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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기 브에나 비스타

왕국기 브에나 비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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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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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0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39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7507613
ISBN10 898750761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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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하나무라 만게츠
초등학교 3학년 때 소설가 지망생이었던 아버지의 죽음으로 카톨릭계 수도회의 복지시설에 수용되 그곳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했다. 우유배달원과 술집의 바텐더 등 해보지 않은 육체노동이 없을 만큼 온갖 직업을 전전했다. 오토바이로 일본 전역을 여행하면서 방랑생활을 하다가 홋카이도(北海道) 여행중에 끄적여본『여행일기』를 잡지사에 투고해 상금을 받으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God Bless 이야기』로 제2회「소설 스바루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작가로 정식 데뷔,『개월』로 제19회「요시카와 에이지상」을,『울』로 제11회「야마모토 슈로고상」후보에 올랐고, 1998년『게르마늄의 밤』으로제119회「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역자 : 박문성
한국외국어대 일본어과 졸업. 동대학원 일본어교육과를 졸업. 논문으로 「아베 코보의 『모래의 여인』과 『끝난 길의 이정표』에 나타난 사막의 의미고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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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고 말해보라고 한다며 신자 즉 믿는 사람의 조건은 무조건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심하다 싶을 정도로 의구심을 갖는 것이다. 신에게, 연장자에게, 윗사람에게 자신의 생각의 척도를 들이댄다. 결국은 단순히 믿는다고 하는 안락하고 교활한 경지, 태만한 악덕으로 숨어들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들은 것을 솔직히 믿고 다가서는 것뿐이라면 시로(소설 속 강아지의 이름)도 그런 신앙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건 원숭이의 종교이고 개의 종교다. 아니 가톨릭은 양의 종교였던가
--- p.
'나는 지금 울고 있는 건가?'

내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아니면 졸려서 하품이 난 것일까? 졸려서 하품이...... 적막이 도는 고요한 순간에 스스로를 기만하려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다. 이것은 하품이 아니다. 한숨이다. 새어 나온 것은 한숨이고 치밀어나온 것은 감상에 젖은 눈물이다. 내 피부는 눈이 섞인 냉기로 수축되어 소름이 돋았다. 저 아래의 정원은 실은 암흑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로오는 브에나 비스타라는 내 말에 동의했다. 관심 없다는 투였지만.

'그래요. 브에나 비스타.'

환청인 것 같았다. 서둘러 뒤를 돌아보았다. 로오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의 오른손에는 싸구려 포도주 두 병이 왼손에는 종이컵이 들려 있었다. 1층 편의점에서 구입한 것 같다.

'어떻게 된거야?'

'완전히 막혔습니다.'

'막혀?'

'주차장을 빠져 나갈 수가 없어요. 발로 긁어 눈을 치워보려 했지만 상황은 나빠지기만 하고 액셀을 밟으면 소리만 요란할 뿐입니다. 눈 속에 너무 깊게 빠졌어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눈이 얼기 시작해서 돌아갈 수가 없어요. 농장에는 전화해두었습니다. 우가와가 선생님 일로 걱정하고 있어요. 내일부터 자기가 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불안한가 봅니다.'

나는 웃었다. 억지가 아닌 자연스러운 웃음이었다. 겨우 웃을 수 있게 되었다. 아마도 나의 고독감을 헤아려 일부러 돌아와준 것일 것이다. 나는 로오에게 우정이라기보다는 성적 요소가 섞인 애정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다.
--- pp. 47-48
나는 겉으로는 담담한 표정이다. 허공으로 시선을 두고는 싱글벙글하기도 했다. 하지만 피부는 동요를 일으키고 있었다.

며칠 전의 일이다. 기상 직후에 기숙사 현관 앞에서 소변을 보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성적욕구불만을 느꼈다. 현기증이 일어날 정도로 쿄오코나 테레지아와 섹스를 하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하지만 그후 쿄오코에게 연락하여 청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성적충동은 소변을 본 직후뿐이었고 곧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 순간 뇌리에 선명하게 테레지아의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그 얼굴도 분명히 떠오르지 않는다. 현시점에서는 성적대상으로서의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

테레지아는 그렇다치고 쿄오코와 관계가 소원해진 것은 기후적 요인이 크다. 즉 이렇게 추운 시기에 야외에서 성행위를 하는 것은 꽤나 괴로운 일이다. 그러나 의식적으로 우가와에게 들러붙어 있는 모습을 나에게 보여주는 이 악마가 매일같이 나를 닦달해서 행위를 하게 하고는 허탈하게 만드는 바람에 내 몸 안에 정액이 남아나 있질 않다.

익숙해지는 것은 두렵다. 나는 쟝이 이것저것 해주는 것에 익숙해졌다. 그리하여 행위는 단순한 로테이션으로 추락하여, 머릿속에서는 순수히 성을 즐긴다기 보다는 변태적 행위라는 생각에, 동물적인 반사적 쾌감을 지성이란 지성을 모두 동원하고 색칠하여 그럴듯하게 포장해낸다. 그리고는 포물선을 그려내는 가속도로 쟝의 입안에 혼탁한 점액을 터뜨리고 활 모양으로 몸을 젖혀 큰소리로 신음한다. 터뜨리는 순간에 눈 안은 휘황찬란한 빛으로 충만하다. 나는 그 작렬의 순간에 의식적으로 눈을 감는다. 감은 눈 안쪽의 빛은 여자의 내부에서 작렬할 때 뇌리에서 번쩍이는 백금색 빛과는 격이 틀린 강렬한 색채이다.
--- pp.174-175
가끔씩 반대편에서 오는 차도 로오에 뒤지지 않게 서행하고 있었다. 진중하게 운전하는 모습을 비웃을 생각은 없지만, 로오는 나이에 비해 너무 어른스러운 게 아닌가.「자네라면, 좀더 악셀을 세게 밟지 않을까 생각했었네」「그렇게 하고는 싶지만, 사고를 낼 수는 없어요. 경찰과 관련되는 것만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거든요.」

로오가 반대편 차선을 눈으로 가리켰다. 시선을 좇았다. 촘촘히 내리는 눈 때문에 한동안 초점이 맞지 않았다. 경찰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시력이 좋은 로오에 대해 약간의 질투심이 일었다. 「경찰과 관련되는 것만은 피하고 싶다고 했는데, 자네는 도대체 무슨 잘못을 저지른 거지?」「질문에 답하기 전에, 제가 먼저 물어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사람을 한사람 죽였다고 해보세요.」

「음」「그리고 여자를 범하여 새롭게 생명을 탄생시켰다고 하면요.」「그러면?」「제가 저지른 살인은 용서받을 수 있습니까?」「왜지?」「왜냐하면, 제 과오로 없어진 생명을, 성행위로 보상한 것이니까요.」「만일, 그런 초월적인 억지 논리가 통용된다면, 이 세상에 논리라는 것, 악이라는 건 모두 소멸해 버리겠지」

로오가 웃었다. 하얀 이가 보였다. 더 없이 환한 웃음이었다. 웃는 얼굴이 좋았다. 웃는 얼굴 탓일까, 문득 생각했다. 이 청년은 살인이 임신으로 인해, 죄 값은 결국 제로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자네의 논리에는 개개인의 인생을 바라보는 시점이 완전히 결여되어 있네」「무슨 뜻입니까?」「개개인의 삶. 만약 자네가 나를 죽였다고 치자. 그리고 나서 한 여자를 임신시켰다고 하지. 도대체 새로운 생명인 자네의 아기는 잃어버린 내 생명과 무슨 관계가 있지」

「어쩔수 없는 일이에요」「어쩔수가 없어?」「네.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하찮은 거라고 할까요? 사사로운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신의 시점에 서 있으니까요.」「자네는 신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건가?」「네. 성직자용 도서관에서 이책저책에 열중하는 사이, 인간은 신의 시점에 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건 단순히 인칭의 문제지만요, 신의 시점에 선다는 것은 신이 되었다는 것과 동의어 아닙니까?」
--- pp. 3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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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상에 뛰어들게 된 주인공을 통하여 사회에 대한 불만과 인간의 이중적인 위선을 종교에 대입하여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모럴에 대해 역설적으로 성, 폭력, 죄, 악의 방식으로 야유한다. 영화를 보는 듯한 생생하고 사실적인, 그리고 냉정하면서도 간결한 상황묘사가 한층 효과를 더한다.

--- 역자의 말
소설 속에서 그려지는 극한의 성(性)과 폭력(暴力)은 '나는 존재한다'고 하는 존재의 반향으로써 표현한 것이다.

--- 저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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