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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의 눈
로알드 달의

백만장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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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12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300쪽 | 424g | 152*210*16mm
ISBN13 9788994449487
ISBN10 8994449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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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끔찍하고 잔인해요!” 소년이 소리쳤다. “아저씨 아줌마들 모두가 끔찍하고 잔인해요!” 그는 해변에 서 있던 사오십 명 정도 되는 어른들에게 새되고 높은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고, 아무도, 털북숭이 가슴조차도 이번에는 대꾸를 할 수 없었다. “저 거북이를 바다로 돌려보내주세요.” 아이가 소리쳤다. “저 거북이는 아저씨 아줌마들에게 잘못한 게 없잖아요! 보내 주세요!” 아버지는 아들 때문에 당황하긴 했지만 아들을 부끄러워하지는 않았다. “이 애는 동물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아버지가 사람들에게 말을 건넸다. “집에 이 세상 온갖 동물이 다 있다니까요. 얘는 그 동물들이랑 이야기를 해요.”
_[동물들과 이야기하는 소년]에서

“그래서 정말 당신 하는 일이 뭡니까?”
“아, 그러면 다 알려 주는 건데요.” 그가 능글맞게 말했다.
“부끄러운 일이라도 하는 겁니까?”
“부끄럽냐고요?” 그가 소리쳤다. “제가, 제 직업이 부끄럽냐고요? 세상에서 저만큼 자기 직업에 자부심을 가진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렇다면 왜 말을 하지 못하는 겁니까?”
“선생님 같은 작가들은 정말이지 참견쟁이군요. 그렇지 않아요? 답이 뭔지 정확히 알아낼 때까지 선생님은 계속 근질근질하겠죠, 그렇죠?”
“어떻게 되든지 나는 신경 안 써요.” 나는 거짓말을 했다.
그는 나를 곁눈질하면서 교활한 새끼 쥐 같은 표정을 지었다. “신경이 쓰이는 것 같은데요. 제 직업이 아주 괴상할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그게 뭔지 궁금해 죽을 지경이라고 선생님 얼굴에 써 있네요.”
_[히치하이커]에서

그는 크게 소리 내어 말했다. “널 꺼내고야 말 테다, 이 숨은 악마, 빌어먹을 물건아.” 장갑을 낀 손가락이 검은 흙을 한주먹 쓸어 내자 뭔가 납작한 물건의 굽은 가장자리, 커다랗고 두꺼운 접시의 테두리 같은 것이 흙 바깥으로 불쑥 튀어나왔다. 그는 손가락으로 테두리를 문지르고 다시 문질러 보았다. 그러자 갑자기 테두리에서 녹색 빛이 반짝였고 고든 부처는 고개를 가까이, 더 가까이 숙여 그가 방금 손으로 팠던 작은 구덩이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테두리를 손가락으로 박박 문지르자 순간 의심할 여지 없는 고대 금속의 청록색 표면을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그는 심장이 멎는 듯했다.
_[밀덴홀의 보물]에서

레이먼드는 끈 뭉치를 꺼냈고 덩치가 큰 두 소년은 이제 피해자가 선로 사이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묶었다. 한쪽씩 올가미를 만들어 팔을 넣은 다음, 끈을 양쪽 선로 아래에 각각 끼워 넣었다. 몸통과 발목도 똑같이 했다. 그들이 작업을 마치고 나자 피터 왓슨은 무기력하게 묶여 양쪽 선로 사이에서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몸에서 약간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은 머리와 발뿐이었다.
어니와 레이먼드는 한 발 물러서서 자기들의 작품을 점검했다. “잘했는걸.” 어니가 말했다.
“이 노선에는 기차가 30분마다 한 대씩 다니지.” 레이먼드가 말했다.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될 거야.”
“이건 살인이야!” 선로 사이에 누운 작은 소년이 비명을 질렀다.
“아니지, 아니야.” 레이먼드가 그에게 말했다. “이건 전혀 그런 게 아니라고.”
“놓아줘! 제발 놓아달라고! 기차가 오면 난 죽을 거야!”
_[백조]에서






맨 처음에는 카드의 뒷면에 있는 무늬밖에 보이지 않았다. 가느다란 붉은 선으로 된 아주 평범한 무늬였다.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카드 무늬 가운데 하나였다. 이제 그는 집중력을 무늬 자체에서 카드의 다른 면으로 옮겼다. 그는 보이지 않는 카드의 이면에 치열하게 집중했고 마음속에 잡념이 전혀 기어들지 못하게 했다. 30초가 지났다.
그다음 1분…… 2분…… 3분……
헨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치열하고 완벽하게 집중했다. 그는 카드의 반대쪽 면을 떠올렸다. 다른 어떤 생각도 그의 머릿속에 들어오지 못했다.
4분이 지나자 뭔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천천히, 불가사의하게도, 그렇지만 아주 선명하게 검은 기호가 스페이드가 되었고 스페이드 옆에 숫자 5가 나타났다. 스페이드의 5!
헨리는 집중을 중단했다. 그리고 이제 떨리는 손가락으로 카드를 집어 뒤집었다.
스페이드의 5였다!
_[백만장자의 눈]에서

이제 30년도 더 지났는데도 나는 여전히 열심이다. 나에게 소설을 쓸 때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것은 줄거리를 찾는 일이다. 독특하고 좋은 줄거리를 얻기란 매우 어렵다. 언제 마음속에 멋진 발상이 떠오를지 결코 모르지만, 어머나, 그런 발상이 떠오르면 양손으로 움켜쥐고 꽉 붙잡아야 한다. 중요한 점은 즉각 메모를 해 두어야지, 그러지 않으면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좋은 줄거리는 꿈과 같다. 꿈에서 깬 즉시 종이에 적어두지 않는다면 아마 잊어버리고 꿈은 영원히 사라져 버릴 것이다. 그래서 이야기에 대한 아이디어가 별안간 찾아오면 나는 서둘러 연필이나 크레용이나 립스틱이나 뭐든 간에 쓸 수 있는 것을 찾아 나중에 그 아이디어를 다시 떠오르게 할 단어 몇 개를 끄적인다. 한 단어로 충분할 때도 많다.
_[행운]에서

나는 버클을 돌려 낙하산의 안전멜빵을 풀고 조금 힘들게 몸을 일으켜 조종석의 한쪽 옆을 넘어 굴러떨어졌다. 뭔가 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모래 위를 두르르 구른 다음 화재를 피해 네발로 기어가 쓰러졌다. 불 속에서 기관총 탄약이 일부 발사되는 소리가 들렸고 몇몇 총알이 내 근처의 모래에 박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걱정은 되지 않았다. 그저 소리를 듣고 있을 뿐이었다. 아픔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얼굴이 제일 아팠다. 얼굴이 뭔가 잘못된 것 같았다. 무슨 일인가 생겼다. 나는 천천히 손을 올려 얼굴을 더듬었다. 끈적끈적했다. 코가 제자리에 붙어 있지 않은 것 같았다. 이를 더듬어 보려고 애썼지만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깜빡 잠이 들었던 것 같다. 갑자기 피터가 나타났다. 그의 목소리가 들렸고 미친 사람처럼 날뛰며 고함을 지르는 소리와 내 손을 흔들며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맙소사, 네가 아직도 안에 있는 줄 알았어. 난 800미터쯤 떨어진 곳에 내려서 미친 듯이 뛰어왔다고. 괜찮아?”
내가 말했다. “피터, 내 코가 어떻게 된 거야?”
_[식은 죽 먹기]에서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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