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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

은하

: 박경리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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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567g | 145*210*25mm
ISBN13 9788960532892
ISBN10 8960532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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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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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는 흰 구름이 둥둥 어디론지 떠내려가고 있다. 인희는 갑자기 고독해지는 자신을 느낀다. 어떠한 장애물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할지라도 서로가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일만은 아름다운 일이다. 그리고 살아가는 보람이며 축복받을 일이다. 사랑이 중절中絶된 현재의 자기, 자기야말로 무의미하고, 가련한 존재가 아닌가 그들을 동정하고 걱정할 자격이 과연 자기에게 있단 말인가, 동정과 연민의 대상은 바로 자기 자신이 아니었던가.
인희는 자기의 그림자를 밟으며 마음속으로 뇌어보았다. 뜨거운 눈물이 울칵 쏟아졌다. (21쪽)

강진호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인희를 내려가지 못하게 잡으리라 생각하였다. 성자와의 약혼을 파기할 결심까지 하였다. 성자로 말하면 순전히 집안끼리 한 약혼이요, 자기 자신도 무난하게 생각해왔으나 그를 가까이 두고 사귐으로써 그에 대한 염증을 느꼈고, 그의 허영심이나 자제력 없는 감정에 대하여도 일종의 위협까지 느껴온 것이다. 어젯밤 레스토랑에 찾아와 하던 행패는 강진호에게 결정적인 의지를 촉구하였다.
그러한 기분은 인희의 존재가 밑받침해 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희에 대한 감정이 전혀 돌발적인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만나보기는 두 번이지만 그는 미국에서부터 보이지 않는 인희에게 엷은 향수를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간접으로 통해 들은 인희의 인품과 사진에서 본 인희의 모습 물론 강진호가 송건수의 소식을 전하러 간 순간에도 그 호감에는 변함이 없었고 그렇다고 해서 무슨 불순한 계산으로 그를 찾아갔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희를 처음 보았을 순간 진호는 너무나 친근함을 느꼈다. 그 친근함이 단지 친구의 애인, 배반을 당한 여인이랑 동정에서만은 아니었다. 그와는 별도의 자기만의 어떠한 강열한 감정을 느낀 것이다. (114쪽)

인희는 몇 번 서울로 달아나 버리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인희는 그럴 자신이 없었다. 인희는 완전히 자기에 대한 자신을 잃어벌린 여자가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지긋지긋한 생활을 이겨나갈 수도 없었다.
최진구 씨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은 인희에게 있어 외형적인 기둥마저 꺾인 것이 되고 말았다. 이성태는 이제 인희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을뿐더러 최진구 씨의 재산을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이성태의 말에 의하면 모든 것을 다 정리하여도 여전히 보채가 남는다는 것이다. 인희는 그것을 따진 기력도 없었지만 흥미조차 느끼지 않았다. 완전히 무기력 상태에 빠져버린 것이다.
인희는 서울로 가버리겠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강진호를 연상했다. 강진호를 연상한다는 것은 그에게 희망보다 절망을 갖게 하였고 패배감을 심화深化시키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175쪽)

“이제부턴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미래도 현재도 생각하구 싶지 않아요. 생각한다면 그건 두려움뿐이예요.”
“그런 생각이 인희 씨를 망치게 했습니다. 그런 어리석은 말을 하지 마세요. 우리의 앞날은 아직도 멉니다.”
강진호는 우리라는 말에 힘을 주며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앞날이 멀다는 말씀 두려워요. 오래 살아야 한다는 건 욕된 일이에요.”
인희의 눈에 다시 눈물이 번득였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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