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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빛, 이슬 한 방울 3

메마른 빛, 이슬 한 방울 3

나비노블 Nabi Novel이동
케얄 저 / 니시 그림 | 메르헨미디어 | 2017년 06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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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404쪽 | 404g | 128*188*19mm
ISBN13 9791188079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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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
그는 작게 속삭이며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말캉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손끝을 타고 올라왔다. 묶은 머리에서 흘러나온 검은색 머리카락이 사락사락 기분 좋게 그의 손을 스쳤다.
“남자에게는 이렇게 쉽게 다가오는 것이 아냐.”
“그, 그냥 이마에 손을 짚었을 뿐이잖아요. 왜…….”
붉어진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는 수아의 눈동자를 보며, 알은 조금 심술이 났다.
“왜? 그래서 다른 이들에게도 이렇게 행동하는 건가?”
“네?”
이야기를 들어보면 수아가 온 세계는 이곳과는 아무래도 꽤 다른 듯했다. 여자가 일하는 건 당연했고, 신분 차이도 없으며, 신의 존재도 믿지 않는 이가 있는 세계. 남녀의 역할이 정확히 나뉘어 있지도 않는 만큼 크게 내외하지도 않으며, 마치 친구처럼 지내며 자연스럽게 어울린다고 했다.
그렇다면 수아도 다른 남자의 이마를 아무렇지도 않고 집고, 야한 생각을 하냐며 농담을 던지고, 단둘이 있는 방에 별생각 없이 들어갔었다는 말인지.
그 상상에 잠깐 울컥하기도 했지만, 어차피 과거야 상관없었다. 만약 그런 행동으로 그녀의 의지에 반하는 일이 일어났다면 지금 이리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 설사 그녀에게 연인이 있었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그녀는 다시는 자신의 세계로 돌아가지 못할 테니 그놈과 다시 만날 수도 없겠지.
문제는 앞으로 일어날 일이었다. 그녀의 세계 기준으로 보면 아무런 의도가 없는 순수한 행동이, 여기서는 유혹하는 행동으로 보일 확률이 높았다.
“너무 과민반응이에요!”
하지만 그가 그런 말을 꺼낼 때마다 수아는 지나친 걱정이라며 일축해버렸다. 알은 어디가 지나친 걱정인지 자세히 설명이라도 해보라고 하고 싶었다. 이렇게나 사랑스러운 이를 누가 그냥 지나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천천히 손을 수아의 목덜미로 내렸다. 매끄러운 살결이 느껴졌다. 수아의 어느 한 곳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은 없었지만, 그가 특히나 좋아하는 것은 이 목덜미였다. 얇은 피부, 그 너머로 약동하는 맥박, 약간은 당황한 듯 떨리고 있는 그 살결. 상대가 「살아있다」는 것을 가장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지금 그가 팔로 두르고 있는 허리도 다른 의미로 마음에 들었다.
한 팔로 모두 두르고 남을 정도로 가냘픈 허리는 약간 힘을 주고 있으면 수아의 몸 움직임이 모두 느껴진다는 점이 좋았다. 심장 소리와 고동 소리 또한 그대로 전해져 왔다. 그뿐만이 아니다. 팔로 허리를 감아버리면 그녀가 쉽게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그의 품에 갇혀 버린다.
어쩌면 이렇게나 작고, 여린 몸으로 숨을 쉬고 움직이고 말을 할까. 처음 그녀에게 손을 댈 때는 조금이라도 힘을 줬다가는 그대로 부러질 것 같아 조심스러웠을 정도였다.
“알이니까 그렇게 보는 거라고요.”
수아는 계속 그럴 리 없다며 부인했다. 그녀를 말로 이길 자신은 없어, 알은 뭐라고 대꾸하는 대신 손으로 수아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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