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는 급변하고 있다. 특히 21세기 동아시아는 세계의 경제 및 전략중심지가 되고 있으며, 20세기의 분열과 갈등을 넘어서 단합과 협력으로 나가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역적인 경제협력이 역내 다자협력의 견인차가 되고 있다. 그러나 안보분야에서는 양자간, 다자간의 대화와 협력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동아시아에서 중요한 행위자들인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남북한, 아세안지역포럼(ARF:ASEAN Regional Forum),아태안보협력이사회(CSCAP:Council for Security Cooperation in Asia-Pacific), 동북아협력대화(NEACD:Northeast Asia Cooperation Dialogue),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포럼(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등을 동아시아 다자간 협력 차원에서 분석하고, 동아시아의 안보공동체 형성을 위한 조건과 전망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책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동아시아를 하나의 국제정치의 단위, 하나의 응집력과 구속력이 있는 경제와 안보공동체의 단위로 인식하는가 여부를 알기 위해서 우선 개별 국가가 동남아시아와 동북아시아 중 어디에 소속되어 있는지를 나누어서 분석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이 동북아시아 국가들에게 많은 지면을 할애하게 된 이유는 동남아시아는 동남아시아 국가연합에서부터 출발하여 지역적 정체성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지만, 동북아시아 국가들이 동북아시아를 하나의 국제정치와 지역적 단위로 아직 인식하고 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에서는 4개의 강국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동아시아의 안보공동체 형성을 위해서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정책을 비중 있게 다룰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은 동북아시아의 국가들, 특히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남북한이 동아시아를 하나의 광범위한 국제정치와 안보질서의 단위로 보고 있는가, 그리고 동아시아를 하나의 정체성을 가진 국제정치?경제체제로 보고 있는가 하는 데에서부터 연구를 시작한다. 그래서 각 국가에 대한 연구를 맡은 5인의 연구진들은 네 가지 연구질문을 가지고 각자의 연구를 시행하였다.
첫째, 남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은 동아시아가 하나라고 하는 정체성을 인식하고 있는가, 그 인식은 언제부터 출발되었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변화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를 다룬다. 즉, 각 국가의 내부에 동아시아라는 개념이 존재하는지, 각 국가가 동아시아지역을 대상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전개할 때에 동아시아, 아태지역, 동북아, 혹은 양자관계 중 어느 것에 더 중점을 두고 정책을 수립, 전개하고 있는지, 각국의 외교안보정책에서 동아시아의 정체성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설명하면서 각 연구자는 서론을 시작한다.
둘째, 각 국가가 동아시아에서 다자간의 안보협력을 추진하는 현황과 양자간에 안보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현황을 비교해서 설명한다. 여기에서는 각 국가의 정부 혹은 민간단체들이 동아시아 내지 동북아시아에서 다자간 안보대화에 참여하여 어떤 정책을 발표하고 있는지, 어떤 정책을 실제 추구하고 있는지 1차 자료를 통해 설명하려고 한다.
셋째, 동아시아에서 증대되고 있는 다자간의 무역과 경제협력은 다자간의 안보협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 아래, 탈냉전 이후 각 국가의 대(對)동아시아 국가들과의 무역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나아가 이들 국가들이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증대하는 경제협력과 무역을 안보협력을 위해 어떻게 활용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분석해서 보여준다.
넷째, 각 국가들 내부에는 동아시아의 다자간 안보협력을 요구하고 이를 촉진시키는 요인들이 있을 것이고, 이를 주도하는 세력인 연구소, 지식인, 정부내 기관 등이 있을 것이다. 한편 각 국가들 내부에서 동아시아의 다자간 안보협력을 시기상조라고 말하면서 아직 해서는 안 된다고 제동을 거는 세력들인 연구소, 지식인, 정부내 기관 등이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가능한 관련자료를 수집하여 국내적 촉진요인과 저해요인을 비교해 보고자 한다. 아울러 이 촉진요인과 저해요인을 비교하면서, 각 국가 내에서 다자안보협력에 대한 전망을 나름대로 추론하고자 한다.
그리고, 위의 다섯 가지 논문에 다음의 세 가지 논문이 추가로 작성되었다. 먼저, 한반도 평화체제와 동아시아의 평화협력체제가 어떤 상호관련성이 있는지를 연구한 논문이다. 두 번째는 ARF 등 동아시아국가들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트랙(Track) I, II의 다자간 안보협력대화기구들에 대하여, 시초부터 지금까지의 실적을 평가하고 미래에 대한 전망을 제시한 논문이다. 세 번째 논문은 동아시아 국가들간의 다자간 경제협력 실태를 분석하고, 경제협력의 틀 내에서 안보협력을 촉진시키고자 하는 노력에 대해 분석하였다.
제일 마지막 장에서는 전반부에 제시된 각 국가들에 대한 연구논문 5편과 후반부에 제시된 종합적인 논문 3편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동아시아 다자간 안보협력체의 형성 조건, 과제, 전망을 제시하였다.
여러 연구자들이 공동의 작업을 했으므로 최초의 연구질문에 대답하려는 노력들이 자료와 시간상 문제로 인해 똑같은 정도의 치밀성과 노력을 보여주지 못한 데에 대해서는 독자들의 심심한 양해를 구하는 바이다.
아울러 이 책을 출판해 준 나남출판의 조상호 사장님께 감사드리며, 이 책의 편집에 열성을 다해준 국방대 박영준 교수, 군사전략학처 홍준기 석사에게도 감사한다.
2005년 4월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에서 한 용 섭
--- 발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