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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언어

피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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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5년 07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325쪽 | 470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95461037
ISBN10 899546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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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제인 정 트렌카
1972년 한국에서 출생하여, 생후 6개월 만에 친언니와 함께 미국으로 입양되었다.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 소재 옥스버그 칼리지에서 피아노와 영문학을 전공했다. 2003년 미국에서 출간된 데뷔작『The Language of Blood』로 2003년 가을 반즈 앤 노블이 선정한 신인 작가군에 오르고, 2004년도 미네소타 북 어워드에서 <자서선/회고록> 부문과 <새로운 목소리> 부문에서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제롬 재단, 미네소타 주 예술협회, 로프트 문학센터 등 다수의 기관들로부터 지원금을 수혜 받아왔으며, 현재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창작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역자 : 송재평
전남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 A&M 대학에서 「다시 쓰는 (포스트)식민주의 시대의 국가: 조이스, 오브라이언, 루시디 속에 나타난 문화정치와 비판적 민족주의」를 학위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메리그로브 칼리지의 영문학과 조교수로 재직중이다. 식민주의 및 포스트식민주의 문학/문화 이론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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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너희를 선택했어.” 엄마는 늘 이렇게 말한다. 마치 가게에서 물건을 고를 때 쓰는 말처럼 들린다. 사람들은 가게에 일렬로 진열된 인형들을 쭉 훑어본 다음 그중 하나를 선택하니까. (……) 아니야, 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난 여기 있고 싶어. 난 우리 가족을 사랑해. 한국 어머니에 이어 미국 어머니까지 날 버린다면 다시는 그 어느 누구도 날 원치 않을 거야.
--- p.35
목욕물은 양수처럼 따뜻하다. 양파를 수확하는 농부가 흙먼지 속으로 끈기 있게 팔을 뻗어 보드랍고 만족스러운 노동의 결실을 찾아내듯, 엄마는 다리를 벌린 채 웅크리고 앉아 그동안 잃었다고 믿어온 딸을 되찾는 중이다. 힘차게 훌훌 나를 씻긴다. 너무 열렬히 씻겨 피부가 얼얼하다. 나는 어린아이로 돌아간다. 몸에 대한 미국인의 수치심을 버리고 엄마가 내 팔을 들어올려 팔 아래와 등과 다리를 문지르도록 몸을 내맡긴다.(……) 나는 벌거벗고 있다. 본연의 모습으로. 우리 사이에는 가식이 없고 숨길 것도, 수치스러울 것도 없다.
--- p.157
내 부모님이 그들의 가족이나 민족과 떨어져 살아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면, 세대적 기억에서, 민족의 기억에서, 그리고 지상의 풍경에서 울려나오는 피할 수 없는 목소리에 대해 무엇을 알 수 있었을까? 그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혹은 줄 수 있었던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이 생존에 필요했던 한 여자아이에 대해서는 무엇을 알 수 있었을까? 그들은 한(恨)이라는 말과 그 정서를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것은 지구의 저편으로부터 뻗쳐올라와 아이의 발밑을 뚫고 건물의 기둥처럼 다리와 몸을 타고 오른 뒤, 목구멍의 막다른 끝에서 슬픔으로 구체화되었다. 그리고 언제나 새로운 망각의 삶이 지혈대가 되어 슬픔의 피를 응고시켰다.
---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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