보이니까요.”
--- p.261
허먼이 파일에서 사진 한 장을 꺼냈다. 그와 피닉스가 수영장 안에서 찍은 사진이다. 피닉스는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고 그는 팔을 뒤로 뻗어 피닉스를 감싼 채 활짝 웃고 있다. 매끄러운 은빛 몸에 모든 것을 빨아들일 듯 커다란 눈을 하고 있는 피닉스 역시, 활짝 웃고 있는 것 같다. 두 존재의 사랑이 포착된 이미지다. 하나는 땅에 사는, 하나는 바다에 사는, 전혀 다른 두 동물의 사랑. 그것은 허먼이 돌고래와 가장 하고 싶었던 거라던, ‘마음과 마음의 만남’이었다.
--- p.294
“아, 그렇죠. 돌고래는 싸워요.”
코너가 말했다.
“그것도 아주 심각한 전투랍니다. 운이 좋다면 직접 보실 수도 있을 거예요. 제가 처음으로 목격한 건 1987년 8월 19일이었어요. 날짜까지 정확히 기억하는 이유는 그날이 우리 프로젝트 역사상 가장 흥미진진한 날이었기 때문이에요. 2차적 동맹을 발견한 날이기도 하고, 돌고래가 왜 똑똑해야만 하는지 제가 마침내 이해하기 시작한 날이기도 하죠.”
그는 통찰이 그에게 ‘섬광’처럼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섬광이 돌고래 정신을 이해하는 우리의 관점을 영원히 바꾸어 놓았다.
--- p.321
과학자들이 말하려는 것은 침팬지가 빅토리아 시대 그림들 속에 자주 등장하는 모습처럼 털 코트를 입은 작은 인간이란 뜻이 아니다. 침팬지는 침팬지이고, 침팬지의 정신은 인간이 되어 가는 길목에 있는 어떤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로스와 론스도르프 같은 과학자들이 그토록 이해하고 싶어 하는, 오롯한 침팬지 정신이다.
--- p.359
“도와달라는 거예요.”
파라고가 설명했다.
“‘제발요, 엄마. 저 뼈다귀 갖게 도와주세요. 저랑 같이 하자고요.’”
이날 오후 미클로시는 나와 다시 만났을 때 그것이 개 인지 능력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즉, 인간과 같이, 인간을 위해 일하려는 강한 욕구, 그리고 언어 없이 절절한 눈빛만으로도 소통할 수 있는 능력.
“인간은 개와 손을 잡았습니다.”
미클로시가 말했다.
--- p.405
동물의 정신은 우리 인간에 대해 무엇을 말해 줄까? 인간처럼 동물들도 생각하고 느끼고 세계를 경험한다는 사실이다. 동물들도 분노와 슬픔과 사랑의 순간을 겪는다는 사실이다. 결국, 동물의 정신은 동물이 우리의 친족임을 말해 준다. 이제 이 사실을 아는 이상, 우리와 동물의 관계는 변할까?
--- p.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