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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사 디 지노

까사 디 지노

[ 양장 ] 내가 사랑한 이탈리아-001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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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11월 1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41쪽 | 520g | 130*188*30mm
ISBN13 9788959757527
ISBN10 8959757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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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에는 이탈리아가 응축되어 있다.
인구 중에도 밀라노 토박이보다 지방에서 온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을까. 그리고 지방에서 온 사람들 대부분은 남부 출신이다. 고향에 일자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지방 출신을 대상으로 각지의 특산품을 파는 전문 가게도 있어 마치 전국 특산품 상설 전시장을 보는 듯하다. 다른 도시에 비해 밀라노에 새로운 사건이 더 많은 이유는 이렇게 다른 지방에서 유입된 개성이 혼재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모여들면 동시에 범죄조직도 꼬이는 법이다. 밀라노의 어두운 부분인 그 으스스한 구역을 사람에게 들은 얘기로 공상만 하기보다는 내 두 발로 직접 걸어보고 싶었다. 어쩌면 팔리는 기사가 될 수도 있으니까. p.19~20

이 일대는 돼지의 산지이다. 생햄에서 숙성햄, 살라미 소시지 등의 가공육에 이르기까지 돼지고기는 다양하게 활용된다.
돼지고기는 콩과도 잘 어울린다. 약간 신맛이 나는 이 고장 토마토와 점박이 강낭콩, 그리고 돼지고기를 같이 푹 삶은 후에 거기에다 손으로 반죽해 만든 엄지손톱 크기의 파스타를 넣는다. 각기 소박한 식재료이지만 이렇게 어울리면 무적의 맛을 자랑한다.
“이게 또 얼마나 맛있는지 모른다니까.”
그 말을 끝으로 디아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기에 돌아보니, 다른 종류의 파스타 접시를 들고 열심히 먹어대고 있다. 그것은 얇게 손으로 펴서 만든 피에 속을 넣은 파스타였다. 그날 아침 갓 만든 치즈와 데친 차조기 같은, 즉 어디에나 돋아 있는 이 계절의 입 채소를 치즈와 버무려서 속을 만든 것이다. 한입 크기 파스타 피에 속을 넣고 양끝을 비튼, 종이 껍질에 싸인 캔디 같은 모양이다. 어디 나도 한번 먹어볼까. 팔팔 끓는 물에 삶아 건져 낸 파스타에 치즈만 뿌려져 있는 단순한 모습이다. 그런데 입에 넣어 보니 피 속에서 차조기가 자란 땅의 향기로움이 터져 나와 순간적으로 신록이 입안에 퍼지는 듯한 맛이 난다. p.75

온갖 걱정거리가 내 머리를 스친 것은, 산 아래까지 내려와 머쓱하게 인사하는 지노와 헤어지고도 잠시 지나서였다.
내가 실수를 한 건가. 그러나 지금 와서 후회해봤자 때는 늦었다.
왜 그렇게 불편한 집을 빌리겠다고 한 것일까. 담담하게 일방적으로 계속되는 인생 얘기를 듣다 그만 지노에게 취했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취기가 가신 나는 지노에게서 받은 열쇠를 한 손에 들고 다시 언덕길을 올라가, 지금 산꼭대기에 있는 집과 마주하고 있다.
문득 현관문 옆을 보니, 벽면에 빨갛고 노란 꽃과 오렌지색 꽃이 몇 송이 그려져 있다. 꽃 위에는 하얀 나비도 날고 있다. 누가 그렸을까. 서툰 터치의 그림은 아닌데, 그린 후로 시간이 꽤나 흘렀는지 꽃의 색이 완전히 바랬다. 깔끔하게 새로 칠한 다른 벽 사이에서 그 꽃들만 칙칙하고 쓸쓸해 보였다. p.138~139

그 여자는 밀라노 시내 어디를 돌아다녀도 찾지 못할 만큼 구닥다리 무늬의 면 원피스에 한겨울에나 입을 만한 두꺼운 울 스웨터를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육십 대 중반쯤 되었을까. 젊은이가 그 여자를 뒤따라 차량에 올라탔다.
두 사람의 대화로 보아, 젊은이는 아들인 듯했다. 어머니의 짐을 선반에 올려놓고 옆자리의 중년 남자에게 행선지를 묻고는, 어머니가 가는 나폴리라는 것을 알자 내심 안심하는 투다. “내리실 때 어머니 짐 내리는 거 좀 도와주시겠어요?” 그렇게 꼼꼼하게 부탁하기도 한다. 겉모습은 밀라노의 거만한 대학생인데, 고향 사람을 만나 마음이 느슨해진 것이리라. 순간적으로 나폴리 사투리가 튀어나왔다. 조금 전까지의 냉철한 인상과는 다른 태도가 오히려 흐뭇하게 느껴진다. 아들의 사투리에 객실 안의 분위기는 단숨에 풀어지고, 작은 나폴리가 형성된다. p.214~2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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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다 씨의 글에는 인생이 담겨 있다. 짧은 글을 쓸 때도 가볍게 쓰는 것이 아니라 무겁고 심오한 삶의 깊이를 담을 줄 안다.”
오카와 시게키(문예춘추 편집자

“가끔 그런 책이 있다. 처음 보는 저자의 책인데도 몇 페이지 대충 읽은 것만으로도 "이거야!" 하는 예감이 드는 책. 《까사 디 지노》가 바로 그런 책이다.”
다키 하루미(북 칼럼니스트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각 등장인물의 온기와 숨결이 생생하게 전해지는데, 얘기로서도 숙성돼 있다. 그야말로 천상의 와인 같은 맛이다.”
마쓰다 데츠오(북 칼럼니스트

“좋은 책을 만났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을 만난 건 제 인생 처음인 것 같습니다. 과장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 정도로 품위 있는 책입니다.”
미하치(인터넷 서평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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