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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퍼홀릭 1권 1

쇼퍼홀릭 1권 1

: 레베카, 쇼핑의 유혹에 빠지다

쇼퍼홀릭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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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5년 06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쪽수확인중 | 364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90729484
ISBN10 8990729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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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때 갑자기 내 눈이 번쩍 뜨이고 심장이 멎는다. 데니 앤드 조지의 쇼윈도에 요란하지 않은 안내문이 붙어 있다. 검은 초록 바탕에 크림색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다. ‘세일’!
나는 멍하니 그것을 바라본다. 가슴이 터질 듯 뛴다. 그럴 리가 없어. 데니 앤드 조지가 세일을 할 리가 없어. 노 세일 브랜드인데. 이 상점의 스카프와 파시미나는 워낙에 인기가 좋아서 두 배 값을 주고라도 사려고 들 난리인데. 전 세계의 내가 아는 사람들이 다 데니 앤드 조지의 스카프를 하나 가져보는 게 소원인데.
“안녕하세요?” 나는 진정하려고 애쓰며 말한다. “저기…… 세일을 하시나 봐요?”
“예.” 금발의 아가씨가 미소를 짓는다. “아주 특별한 경우죠.”
내 눈길이 매장 안을 휩쓴다. 깔끔하게 일렬로 개어 놓은 스카프들이 보인다. 그 위에는 검은 초록색으로 “50퍼센트 세일”이라는 표시가 걸려 있다. 벨벳 날염 스카프, 비즈 장식이 된 실크 스카프, 수를 놓은 캐시미어 등 모두 떡하니 ‘데니 앤드 조지’ 상표가 달려 있다. 온통 마음에 드는 것뿐이라서 어디서부터 고르기 시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또 다시 공포가 밀려 올 것만 같다.
실키 벨벳 소재에 차분한 파랑색 무늬를 박고 진줏빛 영롱한 비즈로 장식을 한 스카프를 바라보는 사이 눈에 보이지 않는 줄이 나를 그 스카프 쪽으로 소리 없이 끌어당기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만져 봐야만 한다. 걸쳐 봐야만 한다. 이제껏 본 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카프다. 점원 아가씨가 내게로 다가와서는 목에 스카프를 둘러준다. 나는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멍하니 바라본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스카프를 손에 넣으리라. ‘기필코’ 갖고 말리라. 이 스카프를 하니까 눈도 더 커 보이고, 헤어스타일도 더 세련되어 보인다. 나를 전혀 딴 사람처럼 보이게 한다. 아무 것이나 받쳐 입어도 좋을 것 같다. 사람들은 나를 가리켜 ‘데니 앤드 조지 스카프를 한 그 아가씨’라고 부를 것이다.
나는 무심결에 그 스카프를 꼭 쥔다.
“살게요.” 나는 누가 뒤쫓아 오기라도 하듯 말한다. “내가 살게요.”
지폐를 세어서 계산을 치르고는 기다린다. 그녀가 카운터 뒤로 몸을 숙여서 초록색 상자를 꺼내는 동안 거의 전율에 가까운 기분을 느낀다. 그녀는 상자를 짙은 초록색 끈으로 된 손잡이가 달린 두툼한 코팅 쇼핑백에 넣어 내게 건넨다. 그 기분이 어찌나 황홀한지 나는 하마터면 눈을 감을 뻔했다.
바로 그 순간! 내 손가락이 반드르르하고 빳빳한 새 쇼핑백의 손잡이를 감싸 잡는, 그리고 그 안에 들어 있는 온갖 찬란한 새 물건들이 당신의 것이 되는 바로 그 찰나의 기분이 어떠냐? 며칠을 쫄쫄 굶다가 버터를 바른 따끈한 토스트를 한 입 가득 베어 물었을 때의 그 기분 같다. 자고 일어나서 그날이 주말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그 기분 같다. 그 밖의 모든 것은 마음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것은 순전히 자기 자신만을 위한 쾌락이다.
나는 아직도 기쁨에 휩싸인 채 천천히 상점을 나선다. 데니 앤드 조지의 스카프를 샀다. 데니 앤드 조지의 스카프를 내가 샀다고! 내가!
---1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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