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백미러에서 백미러로 미끄러진다. 풍경, 길, 하늘, 피레네 산맥이 로즈 어머니의 이마를 비추고, 그 이마, 그 눈이 되고, 그런 다음에는 그것들을 그늘 속에 남겨 두면서 커브 길과 함께 천천히 선회한다. 그러는 동안 그녀의 넓적다리와 콘솔박스 그리고 앞 유리창이 환해지고, 다른 얼굴들에 반사된다. 가장 어린 두 아이는 좌석에 몸을 깊숙이 묻고 잠들어 있고, 로즈는 공상에 잠겨 있고, 식스틴은 너무 더워서 짜증 난 표정이고, 로즈 어머니는 갑작스러운 어떤 생각에 매우 기뻐하고, 비오츠 씨는 입술을 움직여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한가운데에 앉은 누군가가, 놀라서 주의 깊게 살펴보는 표정을 한, 어깨가 가녀리고, 파란 수영복 아래 조그만 젖가슴을 가진 어느 계집애가, 그 계집애의 어리고 포동포동하고 빨간 얼굴이 백미러 속에서 자동차 안의 여러 얼굴들 중 여자 여섯과 비오츠 씨가 아닌 누군가를 찾고 있다. 서부의 가득한 햇살이 그 영상을 산산조각 낼 때까지, 그리고 그 영상이 파란 수영복, 조그만 젖가슴, 솔랑주 그녀의 얼굴, 그녀, 솔랑주를 포함할 때까지. 백미러 속에 있는 사람은 솔랑주라고 불리는 〈나〉이다. 그리고 나는 해변에서 열 살의 내 육체 속으로 돌아오고 있다. 피레네 산맥 밑에서 미래를 기다리는 나에게로.---p.81
「어처구니가 없구나. 판단력을 좀 더 날카롭게 벼려라. 내가 정말 너에게 섹스를 금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런 속임수를 믿는 사람은 네 엄마뿐이야. 사람들은 모두 섹스를 해. 나도 섹스하고, 너도 섹스하고, 우리 모두 섹스하지. 무슨 말인지 이해돼?」 그가 호주머니에서 네모난 상자 하나를 꺼낸다. 상자 속으로 동그란 것이 하나 보인다. (……) 「이걸 바나나에 끼우면서 연습해라. 그리고 그 녀석에게 꼭 끼워야 한다고 강요해. 내 말 알아듣겠어? 죽는 건 금지다. 알아들었어?」---pp.110~111
그녀는 어릴 때 외웠던 기도문을 떠올린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당신과 함께 계시니 당신은 모든 여자들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천주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여, 아르노가 저에게 전화하게 해주소서. 부탁드립니다, 성모 마리아여. 그렇게만 되면 당신께서 바라시는 것은 뭐든지 하겠나이다. 아멘.〉 23 57 01. 그녀는 전화번호를 누른 뒤 신호가 한 번 가게 한다. 그리고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그 전화번호는 존재한다.---pp.173~174
예선 뒤에서 그녀는 기묘한 열기를 느끼며 슈트를 벗는다. 녹물이 올라왔나? 팬티에 피가 가득하다. 젖은 피. 이런, 꼭 그녀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난다. 그녀는 〈모레〉 약속이 있고, 그게 오면 적어도 닷새 동안은 계속되는데. 마지막으로 하고 벌써 28일이 지났나? 달력이 생리 주기를, 여자들의 생리 주기를 기반으로 한다면, 예측을 하기가 쉬울 것이다. 모든 질서를 어그러뜨리는, 한 달이 30일이나 31일로 이루어진 황제력 따위는 무력하기 짝이 없다. 28일씩 13번이면 364일이 된다. 추가로 하루가 더 필요하니 2월을 29일로 하는 요령을 부리면 된다. 그에게 몸이 불편하니 만나지 못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니 우리는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에게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레는 내가 안 돼.〉 신비로워 보이게, 바빠 보이게. 〈아마도 다음 주엔 괜찮을 거야. 내가 시간이 되면.〉---p.183
땀 냄새가 날 것 같다. 햇볕 아래 서 있는 동안 생리대가 차츰 젖어 간다. 그것도 냄새를 풍길 것이다. 얼마나 끈적거리는지. 이것에서 벗어나려면 몇 년을 기다려야 할까. 적어도 삼십 년. 아니면 사십 년. (……) 차라리 잘됐다. 쳇. 이번에는 그걸 하지 말자. 나탈리의 말에 따르면, 처음에 만나서 바로 자면 안 될 뿐만 아니라, 두 번째, 세 번째 만났을 때도 안 된다. 네 번째부터는 오케이다. 남자애가 충분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다. 존중받게끔 행동해야 한다.---pp.199~200
그녀는 몸을 비트는 척하면서 생리대를 감추는 데 성공한다. 그러자 오해 비슷한 것이 생긴다. 그가 그녀의 목덜미에 키스하고, 치마를 들어 올리고는 팬티 위에 좆을 대고 문지른다. 그것이 흐른다. 빌어먹을, 피가 흐른다.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고, 그는 이미 그녀의 팬티 안에 손을 넣은 상태다. 「너 벌써 한 번 날 속여 먹었잖아. 어쨌든 앞으로 그걸 하고 싶으면 처음 한 번은 해야만 해.」 맞는 말이지만, 그건 아니다. 아무리 그가 믿지 않는다 해도 그녀가 그걸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건 사실이 아니다. 그저 그녀는 (주목, 그녀가 말할 차례다, 심각하고 고통스러운 듯이) 이렇게 말한다. 나 몸이 불편해. 「어디가 불편한데? 여자로서 그렇다는 거야?」 그가 뭐에 물리기라도 한 것처럼 손을 휙 빼낸다. 그는 물린 손을 물끄러미 보다가, 화장실 으로 가서 문고리를 연다. 화장실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pp.207~208
그래서 그녀는 그의 커다란 머리를 자기 다리 사이에 갖다 붙이고 코를, 이마를, 입을, 아무튼 튀어나온 것은 있는 대로 다 비빈다. 그가 그녀가 원하는 곳으로 가도록, 마침내 거기에 혀를 조금 들이밀도록 몸을 비튼다. 하지만 그는 그러기를 원치 않고, 그녀는 미친 여자처럼 몸을 꿈틀댄다. 그는 표면에만 머무른다. 축축한 조심스러움, 소리 지르고 싶어지는 태도다. 「나 미칠 것 같아.」 비오츠가 일어난다(미칠 것 같은 사람은 그녀인데). 「나 미칠 것 같아.」 그가 거의 애원하는 투로, 마치 구명보트에 구조를 요청하는 것처럼 되풀이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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